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수 없는 카톡...수백만명 이탈 '사이버 망명' 동참 확산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홍세기 기자] 1억 2천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이 ‘사이버 검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터넷상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대통령 지적 뒤 검찰이 내놓은 대책이 문제였다. 인터넷을 실시간 모니터한다는 방침이 카톡에서 오가는 사적인 대화까지 수사기관이 바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 되면서 문제가 커진 것이다. 이후 수백만 명이 이른바 '사이버 망명'을 통해 카톡을 떠났고, 카톡의 주가도 며칠간 곤두박칠쳤다. 급기야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폭탄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고 국회는 국정감사 기간 내내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국정감사 3주째를 맞이한 국회의 최고 이슈는 단연 ‘사이버 검열’과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들이다. 이중 사이버검열 논란은 야권에게는 주도권을 가져 올 패가 됐고 여권에게는 피하고 싶은 악재로 논란 축소에 올인하며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때가 기회다’ 야권, ‘사이버 검열’ 총공세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첨석해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IT기업은 커졌으나 공안검찰로 진화한 공권력으로 사이버 망명을 자초하고 있다"며 "삶의 질 향상이 아니라 감시기술을 향상시킨 꼴이다. 기술은 강대국일지 몰라도 정부의 인식은 후진국"이라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검찰이 방송통신 심의절차 없이 직접 (인터넷 댓글을) 삭제할 권한이 없다. 감청은 보충적으로 가능하고 명예훼손은 감청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 받지 않도록 한 헌법 17조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날 우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실상을 파악하고 반드시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며 "필요하면 국정조사, 청문회 실시를 검토하겠다"며 사이버 검열에 공세에 고삐를 당겼다.

우 원내대표는 "연일 사이버사찰 논란이 조지오웰의 1984를 떠올려주고 있다"며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말살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감시체제와 억압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오웰의 염려가 정권에서 현실화되는건 아닌지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톡, 네이버밴드, 네비게이션까지 사찰이 전방위적으로 포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외신도 경쟁하듯 이번 사태를 보도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이 안된다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우상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서 모독이 도를 넘는다는 발언이 오히려 정부가 얼마나 국민들 감시하고 검열했는지 드러내는 발언이다. 결국 이 발언은 국민에 대한 검열이 도를 넘고 있다는 결론"이라며 "박정희 시절 국민감시 체제를 박 대통령이 이어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맹비난했다.

우 의원은 "유신 긴급조치를 연상시킨다. 비판하면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발상의 연장"이라며 "진상조사단은 그동안 이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어떤 사이버 검열과 불법적 감청 압수수색이 자행됐는지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한술 더 뜬 정의당은 서울 한복판 광화문 상공에 ‘삐라 살포식’을 진행했다. 바로 ‘대한민국 IT 민주화 실현’을 요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대북(北)전단이 아닌 대박(朴)전단을 보낸 것.

이날 정의당은 천호선 대표, 서기호 의원, 노회찬 전 의원 등 인사들이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자유 시민 삐라 살포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노란 풍선에 '나의 은밀한 밴드를 허 하라!','텔레그램은 대환영이다, 어서 도망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삐라 3종 세트를 매달아 하늘로 띄웠다.

천호선 대표는 "사이버 상에서 검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발언을 받아들인 검찰이 지침으로 삼아 과거에 하지 않았던 전담팀을 만들어서 이를 실시간 검열하려고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며 "대통령 1인의 심기를 위해서 국민의 권리가 무시당하고 국민들의 의사표현이 통제당하고 감시당해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노회찬 전 의원도 "전두환 군사독재 하에서, 박정희 유신독재 하에서 우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삐라 살포를 많이 하긴 했지만,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이 21세기에 이 삐라를 또 살포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정부의 사이버 검열을 비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일"이라며 "우리나라 헌법 제 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헌법 제 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근거없는 의혹 제기 중단하라”

권은희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야당은 더 이상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보다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없애는데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며 "야당이 진정으로 우리나라 IT업계를 걱정한다면 이를 새로운 투쟁동력을 만들려는 정치적 공세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공격했다.

권 대변인은 "우 원내대표의 말처럼 법률적으로 감청 영장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의미한다하더라도 별도의 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며 "영장만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확한 사실 확인을 먼저 해보기 바라며 국정감사 이후에도 우리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많다"면서 "내년도 예산안, 민생법안 처리 등 의미 있는 일에 국회가 집중하도록 힘을 모아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현숙 원내대변인도 "국민의 인권과 개인정보를 볼모삼아 근거 없는 소문을 사실로 둔갑시키고 있는 제 1야당의 행태에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며 "야당은 현행법상의 정당한 영장 집행조차 권력남용으로 몰아세우고 다음카카오의 공동대표는 법원이 발부한 감청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계속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광범위한 파장을 유발하고 있고, 국민들도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며 "검찰과 경찰, 통신업계도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역량을 모아 사태를 본질적으로 극복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감장에서도 ‘사이버 검열’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이어지자 이를 막아내고자 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피감기관에서 하는 업무현황 보고의 형식과 체제까지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것은 국회의 월권"이라며 "1년 내내 검찰이 처리한 사건들을 종합해 보고하는 자리지, 현안 1개만 보고 따지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용 면에서도 서울중앙지검이 자유민주질서 수호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는데 다른 지검들도 똑같이 판단했다고 해서 천편일률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나왔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 감사의 핵심적 쟁점은 카카오톡"이라며 "서울중앙지검의 업무현황 보고에 보면 이런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찰에서 통신사 몰래 마음대로 실시간 감청을 한다는 등 괴담이 많은데, 국민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서울중앙지검이 카카오톡 감청·압수수색 영장을 어떻게 청구하는지 보여달라"고 말했다.

검찰, 대책 없이 해명만 ‘논란 가중’

검찰이 '사이버검열'논란 사태가 갈수록 확산되자 실무자 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대 국민 의혹해소에 나섰다. 이번 대책회의는 주로 국민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주안점을 두었다. 상당수 국민들은 이를 통해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실시간 사이버 검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나올 것이라 크게 기대했다.

하지만 사이버상 거악 척결을 목적으로 최근 검찰이 구성했던 수사본부의 가이드라인과 크게 다르지않아 '사이버 검열'논란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검찰청은 15일 오후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허위사실 유포사범 대응 방안에 대한 실무자회의를 개최한 뒤 회의 내용을 언론 브리핑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를 통해 명예훼손 피해자가 직접 게시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알려주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제절차를 적극 홍보·지원키로 했다는 게 사실상 내용의 전부다.

'사적인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 할 경우엔 불필요한 부분을 최소화하고 신속히 폐기 처분하겠다',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 등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은 일반론에 불과했다.

특히 1시간여 가까이 진행된 브리핑은 대부분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한 해명만 늘어놨을 뿐 논란을 촉발시킨 검찰의 기존 수사 방침은 그대로 유지했다.

검찰은 '실시간'이라는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실시간 키워드 검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공개된 인터넷상의 글 중 명예훼손과 관련된 글을 찾게 될 것"이라며 "범위를 설정하기는 어렵지만 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만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실시간으로 카카오톡 등 대화 내용을 감시하는 것은 기술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이에 대한 법적인 권한도 없다는 기존의 해명을 반복했다. 허위사실 유포죄는 감청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덧붙였다.

검찰이 고소·고발 없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는 경우 역시 기존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기준이 설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악의적·인신공격적인 허위사실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자체적으로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준이 모호해 검찰이 자의적 기준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대검 관계자는 "전담수사팀이 주로 수사하게 될 사안에 대해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검찰은 '핫라인'을 구축하겠다는 의미에 대해 "피해자 권리구제를 위해 유관부서 담당자끼리 연락처를 주고 받는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히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사이버검열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에 내 놓은 해명이지만 이미 커질대로 커져버린 국민들의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 감청 영장 불응 조치국민 10명 중 4명 찬성

국민 10명 중 4명이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 불응 결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14일 MBN의 의뢰를 받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다음카카오의 감청불응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므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43.5%로, '수사를 방해하는 공무집행 방해이므로 반대한다'는 의견 30.0%보다 13.5%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잘모름' 응답은 26.5%였다.

정당지지층별로 살펴보면, 여야 지지층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무당층에서는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 불응 결정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43.9%로 '찬성한다'는 의견 30.3%보다 13.6%p 더 높은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은 60.7%가 '찬성한다'고 응답했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19.8%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국민의 2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무당층에서는 찬성 의견이 47.4%로 반대 의견 20.8%보다 26.6%p 더 높았다.

영장 불응이라는 탈법적인 발언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검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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