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전략 균형 맞춘 '투톱 리더십' 주목
WM·해외법인 동반 성장…기초 체력 강화
연금·해외주식 50조 클럽 첫 진입 기록
IMA·디지털금융 등 신사업 기반 확대 나서

내년 3월까지 대형 증권사 7곳 대표이사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코스피 4000선을 넘어선 증시 호황속에서 수장들의 거취는 각 사의 전략과 시장 신뢰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적과 리스크 관리, 세대교체론까지 맞물린 증권업계의 CEO 연임 구도를 순차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왼쪽),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사진=미래에셋증권)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왼쪽),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사진=미래에셋증권)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또 한 번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하며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 체제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두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최근 그룹 발표에서 거취 변화 없이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로써 미래에셋증권은 '세대교체' 이후에도 탄탄한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두 대표는 각자 전문성을 살려 국내외 전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8466억원, 당기순이익은 66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7%와 80.3% 늘었다. 지난 6일 미래에셋증권 실적발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조79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공식 진입했다.


'글로벌 전략가' 김미섭, 해외 성장 견인


이 같은 호실적의 배경에는 두 대표의 뚜렷한 역할 분담과 경영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김미섭 대표는 글로벌 사업과 기업금융(IB) 전반을 이끌며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미국 법인은 945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고, 전체 해외 법인 세전이익도 166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3% 증가했다.

올해 들어 해외 법인 실적은 한층 더 가속화됐다. 상반기 해외법인의 세전이익은 2242억원,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이른다. 인도 현지법인(쉐어칸) 인수 후 성공적 연착륙을 통해 신흥시장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미래에셋증권이 꾸준히 강조해온 '글로벌 다각화 전략'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글로벌 사업 성과와 더불어,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준비 역시 김 대표의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자기자본 12조4190억원, 순자본비율 2928.9%로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모험자본 투자 비중도 20%를 웃돌며 중견·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지원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국내 영업 축' 책임지는 허선호 대표 


허선호 대표는 국내 리테일과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뚜렷한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냈다. 올해 상반기 리테일과 WM 부문의 고객자산은 450조원을 돌파했고, 연금자산과 해외주식 잔고가 각각 50조원을 넘어서며 '50-50클럽'에 가입했다. 수탁수수료 수익도 2163억원으로 전년 대비 26.9% 늘었다. 올해 3분기에는 브로커리지(2637억원)와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918억원) 모두 전 분기 대비 각각 22%, 21% 급증하며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상반기 동안만 약 3조원가량 퇴직연금이 늘어 증권업계 내 적립금 증가 1위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연금자산 50조원 시대를 열었고 증권업계 최초로 연금과 해외주식 잔고 모두 50조원을 돌파했다.


AI부터 가상자산까지 '다각화 전열'


미래에셋증권 사옥 전경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 사옥 전경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은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AI·디지털자산 전담조직 '테크앤드AI(Tech&AI)'를 신설하고 연금시장 확대를 위한 조직 보강, 투자은행(IB) 사업부 신설 등 전방위 혁신에 나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난해 인수한 인도 현지 증권사 '미래에셋쉐어칸'의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통해 인도 시장 내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신흥시장 중심의 해외 사업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목표로 관련 본부를 신설하는 등 내부 준비를 진행 중이며 이미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모험자본 투자 비중 확대를 포함한 제도적 요건에 맞춰 체질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IMA 인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 약 25%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합병 논의가 외부에 공개되면서 해당 지분이 향후 디지털금융 및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서 전략적 자산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고객자산 1000조원 시대에 걸맞은 조직 역량 강화와 혁신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고도화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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