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성장에 구조 변화·수익 축 재편
IB 회복 기반으로 자산관리 새판 짠다
연임 가늠할 발행어음 인가 여부 주목
내년 3월까지 대형 증권사 7곳 대표이사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코스피 4000선을 넘어선 증시 호황속에서 수장들의 거취는 각 사의 전략과 시장 신뢰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적과 리스크 관리, 세대교체론까지 맞물린 증권업계의 CEO 연임 구도를 순차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메리츠증권이 리테일 전용 계좌 '슈퍼365'를 통해 1년 만에 고객예탁자산을 1조원대에서 15조원대까지 끌어올리며 시장 내 입지를 급격히 확장한 가운데,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장원재 대표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리테일과 IB 양축을 동시에 재편한 1년간의 전략이 구조적 전환의 실마리를 제공했지만 수익성 회복과 내부통제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리테일 체질 개선 1년…외형 확장세
'슈퍼365'는 지난해 11월 국내외 주식과 환전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며 시장의 가격 경쟁 구도를 흔든 제품이다. 이 시점부터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조직은 구조적으로 확장됐다. 계좌 수는 1년 만에 약 10배 늘었고 예탁자산 역시 15조원대로 확대되며 회사 성장 축이 사실상 바뀌었다.
특히 올 2분기 외화증권 위탁매매 실적이 55조원을 넘어서며 디지털 채널 중심의 고객 기반이 빠르게 두터워졌다. 리테일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기존 평가를 1년 만에 뒤집은 흐름이다. 대중 인지도 역시 높아졌다. 브랜드 캠페인과 IT 개선 투자가 함께 이뤄지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 속도가 가팔랐다.
다만 성장의 성격은 여전히 '영업 외형 중심'에 가깝다. 무료 수수료 정책의 비용 부담이 이어진 만큼 리테일 순영업수익 회복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고객 기반 확대가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플랫폼 완성도와 서비스 차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개선 속도가 연임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IB 재건과 신사업 구도…포트폴리오 균형 회복
기업금융·운용 부문에서는 구조적 재정비가 진행됐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기업금융본부를 재편하며 ECM·DCM 조직을 강화했고 5년 만에 IPO 주관시장에 복귀했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메리츠제1호스팩'은 그 복귀의 신호탄이다.
실적 지표도 균형 기조를 뒷받침한다.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5504억원, 순이익은 4360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운용과 IB 부문이 고르게 기여하며 부동산금융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는 흐름이 나타났다.
또 눈에 띄는 지점은 PIB센터 신설이다. 올해 여의도와 강남에 문을 연 PIB센터는 고액자산가·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역량을 자산관리로 연결하는 모델이다. 회사의 본래 강점이던 IB 역량을 리테일과 연결하는 통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IB 복구와 리테일 확장이라는 두 축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 보완하며 수익원을 분산시키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연임 승부처는?
장원재 대표의 연임 판단은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회사의 성장 전략이 지속 가능한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은 고객 기반을 단숨에 확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비용 구조와 규제 변수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반면 IB·운용 부문은 조직 재편 이후 균형을 찾아가는 단계로, 초대형IB 도약을 위한 발행어음 인가 여부는 향후 사업 구조를 크게 바꿀 수 있는 변수다. 회사는 올해 7월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하며 초대형IB 지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고, 별도기준 자기자본 7조4823억원으로 요건도 충족한 상태다. 인가를 받을 경우 최대 15조원 수준의 자금조달이 가능해져 IMA(종합투자계좌) 사업 등 비즈니스 확장성이 크게 넓어진다.
메리츠증권은 전략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리더십의 연속성을 중시해 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흐름이다. 장 대표 취임 이후 1년 동안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신사업 구축이 병행됐지만 상당수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리테일 기반 확대와 IB 재건이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내년 3월의 연임 판단은 단기 성과보다 구조적 변화가 궤도에 올랐는지에 대한 중간 점검 성격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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