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현장
"점자정보단말기, 시청각장애인에게 필수 지원해야"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을 일컫는데, '시청각 중복 장애인'이라고도 말한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사회운동가 헬렌 켈러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제고됐다. 하지만 두 가지 장애를 가진 시청각장애인은 여전히 교육을 포함한 전 사회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헬렌 켈러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편집자 주-

서울 종로구 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서 의사소통 애플리케이션 '달팽이 별' 사용 방법을 교육받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사진=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제공)
서울 종로구 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서 의사소통 애플리케이션 '달팽이 별' 사용 방법을 교육받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사진=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제공)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동시에 가진 시청각장애인은 국내에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 통계는 시청각장애인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인구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중복 등록한 장애인 인구수를 토대로 추정치만 가늠할 수 있다.

지역별 시청각장애인 인구 수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대한민국 지역별 인구 비율에 따라 수도권에 가장 많은 시청각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특히 서울시에는 국내 시청각장애인 총 인구수의 10분의 1이 넘는 1300여 명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공간 역시 서울 지역에서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공간이다. 지난 2020년 8월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산하에서 문을 연 센터는 시청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촉각교구나 어플리케이션 등을 제작해 보급한다. 지난해에는 비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달팽이 별'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뉴스포스트> 취재진은 지난달 30일 센터를 방문했다. 점자정보단말기 등 각종 의사소통 보조기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시청각장애인은 장애 정도에 따라 농맹과 농저시력, 맹난청, 저시력난청으로 분류된다. 장애 발생 시기에 따라 선천성 시청각장애인, 농기반 시청각장애인, 맹기반 시청각장애인, 중도 시청각장애인으로 나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의사소통 보조기구들이 필요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보조기구들이 놓여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보조기구들이 놓여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점자정보단말기는 입력값이 점자로 출력되는 기구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시청각장애인들에게도 필수적인 기구지만, 가격이 매우 높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받더라도  당사자들이 쉽게 구하기 어렵다. 점자정보단말기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교재도 함께 있다. 수어 역시 시력을 전부 잃지 않은 시청각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의사소통 방법이다.

시청각장애인마다 장애 정도와 학습 능력이 다르다. 이 때문에 센터에서는 1대 1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커리큘럼을 거친 후에는 개인에게 맞는 교육이 제공된다. 구체적으로 손가락 점자, 촉수어, 손바닥 필담, 점자 교육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시력과 청력이 전혀 없는 농맹 시청각장애인은 손으로 하는 수어인 촉수어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점자나 수어, 촉수어 등을 익히면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센터에서 정보화 교육 등을 담당하는 조현상 씨는 "시청각장애인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도울 수 있도록 모바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점자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교육한다"고 소개했다.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그는 "의사소통 교육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반응이 좋다. 그중에서도 점자정보단말기를 이용한 교육이 호응도가 높다"며 "점자만 알고 있으면 검색도 할 수 있고, 메신저로 누군가와 소통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교육을 받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은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말했다.

조씨 역시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다. 전맹이면서 난청인 조씨는 시각장애가 먼저 오고, 청각장애가 나중에 나타난 '맹기반 시청각장애인'이다. 소음이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는 비장애인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본인 역시 시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센터에서 교육받는 당사자들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조씨에게도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각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보조기구인 '점자정보단말기'.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시각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보조기구인 '점자정보단말기'.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맹기반 시청각장애인인 조씨가 농기반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를 교육할 때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전했다. 그는 "농기반 시청각장애인 분들을 교육할 때는 수어 통역이 지원되지만, 아무래도 장애 영역이 차이가 있어 서로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면서 "다만 당사자가 교육을 받으면서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 어려움보다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은 센터 차원에서 난제로 꼽힌다. 서울 지역 시청각장애인 추정 인구는 약 1300명이지만, 센터가 문을 열고 약 3년 간 이곳을 거쳐간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는 약 120명이다. 적지 않은 숫자라고 해도, 여전히 많은 시청각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에 고립돼 있다는 방증이다. 더 많은 시청각장애인들을 외부로 이끌어내는 게 센터의 역할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서울 지역 시청각장애인들은 각자 기존에 활동하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센터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처럼 법적으로 별도로 등록돼 있지 않아 발굴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또한 주민센터를 통해 지역의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힐 수 있다. 센터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에게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조씨는 "사회에서는 시청각장애인이 무엇인지, 존재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아직은 많지 않은 거 같다. 매체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에 대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전농맹인) 헬렌 켈러뿐만 아니라 저처럼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는 사람도 있고, 크기만 확대 하면 글자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며 "혹시 주변에 시청각장애인들이 있다면 센터나 관련 기관을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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