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전씨 빈소 마련
보수인사 중심 조문…”전두환 사죄하라” 소란도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가 사망하면서 빈소가 마련됐다. 제5공화국 관련자 등 보수 인사들이 조문을 마쳤다. 하지만 현역 정치인들의 조문은 이어지지 않았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치적 동반자였던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앞에 고 전두환 씨의 빈소를 취재하러 온 취재진들이 원을 이루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앞에 고 전두환 씨의 빈소를 취재하러 온 취재진들이 원을 이루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는 입구부터 지하 2층 빈소까지 각 언론사 취재진들로 분주했다. 이곳에 전직 대통령을 지낸 고(故) 전두환 씨의 빈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앞서 전씨는 전날인 23일 오전 8시 55분께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빈소에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조문을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태극기를 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했다. 장례식장 외부에서 전 씨의 행적을 미화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기도 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보수 성향 시민들이 고 전두환 씨 빈소에 조문하기 위해 줄을 섰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보수 성향 시민들이 고 전두환 씨 빈소에 조문하기 위해 줄을 섰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등 일부 보수 인사들과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제5공화국 관련자들도 조문을 이었다. 박 전 이사장은 “뉴스를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오구 싶은 분들도 못 오는 사정이 있겠지만, 죽음이라는 건 용서와 화해를 의미한다”고 여야 정치인들이 조문을 거부한 사실에 대해 생각을 전했다.

박 전 이사장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을 할 때 한 시민이 “전두환은 사죄하라”라고 외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과의 고성과 언쟁이 오갔다. 소동은 약 5분 정도 계속됐다. 사죄를 촉구한 시민이 장례식장을 빠져나오면서 마무리됐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고 전두환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고 전두환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사죄하지 않은 자, 사죄한 자와 마지막은 달랐다

박 전 이사장의 언급대로 여야 유력 정치인들은 전씨의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대통령 선거 후보와 당대표 모두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조화만 보내고, 조문은 자율에 맡겼다.

정치적 동반자이자 제5공화국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식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달 말 치러진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야당 인사들은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도 조문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전두환 씨 빈소에 근조 화환이 일열로 서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전두환 씨 빈소에 근조 화환이 일열로 서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노 전 대통령은 생전 5·18 등 제5공화국 하에 자행된 범죄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전 씨는 관련 재판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혐의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과거사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가 마지막 길 분위기를 좌우했다.

빈소로 배달된 근조화환 역시 노 전 대통령 때와 달랐다. 전 씨의 빈소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 보수 인사들의 화환이 눈에 띄었다. 노 전 대통령 빈소에는 청와대에서 근조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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