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문화커뮤니케이터] 올 한해도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절기상으로는 완연한 절기에 며칠 전에는 수도권에도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 많은 눈이 내렸다. 예전에 12월이 되면 계절의 분위기가 달라 송구영신에 대한 들뜬 기분이 고조되고는 했다.

한해가 가고 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 해도 거리에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송구영신의 화려한 장식물이 절기를 알려줬다. 물론 지금도 송구영신의 장치들이 거리나 건물이나 주거단지에는 설치되지만 “징글벨” 멜로디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사실 한해를 보내고 맞는 것이 달력의 구분으로만 인지되지 물리적인 환경이나 인간의 감정으로는 별반 체감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인간의 감성은 점점 메말라가는 것 같다. 게다가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갇혀 생활해야 하는 형편이 됐다.

특히 지난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단계적인 일상회복 단계에 접어들면서 올 연말은 어느 정도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날려나 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신종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발생에다 코로나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지며 방역조치가 원점으로 강화됐다.

올 초만 해도 신축년 새해에 거는 기대는 컸다. 작년부터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이 백신이 개발돼 보급되면 올해엔 종식되리란 희망을 가졌었다. 실제로 백신 접종이 실시되면서 세계 각국은 걸어 잠갔던 빗장을 풀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일상의 활력을 되찾나 싶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신종 바이러스 상황이 진정되는 국면을 맞다가 복병을 만난 것이다.

2021년 신축년은 육십간지 중 38번째로 신(辛)이 백색, 축(丑)이 소를 의미하는 '하얀 소의 해'였다. 신축년은 '성실과 신뢰' 그리고 '여유와 평화'를 상징한다. 그렇기에 모두가 올해는 우리사회가 정직·투명하고 평안과 안정이 깃들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파급은 민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한쪽에선 부동산 값 폭등에 토지개발 의혹으로 시끄러웠다. 여기에 우리사회는 여전히 모든 분야에 걸쳐 대립과 갈등이 만연하고, 세상은 개인과 집단 간의 결탁과 야합이 판을 쳤다.

이를 꼬집기라도 하듯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됐다’는 풍자의 ‘묘서동처(猫鼠同處)’가 선정됐다. 매년 우리사회 지성인인 대학교수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한해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한다.

묘서동처란 중국 당나라 290년의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舊唐書)'에 등장하는데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상황을 나타내는 성구다. 이 사자성어를 제시한 대학교수는 “공정하게 법을 집행·시행하는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적시했다. 이는 우리사회 실상을 단적으로 꿰뚫어본 것이다.

가장 많은 지지로 선정된 묘서동처에 이어 뽑힌 사자성어들도 우리사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곧 자기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는 모습의 ’이전투구(泥田鬪狗)‘나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인곤마핍(人困馬乏)’이나 모두 오늘의 한국 사회상이다.

그럼 2020년 사자성어는 어땠을까? 작년에는 자신이 하는 것은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 흔히 정치판에서 같은 의미의 ‘내로남불’이 유행했는데 교수들은 신조어까지 만들어 우리사회 세태를 신랄히 비판했다.

이처럼 지성인들은 우리사회에 대한 실망감을 연이어 사자성어로 담아내고 있다. 이는 비단 교수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중심축이 되는 직장인들에 대한 ‘2021년 만족도’ 설문조사는 국민들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있다.

이 조사 결과 ‘올 한해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답변은 단 23퍼센트에 불과했으며, ‘만족스럽지 못함’이 41.2퍼센트, ‘보통이다’가 35.8퍼센트로 나타났다. 이를 점수로 평가한 질문에는 100점 만점에 평균 57.6점이었다. 어떻게 보면 올해 사자성어는 이러한 국민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크로노스의 시간은 흘러 열흘 후면 새해를 맞는다. 부디 2022년을 규정짓는 사자성어는 긍정적인 내용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특히 내년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사회가 안정돼 국민이 평강을 누릴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새해 초의 기대들이 대부분 이루어져 연말쯤에는 ‘올해는 그래도 만족했다‘하는 평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코로나 시국이 해소돼야겠지만 정치 사회 각계 지도층부터 올해 지적된 묘서동처를 불식시키는데 솔선수범해야 한다.

※ 이인권 칼럼니스트는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와 문화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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