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855만 9866명. 6일 기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1차만 접종한 국민들이다. 서울 총 인구수(2021년 12월 기준)가 950만 명을 넘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전국민 대비 83.3%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나머지 16.7%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방역패스) 유효기간 제도 시행 이틀째인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백신 미접종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방역패스) 유효기간 제도 시행 이틀째인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백신 미접종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백신 미접종자와 불완전 접종자의 사연은 제각각이다. 단순히 백신이 싫어서 맞지 않은 사람이 있고, 기저질환과 알러지 반응 등 의학적 사유로 맞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돼 혈장 치료를 받은 사람도 간섭 효과를 피하기 위해 약 3개월 간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할 때는 모두 ‘딩동’ 소리로 접종 완료자와 구분된다.

지난 2020년 초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고 만성 질환까지 악화된 A씨도 의료진의 권유로 백신 접종을 포기했다. A씨는 “건강한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백신을 접종했지만, 만성 질환자들은 백신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며 “이제는 돌파감염도 일반적으로 발생하는데 코로나19 감염은 복불복이 아니냐”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보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더 크다는 얘기다.

A씨는 “최근 일이 있어 여수에 방문했는데 방역패스가 없어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숙소에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다”며 “대부분 미접종자 출입제한 표시가 붙어있다”고 토로했다. 주변인들의 ‘눈총’도 괴로운 처지다. 그는 “지인들이 만나자고 하면 매번 몸 상태를 설명하고 미접종자라 만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내 몸 아픈 것을 내가 왜 미안해해야하는지 우울감이 든다”며 “근무지에서도 곧 계약이 종료되는데, 이대로라면 다른 직장을 구할 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지 걱정도 든다”고 털어놨다.

기저질환자의 미접종을 인정해주는 범위도 너무 좁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는 “저 같은 췌장염 환자 또한 급성이 아닌 선에서는 백신권고를 하고 있다”며 “저도 ‘괜찮을 수도 있겠지’라는 조금의 가능성으로 백신을 맞기에는 다시 아파질 경우 치료비, 가족에게 피해 등 후폭풍도 생각을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아이를 가진 B씨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 B씨는 임신 초기 임산부에 대한 접종 권고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는 “백신 1차 예약을 했는데 담당의가 임신 중이니 되도록 백신을 안 맞는게 좋겠다고 권고했다”며 “나중에 정부에서는 임산부도 맞으라고 하는데, 병원에서는 아직도 맞지 말라고 하니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B씨는 부득이한 외출의 경우 PCR 검사를 받는다고 했다. 지난 주말에는 중요한 가족행사가 있어 전날 PCR 검사를 받고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PCR 검사는 48시간만 유효하기 때문에 부득이한 일정이 생기면 매번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만약 하루 전날 검사를 받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못 하는 상황이 되는데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백신 접종을 권장해온 의사도 알러지 반응으로 2차 접종을 포기했다고 털어놓는 일도 있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해 12월31일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백신 알러지 반응으로 1차 접종만 했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생필품을 사러 가는 백화점, 마트 등 공간에 백신패스를 적용한다면 나는 들어갈 수 없다”며 “마스크를 벗지 않는 공간에서는 전염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과학적으로 방역을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정소송으로 번진 방역패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패스가 효과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법원에서 방역패스 시행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공중보건과 인권 사이 딜레마가 깊어지는 모양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는 지난 4일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들 단체는 학원·독서실·스터디 카페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학습권과 직업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며 방역 당국의 특별방역대책 후속 조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에서는 “(방역패스 정책은) 사실상 백신 미접종자 집단에 대해서만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접근·이용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2차 접종 완료자 집단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는 조치”라며 “백신 미접종자의 학습권이 현저히 제한되므로 사실상 그들의 교육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백신패스 적용이 공공보건을 위해 필요하다며 즉시 항고 결정을 내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6일 백브리핑에서 “지난달 10∼19일 유행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19∼25일 완연히 감소하는 패턴으로 전환했다”며 최근 코로나19 감소세가 방역패스 적용과 사적모임 조정 효과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반장은 “유행 상황이 안정되고 의료체계 여력이 확보되면, 거리두기부터 해제한 뒤 방역패스 대상도 위험도가 낮은 기타·3그룹부터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위험도를 1~3그룹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는데, 3그룹 시설은 영화관·공연장, 학원, 결혼식장, 장례식장, PC방, 이미용업 등이다.

한편, 손 반장은 “불가피하게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예외자 기준이 협소해 일종의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방역패스 예외 사례를 개선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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