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옛 성병관리소, 보존이 바람직"
공대위 "李 발언 환영...남은 과제 해결 집중"
불완전한 독립은 또 다른 역사적 아픔을 낳았다. 곧바로 이어진 동족상잔의 비극과 군사 독재는 무수한 국가 폭력을 양산했다. 미군이 진주하면서 국가 폭력의 양상은 성폭력까지 확대됐다. 기지촌 여성들을 향한 잔인한 국가 성폭력은 권위주의 시대와 함께 남성중심적 문화까지 더해져 오늘날까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적 비극을 작게나마 지면에 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경기도 동두천시 소요산 일대에 위치한 옛 성병관리소 건물 존치 문제를 두고 지난해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가 맞붙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동두천시가 철거를 중단했지만, 건물의 '온전한' 보전과 '역사적 공간'으로써의 활용 계획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옛 성병관리소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이 열릴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
19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서 활동 중인 최희신 경기 북부 평화시민행동 활동가는 이날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동두천시와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대화협의체를 진행했고, 9월에는 간담회도 열었다"며 "동두천시도 옛 성병관리소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지만, 온전한 보존과 활용에 대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최 활동가는 "중앙정부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건물의 보존을 지지하면서 동두천시가 올해 안에 건물을 무리하게 철거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성평등가족부에서도 공대위 측에 옛 성병관리소 문제와 관련해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4일 이 대통령은 파주시에서 열린 '경기 북부의 마음을 듣다' 행사에서 옛 성병관리소 건물 존치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이 점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게 가지고 있었다. 저는 보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며 "형식적인 권한은 시와 의회에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시민들이 결단할 사안이다. 당장은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올해 5월 1일 '경청 투어' 일정으로 연천군을 방문했을 때 이 대통령은 옛 성병관리소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공대위 관계자들은 연천군을 방문해 후보였던 이 대통령에게 옛 성병관리소 존치를 호소하기도 했다.
중앙정부로 넘어간 '옛 성병관리소' 존치 문제
1973년부터 1996년까지 운영됐던 동두천시의 성병관리소는 명칭 그대로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던 공간이었다. 보다 더 근본적인 목적은 여성들을 통해 미군에게서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국가는 미군을 상대하던 여성들을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성병관리소에 감금해 강제 성병 검사를 자행했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성병관리소는 동두천시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기지촌 지역 곳곳에서 운영돼 왔다. 하지만 건물이 온전하게 남아있는 사례는 동두천시가 유일하다. 시민사회는 동두천시 옛 성병관리소 건물을 보존해 전쟁성폭력과 국가폭력의 역사를 반성·교육하는 데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 활동가는 "옛 성병관리소 건물 존치 여부는 동두천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전체 '기지촌 여성' 인권 문제로 확대됐다. 공대위의 대화 상대도 동두천시에서 중앙정부로 넘어갔다"며 "동두천시의 예산만으로 옛 성병관리소 건물 보존과 역사적 공간으로써 활용이 어렵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대위는 옛 성병관리소 건물 보존 문제를 해결하도록 성평등가족부와 대통령실 등 관련 기관들 적극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담당하기 때문에 해결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철거 반대를 위한 천막 농성 역시 계속할 것이다. 아마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