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페트병 수집에 박차 가하는 지자체
섬유에서 식품용기까지 활용도 무궁무진

기후위기로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환경 파괴로 지구는 예정된 종말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종말은 앞당겨질 수도, 멀어질 수도 있다. 버려진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은 지구를 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는 투명페트병은 재활용 쓰레기 중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 <뉴스포스트>는 도심 속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투명페트병으로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 주-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에 인공지능 재활용 선별로봇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에 인공지능 재활용 선별로봇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지난 6일 전라남도 순천시는 폐자원의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재활용품 보상교환사업'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재활용 가치가 높은 투명페트병 등을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와 재활용도움센터 등으로 가져오면 종량제봉투와 화장지, 포인트 등으로 보상·교환하는 사업이다.

서울 금천구도 같은 날 재활용품을 종량제봉투와 화장지로 교환해 주는 '금천 에코자원 교환 샵'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인천 계양구에서는 재활용품 유가보상 플랫폼인 '신비한 보물가게'의 운영을 재개한다.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포인트를 충전해 주는 방식이다. 이들 지자체 역시 재활용품 교환 대상에 투명페트병이 빠지지 않고 포함됐다. 

생수나 음료 한 병만 사도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투명페트병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다. 각 지자체에서 각종 혜택까지 부여하며 '모셔가고' 있다. 기후위기 가속화로 어느 때보다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투명페트병은 어엿한 '도심 속 자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투명페트병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별도로 분리배출된 투명페트병은 의류를 만드는 장섬유로 재탄생할 수 있다. 투명페트병에서 나오는 섬유로 옷이나 가방, 신발 등 고품질 상품을 제작할 수 있다. 화장품 용기나 식품용기 등 예민한 제품들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다시 새 페트병으로도 탈바꿈할 수도 있다. 일반 플라스틱이 노끈이나 솜 등으로 재활용되는 것과는 달리 투명페트병의 가치는 매우 높다.

해외에서도 투명페트병의 가치는 증명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식품용기 등 플라스틱 용기를 제조할 시 투명페트병 등을 이용한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당장 내년까지 음료 페트병 생산 시 재생원료를 25% 이상,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50% 이상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분리 배출된 투명페트병. (사진=뉴시스)
아파트에서 분리 배출된 투명페트병. (사진=뉴시스)

투명페트병 재활용하려면

환경부도 세계의 흐름에 따라 2030년까지 투명페트병 등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3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파트는 물론 단독주택에서도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투명페트병의 가치에 대한 전 국가적 의식 제고가 없다면, 우리는 해외 주요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플라스틱 공화국'의 오명을 뒤집어쓸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해마다 생산되는 전체 페트병은 30만t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소비하는 페트병만 50억 개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유색페트병을 제외하더라도, 대한민국은 상당한 양의 '투명페트병 생산국'이다.

문제는 생산된 투명페트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해마다 투명페트병을 포함한 재생원료 약 7만 8천t이나 수입하고 있고, 아파트 등에서 별도 수거된 투명페트병도 전체 출고량의 7.5%에 불과하다.

투명페트병이 재활용되려면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라벨을 뗀 후 최대한 부피를 줄인다.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뚜껑을 닫아 배출해야 한다. 뚜껑의 경우 재활용 과정에서 쉽게 분류가 가능해 함께 배출해도 된다.

다만 음료나 생수를 담은 투명페트병이어야 한다. 카페 테이크아웃 잔은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류되는 등 투명페트병과 마찬가지로 음료를 담은 투명색 플라스틱 용기일지라도 분리배출 기준이 제각각이다.

정확한 분리배출 방법을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명페트병의 활용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나 복잡한 규칙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다행히 개선의 움직임은 정부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을 과거보다 완화했다. 올해부터 별도로 분리배출되지 않고,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과 혼합 수거된 투명페트병도 식품용기 재생원료로 제조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안전문제가 협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혼합수거 된 투명페트병은 식품용기 재생원료로 사용되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혼합수거된 투명페트병을 선별하여 재생원료를 생산하는 것을 허용하더라도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안정성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기존의 검증체계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기준 준수 여부 점검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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