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업이익·순이익 모두 1조 첫 돌파
회계 오류·펀드 제재 등 통제 리스크 부각
조달 구조 전환·IMA 심사 통과가 남은 과제

내년 3월까지 대형 증권사 7곳 대표이사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코스피 4000선을 넘어선 증시 호황속에서 수장들의 거취는 각 사의 전략과 시장 신뢰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적과 리스크 관리, 세대교체론까지 맞물린 증권업계의 CEO 연임 구도를 순차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한국투자증권)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9832억원, 당기순이익 1조676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1조원을 넘긴 데 이어, 3분기까지 2조원에 근접한 수치를 달성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상품 다변화와 운용 효율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 강세에 따른 평가이익 확대, 신규 고객 유입 증가, 브로커리지 수익 증대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앞서 에프앤가이드는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을 5300억원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실적은 이를 크게 웃도는 8353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96.8% 늘어난 6509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JP모건·골드만삭스·칼라일 등 글로벌 톱티어 금융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리테일·IB·자산관리 부문에 차별화된 솔루션을 도입했다. 글로벌사업본부를 글로벌사업그룹으로 격상시키고 선진국과 신흥국 전략을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해외 수익 비중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위탁매매와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이 동반 상승했다. 3분기 기준 개인 금융상품 잔고는 81조원까지 늘었고, 발행어음을 활용한 모험자본 투자도 수익 확대에 기여했다. 기업금융(IB) 부문 전반의 실적도 개선세를 보이며 전 사업부문에서 균형 잡힌 성장을 나타냈다.


내부통제 '경고등'…IMA 인가에 제동 걸릴까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 이슈는 김 대표의 연임 구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만 회계오류와 불완전판매 등으로 5건의 제재를 받았다. 이 중 2019~2023년 발생한 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제표 과다계상 문제는 '주의' 조치로 일단락됐지만 벨기에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 조사 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제는 IMA(종합투자계좌) 인가 여부와 연계된 리스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발행어음 한도 소진율이 자기자본 기준 81.8%에 달하고 있어, IMA 인가 없이는 추가 레버리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 발행어음 잔액은 17조2290억원으로 전체 조달 자금 중 20.08%를 차지한다. IMA 인가가 필요한 이유는 조달 구조의 확장이자 기존 사업모델의 연속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IMA 인가 요건상 부동산 PF 비중은 발행어음의 10% 이내로 제한돼, 현재 13.9%에 달하는 부동산 금융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 동시에 모험자본 투자 비중은 25%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 수익성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김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단순한 실적 유지가 아니라, 자금 조달 구조와 수익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재편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뜻이다. IMA 인가에 실패하면 레버리지 운용에 제약이 생기고, 인가에 성공하더라도 기존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마지막 변수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사진=한국투자증권)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사진=한국투자증권)

김성환 대표는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한차례 연임에 성공해 현재 2년째 대표직을 맡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실상 연임 확정'이라는 평가가 잇따르지만 단언하기엔 이르다. 최근 증권업계는 단순 실적을 넘어서 내부통제 역량, 리스크 대응 능력, 중장기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추세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IMA·발행어음 인가 절차를 재개하며 증권사 수장에 대한 잣대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정책기조에 발맞춘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도 김성환 대표의 실적 드라이브와 위험관리 중심의 구조 전환이 병존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다만 내부통제 이슈 대부분은 김 대표 취임 이전 발생한 사안들이고, 주요 경영 실적은 명백한 성과로 입증됐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연임을 유력하게 보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이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12월 둘째 주까지 남은 기간은 '실적이냐 통제냐'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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