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현장
점자정보단말기·관용수어 등 시청각장애인 대상 교육 진행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로 와서 다른 시청각장애인 분들과도 교류할 수 있어 더 좋습니다. 제약 없이 수업을 진행해 저에게 참 도움이 됩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서는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됐다. 손창환 강사가 수강생 한은정 씨에게 수어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서는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됐다. 손창환 강사가 수강생 한은정 씨에게 수어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서는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됐다. 점자정보단말기를 익히는 수업이 끝나고, 관용수어 수업이 시작됐다.

관용수어는 수어를 모르는 농인이 의사 전달을 위해 임의로 표현하는 언어로, '농식수어'나 '농인수어'라고 불린다. 문법적인 수어보다 관용적 표현이 많고, 일상적 표현이나 속담 등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수업 난이도는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수업에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인 한은정 씨가 참여했다. 한씨는 농기반 시청각장애인으로, 청력을 상실했으나 시력은 남아있다. 교육은 한씨와 마찬가지로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손창환 강사가 진행했다. 손 강사는 청력과 시력을 모두 상실한 전농·전맹 시청각장애인이다. 

손 강사는 1대 1로 수어와 촉수어, 필담, 점자정보단말기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 수강생인 한씨에게 관용수어를 가르쳤다. 평소 수어로 소통하는 한씨를 위해 비장애인 수어통역사가 동석해 수업을 도왔다. 

수업은 '금시초문'이나 '희로애락', '자초지종' 같은 사자성어와 '가소롭다', '난제로다', '바닥이 드러나다', '냉혈한' 등 일상적 표현 등을 다뤘다. 손 강사의 설명에 한씨가 내내 웃음을 짓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수업을 지배했다.

한씨는 "교육받기 좋은 환경이 구성돼 있다. 농인수어다보니 제가 이해하기 쉽다. 제약 없이 수업을 진행해 저에게도 참 도움이 되는 수업이다"라며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로 와서 다른 시청각장애인 분들과 교류하게 돼 더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관용수어 수업은 약 1시간 정도 진행했다. 대부분의 수업은 1시간에서 2시간 정도다. 다만 수업을 익히는 속도가 수강생들마다 달라 시간은 더 걸릴 수 있다. 관용수어 수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다른 책상에서는 점자정보단말기 수업이 이뤄졌다. 시청각장애인 1명 당 강사가 1대 1로 붙어서 수강생들은 별다른 제약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서는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됐다. 손창환 강사가 수강생 한은정 씨에게 촉수어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서는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됐다. 손창환 강사가 수강생 한은정 씨에게 촉수어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시청각장애인 발굴·교육 참여 중요"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는 서울시의 지원(복권기금)으로 지난해 7월 소했다. 2019년 밀알복지재단이 설립한 헬렌켈러 센터에서 독립한 것이다. 센터가 문을 열기 전까지는 헬렌켈러 센터에서 시청각장애인 대상 교육이나 자조모임 등이 진행돼 왔다.

센터가 분리되면서 교육 내용은 다양화됐다. 이날 진행된 관용수어 수업 역시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점자정보단말기와 촉수어 강의 외에도 시청각장애인들이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화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진행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손 강사는 "청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시각장애인이 될 경우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한두 번 가르쳐준다고 온전히 그들의 지식이 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도 "우리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그분들이 다 터득할 때까지 제가 교육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 많은 시청각장애인들이 교육의 기회를 얻는 것은 손 강사를 비롯한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현재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인원은 약 15명이다. 해마다 인원은 증가하고 있지만, 전국의 1만 명 이상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시청각장애인 들은 여전히 사회에서 고립돼 있다.

손 강사는 "많은 시청각장애인들 분들이 밖에 나오지 못하고 고립돼 있다. 그분들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분들을 발견하더라도 교육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것에도 시간이 걸린다"며 "고립된 시청각장애인들을 발굴한 이후 여러 가지 서비스를 통해 배움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게 중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립된 시청각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서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되게 낯선 환경이다.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시청각장애인은 TV나 인터넷 등 각종 정보로부터 후퇴돼 있기 때문에 교육을 받는 게 매우 필요하다. 교육을 통해 그분들이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회화가 됐으면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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