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한 빙그레
매출 1조 기대…원재료값 상승에 수익성 개선은 숙제
4분기 전망도 ‘흐림’…가격 인상 효과는 내년으로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품은 지 1년이 지났지만 합병 시너지는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 4분기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몸집 커진 빙그레…롯데와 빙과시장 경쟁

지난해 10월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했다. 최종 인수금액은 1325억 원이다. 빙그레가 지난해 3월 31일 해태아이스크림 주식 100%를 해태제과식품에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4월 13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6개월 만이다. 빙그레는 인수 이후 해태아이스크림을 별도 법인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당시 공정위는 양사의 결합이 한국 아이스크림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두 회사가 결합해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등 롯데 계열사가 매출액 기준 1위 사업자로 남기 때문이다. 또한 빙그레의 시장 점유율 상승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기획 담당 출신 박창훈 전무를 선임했다. 당시 박 대표는 “해태아이스크림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양 사의 결합으로 빙과시장은 롯데와 빙그레의 양강 구도로 개편됐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과 결합하며 점유율 약 40%로 단일 회사 기준 업계 선두에 오른 것. 다만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합친 점유율 약 45%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수 시너지 기대됐지만…

양 사의 결합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시장 지배력 뿐만 아니라 유통 구조 개편을 통한 비용 절감, 해외 사업 확대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다. 특히 이번 인수로 빙그레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수 이전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 매출은 각각 8000억 원대와 2000억 원대로 이를 합산하면 매출 1조가 가능하기 때문.

실제 올해 3분기까지 빙그레의 누적 매출액은 91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성장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올해 1분기 2338억 원, 2분기 2683억 원, 3분기 2967억 원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라면 4분기에는 1조 매출을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형 성장과 동시에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영 지표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빙그레에 인수된 2020년 10월 이후부터 12월까지 해태아이스크림의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39억 원, 당기순손실 42억 원이었다. 이어 2021년 1분기 –31억, 2분기 –29억으로 손실을 줄이더니 올해 3분기에는 18억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79억 원으로 지난해 540억 원 대비 29.8%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는 원재료 값 인상이 주 원인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4분기 실적 ‘흐림’…매출 1조 달성할까

빙그레는 합병 이후 올 3월에 진행한 공동 마케팅 외에 이렇다 할 협업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영업망 공유, 원재료 공동구매 등으로 비용 절감이 기대됐지만 현재까지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향후 빙그레는 합병 시너지를 위한 사업보다는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영 정상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이런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4분기에도 빙그레의 적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11월 유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내년부터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8일 IBK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빙그레의 4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 늘어난 2288억 원, 영업손실은 121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초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효과가 4·4분기부터 사라지면서 매출 증가폭이 한 자릿대로 낮아지겠다"며 "11월 주요 제품가를 인상했지만 설탕, 커피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이 여전하고 운송보관비나 지급수수료 증가세 지속이 예상돼 적자폭이 크게 축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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