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청소년들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위험이 클까,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 위험이 클까. 정부가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을 결정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떠오른 의문점이다. 내년 2월부터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 계획을 발표한 정부는 학부모 단체의 반발에 조정안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연내 구체적인 안 발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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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의구심이 해결되지 않고 표류하는 사이,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 공포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중학교 2학년 딸이 백신접중 후 뇌경색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호소글이 올라왔다. 이 학부모는 지난 17일 딸에게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시킨 뒤 6일 뒤인 23일 뇌경색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 만에 어떻게 15살 아이가 이렇게 될 수 있느냐”라며 “이 증상들이 백신 때문이 아니라면 왜 이런 것인지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6일에도 경남 창원의 한 여중생이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학부모는 중3인 딸이 소아 1형 당뇨를 앓고 있었지만, 의료진의 접종 권고로 지난달 30일 딸에게 1차 접종을 맞도록 했다고 한다. 그는 오는 2월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에 대비해 딸을 학원에 보내기 위해 접종을 결심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딸은 접종 11일 후 구토와 설사 증세가 멈추지 않아 의식까지 잃었다고 이 학부모는 전했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하고 바이러스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계속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이의 뇌는 정지되고 병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靑청원 여중생 ‘치료비 모금’…의료비 지원사업 실효성 있나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지만,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인과성이 있든 없든 치료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치료비 지원이 즉각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발생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한 경남 창원 중3 학생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입원한 중3 학생을 돕기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이 시작됐다. (사진=경남종합사회복지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입원한 중3 학생을 돕기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이 시작됐다. (사진=경남종합사회복지관)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중3 학생의 가정 역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지난 27일부터 해당 학생의 중학교에서 자발적인 모금 행사에 나섰다. 이 중학교에서는 “학생의 병간호로 학부모가 직장에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가정 내 수입이 전혀 없어 병원비와 약물 치료로 많은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고,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성금 모금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학생은 정부의 ‘인과성 불충분한 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 적용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이 발생하는 경우, 심사를 통해 인과성이 인정되면 진료비와 간병비, 장애일시보상금, 사망일시보상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인과성이 불충분해도 중증 환자의 경우 진료비와 간병비 등 최대 1천만 원을 지원해 준다.

문제는 실제 지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만약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이상반응을 보건 당국에 신고하고 지자체 기초조사, 피해조사반 또는 피해보상전문위원회 검토를 거쳐야 한다. 백신 인과성이 증명되지 않았을 경우 보호자는 다시 보건소에 치료비 지원을 신청해야 하고, 지원액 검토가 다시 이뤄진 후 치료비가 지급된다. 매주 수천여 건의 이상반응 신고가 접수되지만,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 심의는 12월에만 2건 심사(1차 995건, 2차 935건)가 이뤄졌다.

백신 접종 후 치료비 지원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30일 백신 인과성 불충분 판정을 받은 사망자에 1인 당 5천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기존 치료비 상한을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상향할 계획을 밝혔다. 치료비 상향은 지난 10월 28일부로 소급 적용돼 수혜층을 늘렸다. 하지만 전반적인 치료비 지급 시스템을 더 단축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우선 피해보상 신청 증가로 심의가 지연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문자메시지로 치료비 지원 진행상황을 안내하기로 했다. 방역 당국은 “지속적인 인력 충원 및 제도 개선을 통해 신속하게 심의를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백신접종 설득 근거 학부모 설득 어려워

정부가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처장은 지난 10일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답변하며 “현재 청소년들이 맞고 있는 화이자 백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청소년 접종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 백신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18세(고3) 접종 93만 건 중 이상반응 신고의 대부분인 97.4%은 두통, 발열 등 일반 이상반응이었으며, 심근염·심낭염은 23건, 아나필락시스는 12건이 확인되었으며, 현재는 모두 회복됐다”며 “12-17세 이상반응 신고율은 고3보다는 낮은 상황이며 신고사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30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연령대별 백신 접종 이상반응 신고율은 19세 이하 연령이 10만건 당 339.2건으로 20~60대 신고율보다 낮았다.

정 청장의 말대로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위중증 및 사망 진행 감소 효과는 수많은 사례로 증명됐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백신 접종률이 낮은 12~17세 연령대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던 지난 7월 12~17세 확진자 발생은 10만명 당 76.3명으로 전연령대(10만명 당 76명)와 비슷했지만, 지난 10월에는 10만명 당 171.8명으로 전연령대(10만명 당 101.8명)를 훌쩍 넘어섰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이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는 소아청소년의 위중증 진행이나 사망률이 성인보다 월등히 낮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청소년 사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기간, 12~17세의 위중증 환자는 5명에 불과했고 사망자는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같은 기간 전연령대에서는 위중증자 954명, 사망자 377명이 나왔다. 특히 30일 기준 10-19세의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은 0%로, 지난해 1월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10~19세 사망자는 0명이었다.

2021년 12월 30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자료=질병관리청)
2021년 12월 30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자료=질병관리청)

결과적으로 학부모들이 자녀의 백신 접종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지 않으면서 이번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에도 큰 공감을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학부모 목소리를 반영해 ‘현장 의견을 존중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신헌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9일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 당정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교육부와 청소년 방역패스 제도에 대해 논의했다”며 “학부모, 학원에서 청소년 백신 의무화에 대한 반발이 존재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교육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신 대변인은 “백신 접종을 강제화하면 이상반응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특히 청소년 백신패스 유예기간을 갖는 중에 정부와 학원연합회 등 여러 단체가 논의할 예정인데, 현장 의견을 존중해 시행 기간과 적용 방법에 대해 현장 목소리를 상당히 반영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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