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선거 다가오자 거리 현수막 경쟁
정치의 중심지 여의도는 현수막으로 몸살 중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자 정치의 중심지에서는 민심을 얻기 위한 정당들의 현수막 경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무분별한 현수막들이 남발하면서 거리 미관은 물론 환경까지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 현수막이 성인 남성보다 낮은 높이로 걸려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 현수막이 성인 남성보다 낮은 높이로 걸려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13일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는 직장인들이나 주민들로 붐볐다. 도로에는 차들이 몰리면서 교통체증이 일어났다. 본격적인 봄 날씨가 시작되면서 유동인구는 눈에 띄게 늘었다.

국회의사당이 자리한 여의도는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지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각 정당들의 현수막이 가로수를 비롯한 도시 구조물 곳곳에 매달렸다.

거대 양당의 공천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강남구와 송파구 등 영등포구 밖을 벗어난 자치구에서는 비교적 현수막들이 관련 규정을 지키며 걸려 있었다. 현수막이 달려 있지 않은 구역도 많았다.

하지만 여의도라는 상징적인 지역에서는 한 정당이 두 개의 현수막을 연달아 걸거나, 사람의 키가 닿을 수 있는 낮은 높이로 걸기도 했다. 현수막 개수도 다른 지역의 거리와 비교해 약 4~5배 정도 많았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 같은 현수막이 연달아 걸려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 같은 현수막이 연달아 걸려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정당들의 선거철 현수막 경쟁에 대해 시민들은 볼멘소리를 냈다.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A모 씨는 <뉴스포스트>에 "현수막은 정치적 관심이 높은 대한민국에서 매우 익숙한 장면"이라면서도 "선거가 끝난 후에 사라질 정당들의 현수막은 낭비가 아닌 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지적은 더욱 컸다. 영등포구에 거주한다는 주민 B모 씨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정당들이 현수막 쓰레기들은 어떻게 처리할지 의문이 든다"며 "정치적 경쟁도 필요하지만, 환경 파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지만, 일정 때문에 여의도를 방문했다는 C모 씨 역시 "선거가 끝나면, 현수막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는 걸로 알고 있다"며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등 환경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거 같다"고 전했다.

현수막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은 사실이다. 현수막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외에, 폐기 시에도 오염 물질이 나온다. 현수막의 주성분인 플라스틱 합성섬유는 땅 속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불에 태울 시에는 다이옥신 등 인체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현수막을 재활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현수막을 재활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수막이 유발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다양한 대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송파구에서는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제작해 주민들에게 무상 제공했고, 충북 증평군에서는 현수막의 특특한 방수력을 활용해 '양심우산'을 제작했다.

폐 현수막으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사례 말고도, 처음부터 친환경 소재로 현수막을 제작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대전 유성구에서는 공공 현수막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는 사업을 전날인 12일부터 시행했다.

현수막 제작·설치 전 단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부터 각 정당이 걸 수 있는 현수막 개수를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제한했고, 가로등 기둥이나 전봇대에는 현수막을 3개 이상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 어린이보호구역과 소방시설 주변은 설치를 금지했다.

전라북도 무주군에서는 공공 현수막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고, 현수막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이달 전국 최초로 통과되기도 했다. 현수막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치가 총선 정국에서도 지켜질지 시민들의 감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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