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재 편집국장

[뉴스포스트=이완재 편집국장]지난주 각종 사건사고로 시끄러웠던 가운데 눈에띄는 뉴스 하나가 있었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인 민정 씨가 해군 소위로 임관했다는 소식이다. 최씨의 임관은 재벌가 자녀중 첫 해군장교 임관으로 기록되게 됐다.

이 소식은 여러 부정적인 뉴스의 홍수 속에 단연 신선함이 돋보인 뉴스였다.

이미 몇차례 언론에 노출된 차 씨의 임관 소식은 해군 입대이후 2개월여 힘든 훈련을 무사히 마친 끝에 나온 결과여서 더 주목된다. 물론 그녀가 바로 현재 옥중에 있는 최태원 SK회장의 딸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씨의 딸인 점도 세간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단순히 재벌가의 딸이어서, 외할아버지가 전직 대통령이라서 주목받는 이유의 전부는 아닌 듯하다. 그동안 대한민국 재벌가 2, 3세들은 세습적 부(富)에 안주해 각종 특권을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편법을 동원한 주식취득과 경영 세습, 병역회피, 대마초 흡연 등 갖가지 부정비리에 반복적으로 연루돼 왔다.

그런 가운데 들려온 최 씨의 해군 임관 소식은 신선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일반인도 기피하는 군 복무를 그것도 남자도 아닌 여자가 직접 지원하고 도전했다는 점은 큰 박수를 받을 일이다.

최씨의 임관 소식에 정치권도 긍정적인 논평을 내고 우호적인 시선을 보냈다.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그동안 재벌가의 어두운 소식만을 접했던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이라며 “최민정씨의 해군소위 임관은 재벌가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대한민국의 집권층과 재벌들이 국민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아온 것은 특권을 누리기만 했지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와 실천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앞으로 제2, 제3의 최민정씨가 많이 나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왕실의 자손이나 대통령과 그 아들이 당연하게 병역의 의무를 치르고, 전쟁에도 참전하는 사례는 흔하다. 또 서구 글로벌 기업들의 자손들 역시 애국과 사회봉사활동에 모범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 모두 특권의식과 탈 권위적 마인드가 바탕이 되고 있고, 그것을 당연시 여기는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쪼록 최씨의 이번 도전이 단순한 상징적 의미를 넘어 이 사회 권력과 특권을 누리는 고위층 모두에게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말로만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닌 실천하는 노블레주 오블리주가 바이러스처럼 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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