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세대들을 TV 앞으로 모이게 한 송골매 콘서트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이번 명절 50대 단톡방이 술렁였다. KBS2에서 방영한 송골매 콘서트 덕분이다. 특히 평소 다른 가족에게 채널권을 넘겼던 남성들이 이날만큼은 리모컨을 사수했다는 무용담을 전했다. 록 음악에 열광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던 이들은 감회어린 감상평을 주고받았다.

KBS2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 포스터.  (사진= KBS)
KBS2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 포스터.  (사진= KBS)

송골매, 40년 만에 다시 날다

지난 21일 KBS2는 설 대기획으로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을 방영했다. 2022년 12월 일산 킨텍스에서 프로그램 녹화를 위한 공연을 진행했는데 관객 5000여 명이 참석했고 송골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 히트곡을 2시간 동안 열창했다. 배우 이선균과 그룹 엑소의 수호, 가수 장기하 등이 찬조 출연했다.

송골매는 대학가요제가 낳은 산물이다. 1979년 항공대 밴드 ‘활주로’ 출신 ‘배철수’가 중심이 돼 송골매를 결성했다. 이후 홍익대 밴드 ‘블랙테트라’ 출신 ‘구창모’가 합류하며 송골매는 대중이 기억하는 쌍두마차 체제가 됐다. 둘은 훗날 인터뷰에서 대학가요제를 통해 서로의 진가를 알아보았다고 했다. 

송골매가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1984년, 구창모는 밴드를 탈퇴하고 솔로 가수로 나선다. 콘서트 제목의 ‘40년만’은 그 이후 40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송골매는 구창모가 나간 후에도 배철수를 중심으로 199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다. 하지만 밴드의 정체성은 보컬이 좌우할 때가 많다. 송골매도 마찬가지로 구창모의 빈자리가 커 보였다. 

대중에게 송골매는 어쩌면 배철수와 구창모가 함께 있는 모습이 완전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40년만의 비행’이라는 제목을 보고 환호한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50대에게 송골매는

송골매를 오래도록 기다린 이에게 2022년 여름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구창모가 38년 만에 송골매에 합류해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이었다. 9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등에서 성황리에 공연이 열렸다. 

부산 공연을 직관한 강동연(58세) 씨는 “50대가 된 후 이렇게 방방 뛰어본 건 처음이다”며 “두 시간여 진행되는 공연 내내 앉아있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송골매는 강 씨에게 청소년 시절 꿈을 심어준 ‘동네 형’과 같다고 했다. 그는 “대학가요제 나가는 게 꿈이라 중학생 때부터 기타를 배웠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지금은 또래들과 밴드를 결성해 틈날 때마다 공연한다”고 덧붙였다. 

방송을 통해 송골매의 공연을 지켜본 이들도 감회에 젖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성만(56세)씨는 “귀가 다 시원했다”고 했다. 김 씨는 트로트 소재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도 전했다. 김성만 씨는 “모든 중년이 트로트를 좋아하는 세대로 비치는 것 같다”며 “본인은 물론 친한 친구들은 ‘록 음악’을 즐겼거나 아직도 즐긴다”고 전했다.

KBS2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 (사진=KBS)
KBS2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 (사진=KBS)

50대 남성들이 모인 단톡방 분위기는 송골매를 이야기하는 한편 대학가요제를 떠올렸다. 그 음악들을 지금 들으면 아마추어 같은 솜씨이지만, 당시에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고 기억했다. 특히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항공대 밴드 ‘활주로’가 ‘탈춤’을 부르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는 이가 많았다.

서울 용산에 거주하는 송주명(57세) 씨는 “드럼을 연주하면서 노래하던 배철수가 기억난다”며 “초등학교 6학년 때 그 장면을 보고 드럼을 배우겠다고 해 아버지가 화를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사연에 공감을 가진 이가 많았다. 어린 시절 대학가요제를 보고 악기를 배우고는 어설프게나마 밴드 흉내를 낸 이들이 있었다.

경기도 용인의 배 모(57세) 씨는 “대학가요제 밴드 악보를 구해서 연습한 기억이 있다”며 “여러 악기가 모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게 신기했다”고 했다. 

당시 서점에는 대학가요제에서 인기를 끈 ‘나 어떡해’, ‘연’, ‘탈춤’ 같은 밴드 음악을 악기별로 편곡한 악보들을 갖춰 놓았었다. 

송골매 콘서트를 남성들만 즐긴 건 아니었다. 인천의 이유경(55세) 씨는 “여고 동창들 단톡방에서 송골매 콘서트 방송이 화제였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씨는 “송골매가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를 이렇게 많이 발표했는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위에서 인터뷰한 이들 중 아내들이 송골매의 거의 모든 노래를 따라 불러서 놀랐다는 이도 있었다.

방송에 비친 콘서트장은 남성은 물론 여성 팬들도 많이 보였다. 이들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지만 대체로 50대 이상으로 보였다. 송골매가 한창 활동할 때 그들은 10대나 20대였을 테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송골매 멤버들은 일흔을 바라본다. 그래도 배철수와 구창모는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송골매의 공연이 보여준 것은

방송을 통해 본 송골매 공연은 음악뿐 아니라 그것을 향유하는 세대의 취향을 생각하게 했다. 음악을 방송 소재 측면으로 놓고 보면 지금의 방송가는 아이돌 아니면 트로트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지향하는 타겟은 세대 측면에서 둘로 갈린다. 아이돌 소재의 방송은 신세대, 트로트 소재는 중장년 등 신세대가 아닌 세대다.

트로트가 비주류에서 주류에 가까운 위치로 급부상한 배후에는 중장년 세대가 작용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중장년이 트로트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트로트 소재의 방송들을 보면 중장년들이 트로트에 열광한다는 일반화에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송골매 공연에 열광한 중장년 세대에게 그런 반작용이 작용했던 건 아니었을까. 

사실 많은 5060세대가 1970년대와 80년대에 록 음악에 심취했었다. 유럽과 미국의 전설적인 록 그룹의 음악부터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한국적 록 음악까지다. 그 장점들을 잘 다듬은 그룹이 바로 송골매였다.

KBS2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 (사진=KBS)
KBS2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 (사진=KBS)

그동안 KBS가 명절에 내놓은 대기획을 시청률로 보면 나훈아 편은 29%, 심수봉 편은 11.9%, 송해 편은 12.7%였다. 그리고 이번 송골매 콘서트는 6%를 기록했다. 그동안의 시청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조하지만, 그 가치를 숫자라는 척도로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송골매의 ‘40년만의 비행’은 그동안 방송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장르인 록 음악을 재조명했고, 숫자는 적어도 충성도 높은 중장년 팬층을 재발굴한 의의가 있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송골매의 노래들이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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