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권력으로부터의 ‘저항’으로 몸집을 키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 입문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최고 권력에 올랐다. 지난해 4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263일 차, 그는 득표율 48.56%로 ‘당선인’이 됐다.

앞으로 윤 당선인이 풀어야 할 국정 과제는 만만치 않다. 이념 갈등, 지역 갈등, 성별 갈등으로 찢긴 대한민국 사회를 보듬고 통합해야 하고, 날이 갈수록 치솟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잠재워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불안해진 국제 정세를 읽고, 치열해지는 미-중 갈등에서 최선의 스탠스를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랜 시간 동안 고통받은 서민 경제도 살려야 한다.

산적한 국정과제 속, 평범한 삶을 사는 소시민들은 새로운 정부에 어떤 것을 바랄까. <뉴스포스트>가 세대별 시민을 찾아가 물었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청년 세대는 20대 대선을 통해 명백히 ‘캐스팅 보터’로서 위력을 과시했다. 청년의 표심은 이념이나 지역에 따라 고정되지 않고, 이익과 선호도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자신의 지지후보를 바꾼다.

<뉴스포스트>가 만난 일곱 명의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취업, 진로, 부동산 등 다양한 고민을 늘어놓으며 새로운 정부에 ‘살만한 세상’을 요청했다.

청년들이 보내온 투표 인증샷 사진. 
청년들이 보내온 투표 인증샷 사진. 

“엉덩이 탐정님, 취업 잘 되게 해주세요!”

‘엉덩이 탐정’은 윤석열 당선인의 별명이다. 지난해 6월 윤 당선인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면서 ‘엉덩이 탐정 닮았다’고 적은 뒤로, 청년 세대들은 윤 당선인을 ‘엉덩이 탐정’으로 친근하게 부르고 있다.

청년들의 고민 1순위는 역시 ‘취업’이었다. 강소연(가명·21·여) 씨는 윤 후보에 전하는 한마디에 “엉덩이 탐정님, 취업 잘 되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강 씨는 “윤 후보의 공약 중에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있었다”며 “요즘 친구들 보면 일찍부터 취업 고민을 시작하는데 청년 취업이 잘 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준호(가명·27·남)씨도 “코로나19로 청년들이 취업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는 뉴스를 봤다”며 “옛날처럼 걱정 없이 취업했던 나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오 씨는 “지난해부터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에 공기업과 공무원 규모를 줄인다고 해서 걱정”이라며 “정부에서 청년 취업에 대한 기회를 빼앗지 않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진아(가명·21·여)씨는 ‘워라밸’있는 직장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는 “대선 당시에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주4일제가 제일 매력적인 공약으로 다가왔다”며 “최저임금제도는 지금보다 후퇴하지 않고 지켜갔으면 좋겠다. 청년실업이 심하다고 하지만 ‘나쁜 기업’에 가고 싶지 않아하는 친구들이 훨씬 많다”고 했다.

부동산부터 안전한 사회까지...청년들의 바람

정석훈(가명·21·남)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만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정 씨는 “모든 공약이 다 지켜지기 힘든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취업과 부동산만큼은 청년들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바뀌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부동산 광풍에 20대 초반 청년들도 ‘내 집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진로 고민을 해야 하는 20대 초반 청년들이 부동산 걱정을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오주현(가명·26·남)씨는 대학생부터 사회 초년생까지 청년들의 ‘진로’를 세심하게 짚어주는 나라를 바랐다. 오 씨는 “청년 정책이 굉장히 많은데 사실 현장에 있는 청년들은 무슨 정책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홍보하고 많은 청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연(가명·21·여) 씨는 “선거 과정에서 주변 친구들이 정치성향에 따라 다투고,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까지 봤다”며 “혐오정치는 결코 승리하지 않는다. 윤 당선인이 국민 절반의 선택을 받았다고 해서, 나머지 절반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한다”고 했다.

정민주(가명·21·여) 씨는 “대선에서 여성 관련 정책을 유심히 본 편”이라며 “데이트폭력 처벌 법제화를 꼭 바란다”고 했다. 정 씨는 “외교와 산업 관련한 공약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세심한 생각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실에서 시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주시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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