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댐과 유수지, 그리고 하천변 고수부지의 공통점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도로 곳곳에 있는 맨홀은 그 도시가 제공하는 인프라를 상징한다. 맨홀 뚜껑을 보면 무슨 시설이 그 아래로 지나는지 알 수 있는데 상하수도부터 전기나 가스, 혹은 통신 등의 시설까지 다양하다. 이 시설들은 생활용수를 공급하거나 오수를 내보내고, 혹은 전기나 가스 등을 공급하느라 매일같이 바쁘다. 

(2022. 06. 30) 우수관 맨홀. 이곳으로 모인 빗물이 근처 빗물펌프장이나 하천으로 흘러간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2. 06. 30) 우수관 맨홀. 이곳으로 모인 빗물이 근처 빗물펌프장이나 하천으로 흘러간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하지만 평소에는 한가하다가 요즘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에 특히 바쁜 맨홀이 있다. 우수관과 연결하는 맨홀이다. 이곳을 통해 모인 빗물은 우수관과 연결된 가까운 빗물펌프장이나 유수지, 혹은 하천으로 흘러간다. 만약 비가 잦아든 뒤 우수관 맨홀 근처를 지난다면 물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도시가 홍수에 대비하는 여러 시설 중 하나다.

다목적댐, 홍수를 막는 1차 저지선

우리나라에서 홍수는 장마전선이나 태풍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릴 때 주로 발생한다. 비가 많이 내리면 하천변 저지대는 범람하기 마련이고, 심지어 불어난 물이 기존 물길을 더욱 넓게 만들어 인근 농경지는 물론 도시까지 물에 잠기게 한다. 그래서 일본강점기 시절부터 주요 하천에 제방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방은 홍수 규모에 따른 한계가 있어서 근본적인 물 관리, 치수(治水)가 필요했다. 만약 어느 강에서 흐르는 물이 1년 내내 유량과 수위가 일정하다면 그 일대에서는 홍수나 갈수(渴水)의 고민이 없을 것이다. 강물의 양이 많을 때 저장해 두었다가 물이 필요할 때 흘려보내면 되니까. 댐이 이런 역할을 한다. 

긴급수해복구5일작전 - 철야횃불작업의 모습이다. 1972년 8월 23일, 서울시 재해대책본부는 복구가 안 된 영등포, 흑석동 유수지 청소작업 등 9개 지역에 공무원, 예비군, 학생, 시민 등 4,000여 명과 각종 장비 70대를 동원하여 철야 횃불작업을 전개했다. (사진: 서울역사아카이브)
긴급수해복구5일작전 - 철야횃불작업의 모습이다. 1972년 8월 23일, 서울시 재해대책본부는 복구가 안 된 영등포, 흑석동 유수지 청소작업 등 9개 지역에 공무원, 예비군, 학생, 시민 등 4,000여 명과 각종 장비 70대를 동원하여 철야 횃불작업을 전개했다. (사진: 서울역사아카이브)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끝난 1966년 당시 한강 상류에는 5개의 댐이 있었다. 일본강점기에 건설된 화천댐과 청평댐, 한국전쟁 직후에 건설된 괴산댐,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간 중 건설된 춘천댐과 의암댐. 그런데 이 댐들은 모두 수력발전을 위한 시설이었다. 주로 전기를 만들었고 한강 유역의 수량을 조절하는 기능은 미미했다. 

그래서 나온 게 한강 상류에 다목적댐을 건설하는 방안이었다. 댐은 커다란 저수지다. 장마 등 집중호우 때 물을 받아 가둬두고 하류로 물이 일시에 몰려드는 것을 방지한다. 이렇게 저장해 둔 물을 필요할 때 필요한 양을 방출하면 수력발전은 물론, 관개용수, 공업용수, 상수도 용수 등으로 쓸 수도 있다. 다목적댐은 이러한 다목적 기능을 하는 댐이다.

1966년 정부는 북한강 상류에 소양강댐 건설을 계획한다. 그러나 관련 부처들이 댐을 수력발전으로 하느냐 다목적댐으로 하느냐를 두고 한동안 주도권 다툼이 있었다. 수력발전은 당시 상공부와 산하 기관인 한국전력 소관이었고, 다목적댐은 건설부의 수자원국 소관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소양감댐 건설은 건설부에서 관리하는 다목적댐 사업이 되었고 1967년 11월 이 사업을 전담할 한국수자원공사가 설립되는 계기가 되었다. 소양강댐은 1968년 10월에 공사가 시작되어 1972년 11월에 준공되었다. 만수가 되었을 때 이 댐의 넓이는 70㎢이고 총저수용량은 29억 톤에 달한다. 

남한강 상류에도 다목적댐인 충주댐을 건설했다. 1980년 1월에 공사에 들어가 1985년 10월에 준공되었다. 댐의 넓이는 97㎢이고 27억 5천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이 두 댐보다 규모가 작지만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관리하는 팔당댐도 한강 수계의 다목적댐이다. 서울에서 가까워 서울 권역의 한강 수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만든 다목적댐들이 주변 지역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에 수도와 전기를 공급한다. 지금과 같은 장마철에는 홍수를 방어하는 1차 저지선 역할도 맡는다. 

유수지와 빗물펌프장, 그리고 고수부지

하천이 범람해 도시를 물바다로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수관이나 하수도가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역류해 도시를 물바다로 만들기도 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 빗물펌프장과 유수지다.

예전에 배수펌프장으로도 불렸던 빗물펌프장은 말 그대로 빗물을 하천으로 퍼내는 시설을 말한다. 장마나 집중호우가 심하면 하천 인근 저지대는 빗물이 넘치거나 하천의 물이 배수로를 타고 역류할 가능성이 있다. 빗물펌프장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 곳곳에 자리한다. 수문을 설치하고 배수펌프를 이용해 하천으로 방류하는 것.

빗물펌프장은 주로 상습침수 지역에 만들지만 복개천 하류에 설치하기도 한다. 지난 기사에서 다룬 만초천에도 빗물펌프장이 네 곳 있는데 문배펌프장과 삼각지펌프장, 그리고 원효펌프장과 용산펌프장 등이다. 서울시의 ‘물순환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 118개의 빗물펌프장이 있다.

1980년 반포유수지 전경. 반포배수장과 함께 있던 시설이다. (사진: 서울역사아카이브)
1980년 반포유수지 전경. 반포배수장과 함께 있던 시설이다. (사진: 서울역사아카이브)

빗물펌프장에 유수지를 갖춘 곳도 있는데 펌프 용량과 통수량이 차이가 나는 것을 조절하기 위해 설치한다. 유수지는 인근 지역의 배수량을 조절하기 위해 빗물 등을 저장해 두었다가 하천의 수위가 낮아지면 방류하는 시설을 말한다.

하천 일대의 범람구역을 자연적 유수지로 보면 되는데 도시 개발 과정에서 하천 유역 저지대와 습지를 유수지로 만들기도 한다. 이때 연못이나 습지 상태로 놔두기도 하지만 지하에 저장 탱크를 설치하고 지상에 공원이나 체육시설 등을 만들기도 한다. 유수지를 검색하면 하천 인근에 설치된 각종 공원 등의 시설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를 지나는 하천들을 잘 살펴보면 구조가 엇비슷하다. 거의 직강화된 하천 양안으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지나고 곳곳에 체육시설이나 휴식 시설이 있다. 그리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바깥으로 경사진 제방이 있고 제방 위에는 도로가 지난다. 하천변 고수부지에 설치된 이 모든 시설은 시민 편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치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2022. 06. 30) 성남시 분당천의 모습. 영장산에서 발원해 탄천으로 흘러간다.  물이 산책로까지 범람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2. 06. 30) 성남시 분당천의 모습. 영장산에서 발원해 탄천으로 흘러간다. 물이 산책로까지 범람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2. 06. 30) 성남시 수내동 인근 탄천. 지난 6월 30일 새벽 탄천은 산책로 너머 제방 아래까지 범람했다. 이날  한강과 탄천과 만나는 지역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2. 06. 30) 성남시 수내동 인근 탄천. 지난 6월 30일 새벽 탄천은 산책로 너머 제방 아래까지 범람했다. 이날 한강과 탄천과 만나는 지역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고수부지는 하천과 제방 사이에 조성된 평평한 땅을 말한다. 한강공원이 대표적인데 평상시에는 시민의 여가 활동을 위한 시설로 쓰이다가 장마나 집중호우로 하천에 물이 불어나면 넓어진 수로 역할을 맡는다. 그러다 고수부지가 넘치면 제방이 막고, 만약 제방까지 넘치면 제방 도로가 수로 역할을 이어받는다.

이번 수도권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 때문에 동부간선도로와 한강공원 곳곳이 통제됐다. 이 시설들을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은 크게 불편했겠지만 다른 한편 인근 지역까지 범람하는 것을 막는 저지선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

비가 그치면 도시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우수관 맨홀의 물 흘러가는 소리는 잦아들 것이고 하천변 산책로에 물이 휩쓸고 간 흔적도 사라질 것이다. 장마가 끝나면 언제나 그랬듯이 무더위가 찾아올 게 분명하다. 도시는 이제 무더위 대비 태세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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