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7조4000억원…IB 요건 상회
IPO·사모펀드로 비부동산 수익 다변화
디지털 전산투자·NCR 방어로 체질 개선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과 IPO(기업공개)를 양축으로 삼아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입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금융 전반의 체질 개선과 함께 사모펀드(PEF) 출자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나서며 정통 IB로의 전환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하반기 금융당국의 인가 심사를 앞두고 초대형 IB 신규 지정 가능성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6조3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신종자본증권 5240억원을 발행한 데다 이 중 3200억원은 그룹 계열사가 인수해 자금 안정성도 높였다. 초대형 IB 지정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이미 충족했으며 현재 후보군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자기자본 확충은 발행어음 인가 준비와도 맞물려 있다. 해당 사업은 운용자산의 25% 이상을 모험자본으로 편성해야 해 충분한 자본력과 건전성 지표 유지가 필수다. 메리츠는 내부에 발행어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인가 요건 충족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사모펀드 출자로 본격화된 정통 IB 전략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 부문의 체질 개선과 함께 정통 투자은행(IB) 모델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NH투자증권 사장을 지낸 정영채 전 대표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하고 NH투자 출신 송창하 전무를 중심으로 종합금융본부를 신설했다. 이어 KB증권 ECM본부장을 역임한 이경수 상무를 영입하며 IPO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이는 부동산 PF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IPO·M&A·프라이빗 딜 등 비부동산 기반 수익 비중을 키우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적에도 반영됐다. 올해 1분기 메리츠증권의 IB 부문 순이익은 11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했고 기업금융 부문 순영업수익은 1057억원으로 64% 늘었다. 수익원 다변화와 전통 IB 중심 체질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메리츠는 최근 국내 사모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3호 펀드에 150억원을 출자하며 IB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나섰다. 이는 메리츠증권 설립 이후 첫 국내 PEF 출자로, 전통 IB로의 전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로 해석된다. 메리츠가 ECM과 DCM, 대체투자까지 아우르는 종합 투자은행으로 도약할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IT 인프라·리스크 관리 병행 투자 확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병행되고 있다. 메리츠는 오는 2026년까지 총 200억원을 투입해 해외주식 거래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외부 컨설팅사와 함께 전산 안정성 및 고객 보상 체계 개선을 위한 TF를 운영 중이다. 최근 6개월 만에 해외주식 약정액 기준 업계 5위로 올라선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풀이된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NCR(영업용순자본비율) 방어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1분기 기준 NCR은 1234%로, 업계 평균인 873%를 크게 상회한다. 과거 공격적인 PF 전략으로 인한 리스크 우려에서 한층 벗어났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리츠증권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다소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요주의자산에 대한 관리 노력과 자본 확충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발행어음 인가 등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자본비율 관리가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 메리츠' 시너지로 성장 곡선 정교화
그룹 차원의 '원 메리츠' 전략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2022년부터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단일 체제로 운영되면서 전문경영인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과 부문 간 유기적 협업이 가능해졌다. 최근 2년간 그룹 시가총액은 6조원에서 23조8000억원으로 급등했고 주주환원율도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IB와 리테일 간 협업, 그룹 차원의 자금 운용 및 리스크 관리 노하우의 공유는 메리츠의 안정적 성장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가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한 '리스크 통제형 성장' 모델을 정착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발행어음 인가와 초대형 IB 지정 심사 결과는 향후 메리츠증권의 도약 속도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