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시청각장애인 실태조사' 분석
미국과 독일, 호주의 사례를 중심으로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을 일컫는데, '시청각 중복 장애인'이라고도 말한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사회운동가 헬렌 켈러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제고됐다. 하지만 두 가지 장애를 가진 시청각장애인은 여전히 교육을 포함한 전 사회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헬렌 켈러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국내에는 약 1만 명에 달하는 시청각장애인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보건복지부에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중복 등록한 인구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수도인 서울시에는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이 넘는 1300여 명의 시청각장애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공간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소도시로 갈수록 열악한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서울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9천 명 가까운 시청각장애인들은 여전히 교육을 포함한 전 분야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알려진 수치보다 더 많은 시청각장애인들이 사회에서 고립됐을지 모른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선 장애인 인권 선진국들이 어떻게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펼치는지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적절한 대안은 우리에게도 적용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더 나은 방향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 역시 변화의 물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에는 보건복지부는 국내 최초로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청각장애인 실태조사'라는 보고서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선진국의 사례도 담겼다. <뉴스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선진적인 제도와 정책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봤다.
해외 시청각장애인 지원 현황
시청각장애인 사회학자 헬렌 켈러의 모국이기도 한 미국은 관련 제도와 정책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1967년 헬렌 켈러의 이름을 딴 법을 마련해 시청각장애인을 법적으로 정의했다. 또한 미성년자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장애인교육법(IDEA)에도 개념이 정의됐다.
미국의 시청각장애인 아동 및 청소년은 장애인교육법에 따라 주정부의 책임 아래 학교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립시청각장애인센터(NCDB)는 주정부 및 각급 학교 등에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16세 이상의 청소년 및 성인 시청각장애인에 대해서는 국립헬렌켈러센터(HKNC)가 지원을 담당한다.
시청각장애인 학생을 위해 시청각 전문교사 ▲ 시각손상 학생을 위한 교사 ▲ 보행 지도 전문가 ▲ 청각장애 및 난청장애인 지도 교사 ▲ 의사소통 지원 인력 등이 제공된다. 성인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지원서비스 제공자와 청각장애인 통역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청각장애인 지원 인력 양성을 위한 훈련 기관도 갖춰져 있다.
독일은 미국보다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법적 인정(2016년)이 늦었지만,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독일에서 중증장애인으로 인정받으면 세금공제, 교통비 면제 및 감면, 장애인자동차 주차 및 주자층 발급 등이 가능하다. 그런데 시청각장애인 가정은 특별히 방송수신료를 면제 받을 수 있다. 일부 주에서는 시청각장애인 수당이 추가로 지급되기도 한다.
독일의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중요한 인적자원으로는 '보조인 서비스'가 있다. 장애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와 다른 개념이다. 보조인은 직업과 일상생활, 여가활동 등 시청각장애인들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을 제공한다. 또한 보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 교육 과정도 진행되고 있다.
학교나 사업장 등에서는 보조기기도 지원된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는 장애특성에 따라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를 함께 사용한다. 그 밖에도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촉각 문자 인식이 가능한 특수 손장갑과 촉각시계, 점자입력저장장치 및 출력장치, 점자엽서 등이 있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주거까지 확대됐다. 독일 전역에서 프로젝트 모델형식으로 시작된 '시청각장애인 지원주거(Rade-AbW)'에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끼리 거주한다. 공동 공간에는 컴퓨터 작업공간, 점자프린트 및 점자입력기, 시각기기, 여가활동기기 등 보조기기가 설치돼 있다. 특수교사와 사회복지사, (의료)치료인력, 작업치료사 등의 인력이 지원된다.
고용과 근로 지원 역시 강화되고 있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과 시청각장애인작업장이 운영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장애인단체와 시청각장애인 가정, 전문가, 학자 등이 모여 시청각장애인의 고용서비스 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는 시청각장애인의 연령에 따라 지원 내용이 크게 구분된다. 호주는 국가장애보험(NDIS)을 통해 시청각장애인들을 지원하는데, 6세 이전에 시청각장애를 포함한 장애를 진단받은 아동을 위해 비용을 지원해 준다. 지원서비스에는 청능훈련, 작업치료, 시각교정, 물리치료, 심리치료 및 언어치료 등이 있다.
시청각장애인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시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재활보조기기와 특수 학습장비, 전문 방문상담교사 지원을 학교에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언어치료와 물리치료, 작업치료와 노트필기 등의 학습지원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성인 시청각장애인들은 전문 인력에 의한 활동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작업 치료 서비스'는 신체 및 정신기능 손상으로 특정 작업을 수행할 수 없는 이들을 돕는다. 시청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통역 서비스도 제공된다. 보행훈련 전문가를 통해 이동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한다. 그 밖에도 시각교정, 언어치료, 물리치료, 예술치료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