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업황 악화로 7개 분기 연속 적자
단기 유동성 확보 위해 CP·ABSTB 발행↑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 피해 주가 하락 방어
PRS·자회사 매각 등 주가 제고·재무구조 개선
내년 흑자 전환 관건…"스페셜티 확대전략 추진"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롯데케미칼은 2024년 창사 이래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발 석유화학 제품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업황 악화 직격탄을 맞으면서 연결 기준 매출 20조4304억원, 영업손실 8948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채 재무특약 위반에 원리금 상환까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도 제기됐고,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를 부채질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 진땀을 뺐다.
올해 상반기엔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며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특히 올해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하자 일각에선 만기 회사채 차환과 차입금 상환을 위해 빚을 돌려막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회사 입장은 좀 다를 수 있다. 회사채 원리금·이자 상환이 미뤄진 적이 없고, 회사 상황에 맞게 CP와 단기사채를 발행해 단기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또 신주 발행(유상증자)이나 전환사채(CB) 등 지분을 희석시키는 자금 조달은 고려하지 않는 대신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과 자회사 매각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CB·ABSTB 발행 파죽지세…단기 유동성 확보 중점
롯데케미칼은 올해 회사채 대신 CP와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단기자금 확보에 나섰다. 회사는 올해 ▲1월 1000억원 ▲3월 1000억원 ▲6월 1000억원 ▲7월 1300억원 ▲9월 1000억원 ▲지난달 500억원 등 총 5800억원의 CP를 발행했다.
ABSTB의 경우 에스디비제십차, 그린무브제일차, 뉴스타엘씨제일차, 키스이제이제십일차 등 특수목적법인(SPC)으로부터 매출채권 기반 5319억원, 대출채권 기반 1883억원, 주식 기반 855억원 등 총 805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몇몇 CP와 ABSTB는 3개월의 초단기 상품인 만큼 회사채나 다른 CP, ABSTB를 차환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8월 2750억원, 9월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됐고, 내년 3월과 4월에도 각각 3950억원, 20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된다.
차환을 위한 단기 자금 조달은 '빚을 돌려막는다'는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장기 차입보다 이자 부담이 적고 유동성을 발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과거에도 회사채 외에 CP와 ABSTB 등 단기 차입을 일정 비중 유지해온 만큼, 이번 발행 역시 회사 상황에 맞게 차입 구조를 유연하게 관리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투증권과 PRS 빅딜…자회사 매각 속속 단행
메리츠증권과 답보 상태였던 PRS 계약도 한국투자증권 인수로 리스크를 덜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이달 롯데케미칼의 PRS 6637억원 어치를 발행어음 계정 등을 통해 직접 인수했다. 거래는 리파이낸싱(차환) 형태로 이뤄졌고, 메리츠증권과 계약의 만기 도래로 이뤄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메리츠증권과 미국 자회사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 지분 40%를 담보로 5% 금리의 PRS 계약을 맺었는데, 메리츠증권이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면 롯데케미칼이 매입하기로 약정했다. 이는 조달한 자금을 다시 써야 하는 리스크가 있어 롯데케미칼에 다소 불리했다.
한투증권은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만기를 4년 이상 늘려 보다 안정적인 구조로 PRS 계약을 맺었다. PRS는 만기 시점에 주가 변동 차익을 정산하는 구조인데, 주가가 상승할 경우 롯데케미칼은 정산을 통해 차익을 얻는다. 상반기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19로 주가가 다소 저평가돼 있다.
자회사 매각도 단행했다. 지난 12일 파키스탄 PTA 생산 자회사(LCPL) 지분 75.01%를 파키스탄 사모펀드와 아랍에미리트 석유화학 트레이딩 기업이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V)에 980억원의 금액으로 매각했다.
지난 6월에는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위치한 수처리용 분리막 생산공장을 매각했고, 3월엔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LCI 지분 25% PRS를 통해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외에도 일본 소재기업 레조낙 지분 4.9%도 2750억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나 CB 등 자금 조달은 단행하지 않았다. 유증이나 CB는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을 불러오는 데다 통상 주가에 악재로 여겨진다. PRS는 반면 지분 희석을 피하면서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주가 상승 시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투자자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고, 계약 만료까지 수수료 수익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내년 흑자 가능성…"고부가제품 위주 포트폴리오 운영"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쏟고 있지만, 주가 부양을 위해 본질적으로는 석유화학 업황 회복이 절실하다. 러시아 원유를 저렴하게 매입한 중국의 공급 과잉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내년에는 에쓰오일의 대규모 석화 프로젝트 '샤힌 프로젝트' 완공이 예정돼 있어 원가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이후 7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데다, 상반기에 신용등급도 한단계 떨어진 만큼 PRS 상환 리스크도 존재한다. 회사채 금리도 상승하면서 접근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회사는 고부가제품 위주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위기를 타개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인도네시아를 주요 거점으로 삼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지역을 적극 공략해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 내 시장지배력 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내 석유화학사업은 합리화를 지속하고 첨단소재, 정밀화학 등 스페셜티 소재의 확대전략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흑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13일 롯데케미칼 목표주가를 8만원에서 11만원으로 상향하면서, 2026년에는 연결 기준 24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6일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준공식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내 한국 기업의 최대 규모 투자 중 하나로, 양국 간 견고한 파트너십을 상징함과 동시에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산업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