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4조원 충족하며 초대형 IB 진입 기반 확보
IB 조직 재편과 자본 확대로 성장 전략 본격화
부동산 익스포저 관리 등 건전성 균형이 핵심 과제
내년 3월까지 대형 증권사 7곳 대표이사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코스피 4000선을 넘어선 증시 호황속에서 수장들의 거취는 각 사의 전략과 시장 신뢰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적과 리스크 관리, 세대교체론까지 맞물린 증권업계의 CEO 연임 구도를 순차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대신증권이 6년 만에 경영 수장을 교체하며 전략 전환의 분기점에 들어섰다. 2020년 취임 이후 3연임을 이어온 오익근 대표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나고 진승욱 부사장이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지난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 RCPS 발행으로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하면서 초대형 IB(투자은행) 도약을 위한 기반이 사실상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대표 체제에서 이 인프라가 실제 성장력으로 전환될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IB 중심 구조로 재편된 오익근 체제 유산
오익근 대표는 라임 사태 이후 흔들린 조직을 추스르고 IB 부문과 자산관리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 왔다. 특히 지난해 종투사 지정을 성사시키며 초대형 IB 진입 요건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종투사 지위는 단순한 면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초대형 IB로 승격될 경우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대비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가능해진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7033억원이었으며, 5월과 6월 총 16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 확충 속도를 높였다. 이어 지난 20일 공시된 335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서면서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위한 최소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RCPS는 상환권과 전환권을 가진 우선주로, 위험·수익 구조를 설계에 따라 세분화할 수 있는 자본조달 수단이다. 이번 RCPS는 총 세 개 트랜치로 나뉘며 제3자배정 방식으로 이뤄졌다.
IB 부문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ECM과 DCM을 분리하고 IPO 부문을 독립시키는 조직 개편을 통해 투자은행 전반의 실행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올해 한택 아우토크립트 한라캐스트 등 9개 기업의 공모 업무를 수행하며 공모총액 2036억3800만원, 업계 7위 실적을 기록했다. IPO 수는 작년 성과를 이미 웃돌았다.
진승욱 내정자 과제는 '초대형 IB 완성도'
1968년생인 진승욱 내정자는 1993년 입사 후 전략지원 경영기획 국제기획 홍콩현지법인 대신자산운용 대표 등을 거치며 조직 구조와 자본정책 전반을 가장 깊게 들여다본 내부 전문가로 꼽힌다.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라인을 모두 경험한 그는 초대형 IB 진입을 위한 남은 과제들을 조율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대신증권은 최근 박성준 IB부문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IB총괄 체제를 신설했다. IPO 기업금융1 기업금융2 등 세부 부문을 보다 세밀하게 나누며 딜 발굴과 실행의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초대형 IB는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하지만 동시에 건전성·내부통제·리스크 관리 요건이 까다로워, 발행어음 인가까지는 최소 2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이번 자본 확충은 진 내정자가 다음 단계에 착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부동산 익스포저와 자본정책 균형이 관건
다만 자본 확충 속도와 위험 관리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새로운 과제로 남아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신증권의 유동화 채무보증 잔액은 3조55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약 96% 수준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확대와 맞물려 우발부채가 늘어난 만큼 자본적정성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국면이다. 초대형 IB는 공격적인 자본 운용과 보수적 리스크 관리가 동시에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진 내정자 체제의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 3552억원, 당기순이익 4651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세도 뚜렷하다. IB 중심의 성장 전략과 리테일 부문의 기존 경쟁력을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을지가 새 대표 체제의 중기적 성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 확충으로 초대형 IB의 문턱에 올라선 만큼, 대신증권이 다음 단계인 발행어음 인가까지 내실 있게 준비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의 주목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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