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 인터뷰
법규 위반 유발하는 배달플랫폼 시스템 개선해야
AI 배차 실제 2~3배 멀어, 거절해 계정 정지되기도
‘3천원 기본 배달료’ 10년째 동결...배달료 높여야
라이더 보호하는 ‘라이더보호법’ 지난달 국회 발의

배달음식은 좋아하지만 라이더는 싫다. 빠르고 신속한 배달은 좋지만 도로와 인도를 넘나드는 오토바이는 적대감이 든다. 배달대행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며, 집 앞까지 오토바이에 점령당한 시민과 거리가 일터인 라이더와의 간극이 너무 크게 벌어진 모습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편리가 이 같은 곡예 운전의 대가라는 것을 부정할 순 없을 것. 위험천만한 운전을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고 라이더만을 질타한다면 배달시장은 노동자들의 핏빛 죽음으로 더욱 붉게 물들어 갈 것이다. 뉴스포스트는 한층 성숙하고 안전한 배달문화를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라이더가 과속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건 당연히 잘못된 거죠. 하지만 라이더들만의 노력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배민과 요기요, 쿠팡 등 배달플랫폼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배달플랫폼의 ‘AI 배차’와 ‘최소배달단가’가 과속을 유발해 라이더를 불법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은 배달플랫폼 시스템의 변화를 강조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은 배달플랫폼 시스템의 변화를 강조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은 16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일부 라이더들의 행태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자체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라이더가 과속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배달플랫폼의 시스템에 있다”며 “이걸 개선하지 않는 모든 조치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뉴스포스트 취재진은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구교현 사무국장을 만나 △라이더들의 교통법규 위반 문제 △교통법규 위반을 유도하는 배달플랫폼 시스템 △라이더 직업군의 진입 장벽 강화 방안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경기도 부천시 장말로 소재 ‘라이더유니온’ 경기지부에서 진행했다.

주차된 배달 차량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주차된 배달 차량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일부 라이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이더의 교통법규 위반 문제, 어떻게 보나?

일부 라이더들의 교통법규 위반이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 교통법규 위반은 당연히 잘못된 행태다.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 대상 안전 교육과 캠페인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과속과 신호위반 금지 △운전 중 담배 피우지 않기 △소음기 등 불법 개조하지 않기 △횡단보도에서는 오토바이에서 내려서 끌고 가기 등의 내용이다.

최근엔 경기도청 지원사업으로 ‘안전 지킴이’ 43명을 임명해 이달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안전 지킴이’가 된 라이더들은 라이더가 준수해야 할 지침을 담은 홍보 스티커 부착과 이를 홍보하는 활동을 한다. 한 달 15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지급한다. 활동비 규모가 커지면 더 많은 라이더가 동참할 것으로 본다.

- 라이더들의 호응은 있나?

교통법규 준수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요즘 교통경찰 단속이 심해졌기 때문에, 한 번 걸리면 하루 수입이 날아간다. 만약 사고라도 나면 경제적인 피해에 더해 신체적인 피해까지 발생한다. 라이더 업계 내부에서도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전 교육을 이수하고 원동기 면허를 취득한 사람에 한해서 라이더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라이더 직업군의 진입 장벽을 높여서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자정 능력을 키우자는 말이다. 하지만 교통법규 위반을 유발하는 배달플랫폼 시스템에 변화가 없으면 모두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본다.

- 배달플랫폼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두 가지 정도를 말하고 싶다. 우선 배민과 요기요, 쿠팡 등 배달플랫폼은 점심 시간 등 주문이 몰리는 ‘피크 타임’에 배달료를 대폭 올린다. 평상시에는 3,000원이었던 배달료가 오후 12~1시 사이에는 8~9,000원으로 오른다. 일부 라이더들은 이전까지 신호를 지키면서 달리다가도, ‘피크 타임’의 프로모션 때는 과속을 하기도 하고 신호위반도 한다. 배달플랫폼이 도로 위에 뿌린 돈을 누가 빨리 줍느냐 하는 식이다.

또 배달플랫폼의 배달료에는 100m당 100원의 할증이 붙는데, 이게 AI가 실제 거리로 배차하는 게 아니다. 그냥 직선거리로 배차한다. 하지만 실제 도로는 직선으로 뚫린 게 아니라 곡선이다. 또 온갖 장애물들이 산재해 있다. 산도 있고, 강도 있고, 건물도 있다. 이걸 뚫고 가라는 소리다. 

여기에 교통법규를 지켜서 배달하려면 유턴도 해야 하고, 일방통행 도로는 들어가지 못하기도 한다. 배차 때 직선거리 500m면 실제로는 2~3km가 된다. 이러면 라이더들은 빠른 배달을 위해 또 과속과 신호위반으로 몰리게 된다.

- 라이더유니온에서 배달플랫폼 시스템의 문제를 실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세 개 배달플랫폼이 대상이었다. 그 결과 AI 배차를 100% 수락하면 주행거리는 늘어나는데 수익은 감소했다. 배민 AI가 설정한 직선거리 4.3km 배달을 15분 안에 가는 배차를 수락했더니, 실제 거리는 8.4km가 나오고 배달시간은 24분 걸렸다. 쿠팡이츠 검증에 참여한 라이더는 AI 배차를 거절하면서 배달했다가 계정이 정지되기도 했다. 실험 결과 교통법규를 완벽히 지키려면 평균 건당 3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1시간에 두 건 정도만 배달해야 한다는 말인데, 지금 기본 배달료 수준으로는 어렵다.

- 배달플랫폼 시스템 변화의 방향을 제언한다면.

프로모션을 아예 없애라는 게 아니다. 다만 3,000원 수준인 기본 배달료를 올려 ‘피크 타임’ 프로모션과의 간격을 줄여야 한다. 기본 배달료 3,000원은 10년째 동결된 상태다. 그동안 최저임금도 2배가 넘게 올랐고 물가도 인상됐는데, 라이더 배달료만 그대로다. 이렇게 기본 배달료와 프로모션 사이의 간격을 줄이면 라이더들의 과도한 속도경쟁을 줄일 수 있다. 

또 배달플랫폼 AI의 배차를 ‘직선 거리’에서 ‘실제 거리’로 바꿔야 한다. 배민과 쿠팡 등 배달플랫폼들도 해결책을 알고 있다고 본다. 이걸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지도 않을 거고. 다만 이들 배달플랫폼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기 위해서 라이더들을 불법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 발의된 '라이더보호법'을 설명하는 구교현 사무국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지난달 국회에 발의된 '라이더보호법'을 설명하는 구교현 사무국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라이더보호법’이 지난달 국회에 발의됐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앞서 언급한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담고 있다. △안전배달료 도입 △AI알고리즘 협약권 △배달사업자 등록제 △바이크수리 표준공임시행 △공제조합 노조참여보장 등의 내용이다. 올해 4월부터 심상정 의원실과 라이더유니온이 법안 내용에 대해 토론한 결과다. 지난달 8월 18일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류호정 의원과 장혜영 의원, 양정숙 의원, 이수진 의원 등이 공동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배달플랫폼은 라이더에게 AI 배차 기준을 성실하게 설명해야 하고, 기준 조정을 위한 협의에도 나서야 한다. 또 국토교통부 장관 소속 안전배달료위원회가 설치돼 현재 개별 배달플랫폼 업체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배달료를 합리적 수준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달 라이더는 이제 하나의 직업군이 됐다. 지금은 주로 음식을 배달하지만, 향후 퀵커머스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다양한 물품을 배송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에 따라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시장 질서나 권리 보호는 부족한 형편이다. 

배달플랫폼과 소비자, 그리고 라이더 스스로도 부업 정도로 라이더 직업군을 생각하지 않기를 당부드리고 싶다. 정부와 국회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라이더 퀵커머스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논란을 단순히 “지금만 어떻게 대충 넘겨보자” 식의 대증요법만 제시할 게 아니라고 본다. 법률 개정 등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때라는 걸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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