전자발찌 훼손 올해만 13명…주로 절단기 사용해 끊어
염건령 소장 “전자발찌 소재 개선, 경찰과 긴밀한 공조 필요”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최근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해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자발찌 착용자의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전자발찌를 훼손한 범죄자들이 13명에 달하고, 그중 2명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자발찌 실효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성범죄 전과자 강 모씨가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범죄 전과자 강 모씨가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두 생명 끊은 전자발찌...관리 구멍

31일 경찰에 따르면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 모(56) 씨가 지난 29일 긴급체포됐다. 강 씨는 지난 27일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여성 한 명을 살해하고 발찌를 훼손한 뒤 도주했다. 이후 또 다른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차에 싣고 29일 오전 8시쯤 송파경찰서에 찾아와 자수했다.

문제는 강 씨가 첫 번째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날인 27일에서야 경찰과 서울동부보호관찰소에서 강 씨의 전자발찌가 훼손된 것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전자발찌의 범죄 예방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이들이 있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도 이달까지 13명이 전자발찌를 끊었고, 2명은 훼손 후 잠적한 상태다. 이들은 볼드 커터 등 ‘절단기’를 사용해 전자발찌를 절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6차례에 걸친 전자발찌 소재 교체가 대안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전담인력이 부족해 발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전자발찌 부착자는 4,847명으로, 이들을 281명의 일반전자감독 인력이 관리하고 있다. 1인당 17.3명을 관리하는 셈이다. 1대1 전담인력을 통해 관리하는 인원은 조두순 등 19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전자발찌 훼손자에 대한 실제 양형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훼손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전자발찌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평균 1년 미만의 형을 선고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전자 장치 견고성 개선, 경찰과의 긴밀한 공조체계 개선, 재범 위험성 정도에 따른 지도 감독 차별화 및 처벌 강화, 인력 확충 노력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전문가 “처벌 약하고 경찰 출동과정 복잡하니...”

염건령 한국범죄연구소 소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현재 법무부가 적용하고 있는 전자발찌에 대한 개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염 소장은 “전자발찌를 끊는 것은 도주 목적보다는 성폭력 등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행위로 본다. 끊어지는 순간 누군가는 다치거나 죽는다”며 “이런 이유로 전자발찌가 끊을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신소재 등을 이용해 어떤 상황에서도 끊을 수 없는 재질로 보강하는 것이 맞다, 전자발찌 강도에 대한 부분부터라도 해결하는 것이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같은 초강력 범죄자의 경우에는 이중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감시체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반 손목시계 형태의 전자팔찌와 전자발찌를 모두 채워 이중으로 감시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안면 인식, 동공 인식, 동작 감시 센서 등을 활용해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염 소장은 전자감시자와 관련된 법 개정은 물론 경찰과의 긴밀한 공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전자감시 대상자가 거동이 의심되거나 수상한 경우 경찰, 보호관찰관 등 감시자가 영장 없이도 집안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경찰은 강 씨의 집은 몇 차례 방문했지만 집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현재는 긴급한 상황에도 주거 침입으로 역 고소를 당하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전자발찌 부착자들의 감시를 관제센터에서 하고 있는데, 이들의 정보(전자발찌 부착자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등)에 대해 경찰과 공유하고 있지 않아 긴급 상황에서의 공조가 어렵다. 같이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주요 인물들에 대한 신속·정확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자발찌 훼손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염 소장은 “전자발찌를 끊는 것만으로도 예비 음모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7년 이하 등 최고형이 아닌 1년 이상 등 최저형으로 개정하는 것이 전자발찌 훼손 예방에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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