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지수 13년 연속 생명보험 부문 부문 1위
지배구조 투명화 앞장...연도별 주요 과제 설정
국내 생보사 최초 4700억 원 규모 ESG 채권 발행
신창재 회장 “지주사 전환 주주 간 분쟁과 별개”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평가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몇 년 사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비재무적 요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로 연기금 등 국내외 재무적투자자는 기업의 ESG 지표에 따른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뉴스포스트는 국내 금융사의 ESG 경영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교보생명은 1958년 창립 이래 유지해온 ‘사람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뜻의 ’인본주의 경영철학‘을 ESG 경영에도 녹여냈다. 고객, 재무설계사(FP), 투자자,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공동 발전 추구’을 지속가능경영의 철학으로 삼고,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 서울 광화문 본사 사옥 전경. (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2022년을 ESG 경영 기반 구축 원년으로 삼았으며 ESG 경영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경영조직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후 ESG 이슈별 대응 방향에 대한 대외적 선언인 ‘ESG 정책’을 수립하고, ESG경영 전담 부서와 유관 부서가 협력해 관리하고 있다. 

인본주의를 담은 차별화된 ESG 경영을 펼친 결과 교보생명은 ‘2022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의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지수’ 생명보험부문에서 1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신창재 회장도 2019년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 최고경영자상’의 초대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최근에는 세계보험협회(IIS)가 선정하는 보험계의 노벨상 ‘2023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Insurance Hall of Fame Laureate)’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사회 절반 이상 사외이사 구성...지배구조 투명화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3월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 사외이사 2명을 신규 선임했다.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와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으로, 교보생명은 KB생명과 함께 생보사 중 최다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하게 됐다. 또한 이사회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투명한 지배구조 정착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경영 강화 ▲상생문화 확산 ▲ESG 의사결정 체계 구축 총 3개의 추진 방향을 기반으로 연도별 주요 과제를 선정했다. 2022년에는 ESG 기반을 구축하고, 2023년에는 ESG 내재화 및 실행력을 강화할 예정이며, 2024년까지는 ESG 경영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ESG 경영 실행력 강화를 위해 ‘ESG협의회’와 ‘ESG실무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2년 3월 이사회 산하에 ‘지속가능ESG위원회’를 만들어 ESG 경영의 추진력과 대응 체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이니셔티브 적극 참여 


신 회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세계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글로벌 이니셔티브 참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글로벌 환경 이니셔티브인 CDP(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에 가입했으며, 올해 1월에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의 지속가능보험원칙(PSI)에도 가입했다. 

교보생명은 유엔글로벌콤팩트의 회원사로서, 유엔글로벌콤팩트가 제시하는 4대 분야의 10대 원칙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며, 이를 회사 경영 전반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기업의 재무적 영향을 자발적으로 공시하는 정보 공개 협의체인 TCFD에 가입해 기후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자료=교보생명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자료=교보생명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생보사 최초 ESG 채권 발행 


교보생명은 2021년 9월 ‘ESG 채권(ESG 인증 신종자본증권)’을 4700억 원 규모로 발행했다. ESG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조달하는 자금이 신용평가사 등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ESG 기준에 적합한지 평가를 받아야 하며, 사후에는 거래소 등에 자금 사용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한 번 찍고 끝나는 것이 아닌 관리·감독 등 꾸준한 사후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발행에 부담을 느낀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교보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ESG 채권을 발행하며 기후변화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탈석탄’ 선언...계열사들도 동참


신 회장의 ESG 경영은 계열사들도 함께한다. 교보생명은 2021년 5월 교보증권,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자산신탁 등 금융 계열사와 함께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국내외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불참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에서 발행하는 채권 인수도 금지한다. 석탄발전소 건설 용도의 일반 채권 인수 중단, 신재생 에너지 등 지속가능 요소를 고려한 친환경 관련 투자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교보 금융 계열사의 ESG 평가 등급이 상승하기도 했다. 교보증권은 최근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2년 ESG 평가’에서 종합 B+(양호)를 획득했다. 이는 2021년 B(보통)등급보다 한 단계 상승한 등급이다. 


지주사 전환 작업 ESG에 긍정적...어피니티 협조 관건


이러한 상승세에 힘입어 교보생명은 올해 초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을 선언했다. 금융지주사로 도약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신창재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 승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ESG 경영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교보생명과 오랜 갈등 관계에 놓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 컨소시엄의 협조가 관건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어피니티, IMM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4개 회사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의 교보생명 지분은 약 24%다. 신창재 회장은 어피니티와 풋옵션(일정 가격에 지분을 되팔 권리) 행사 및 가격 등을 놓고 갈등을 겪어왔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지난달 20일 ‘2023 윤경ESG포럼 CEO 서약식’에서 기조강연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지주사 전환과 지분 분쟁은 별개의 문제로, 연관하는 해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 

신 회장은 “담당 임원이 어피니티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과 접촉해 설명을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협조를 하지 않겠다고 표명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 간 분쟁과 관련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 주주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금융지주 전환을 하는 것을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어피니티는 교보생명그룹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기업 가치 제고는 물론 주주 기반도 넓힐 수 있어, 교보생명이 ESG 경영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