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감영이 남긴 원주의 유산...조상의 삶의 흔적 그대로

작은 도성과 다름없었던 감원감영…500년간 한자리 지켜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와 민속을 엿보기
원주치악제 축제 기간에 맞춰 동악제 제례를 올려

▲ 원주 시내 중심에 자리한 강원감영 전경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원주천을 따라가는 원도심에는 원주의 역사와 문화를 만든 강원감영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킨 감영은 전국에서 유일한 것으로 그 의미가 특별하다. 강원감영과 더불어 이어진 원주의 유산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500년 역사를 가늠해보는 강원감영

▲ 강원감영의 정문 포정루

조선시대 한양과 지방을 연결하는 창구이자 각 도의 수장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 감영이다. 오늘날의 도청을 생각하면 되겠다. 8도에 한 곳씩 설치된 감영을 통해 어명이 전달되고, 여러 고을에서 거둔 곡식과 진상품이 감영을 거쳐 한양으로 올라갔으니 감영이 있는 곳은 작은 도성과 다름없었다.

▲ 내삼문에서 바라본 선화당

강원도 원주에 자리한 강원감영(사적 제439호)은 조선 태조 4년(1395)에 설치되어 고종 32년(1895) 8도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강원도의 26개 부, 목, 군, 현을 다스리던 지방행정의 중심이었다. 다른 도의 감영이 자리를 옮긴 것과 달리 강원감영은 50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 그 의미가 특별하다.

30여 동에 이르던 건물들 중 감영의 정문이 되는 포정루와 관찰사가 집무를 보던 정청인 선화당, 부속 건물인 청운당이 남아 있고 연못터인 방지의 석축도 볼 수 있다. 복원된 외삼문과 내삼문에 이르는 보도와 내삼문에서 선화당으로 이르는 보도 역시 시간의 깊이를 더듬어가는 안내자가 되어준다.

▲ 관찰사의 집무 공간인 선화당 내부

감영의 중심인 선화당은 정면 7칸, 측면 4칸에 대청마루와 관찰사의 휴식 공간이 함께 있는 겹집의 형태다. 감영으로서의 위엄과 격조가 느껴지는 대청마루에 올라 감영마당을 바라보며 500년이라는 시간 속에 깃든 역사와 문화를 가늠해보고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을 상상해보자.

대관령 고갯길을 따라 동해바다의 수산물이 모이고 평창, 횡성, 정선에서 난 곡식이며 백두대간에서 난 귀한 약초들이 감영의 창고에 모여드는 광경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스쳐간다.

청백리 황희 정승이 세종 5년(1423)에 강원도 관찰사로 임명되어 선화당에 머물렀고, 선조 13년(1580)에 관찰사로 임명된 가사문학의 대가 정철은 자신의 임지인 강원도를 둘러보고 유명한 <관동별곡>을 지었다.

▲ 강원감영사료관의 옛 강원감영 모형도

선화당 왼편 강원감영사료관에는 강원감영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모형과 사진 자료를 비롯해 감영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 감영터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원주역사박물관과 원주한지테마파크…원주의 역사·문화

▲ 원주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 체험공방에서 진행되는 나전칠기 체험

원주역사박물관은 원주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공간이다. 규모는 작지만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와 민속을 엿볼 수 있고, 다양한 공예 작품 전시가 상시로 열린다.

원주 시민은 물론 원주를 찾은 가족 여행객들이 직접 공예품을 만들어보는 체험공방도 인기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에서 나전칠기, 매듭, 한지공예품 만들기 체험 등이 이루어진다.

강원도 행정의 중심이자 문화의 중심이었던 만큼 수준 높은 공예품이 원주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옻 공예품과 한지가 유명해 오늘날까지도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원주는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가 특산품으로 꼽힐 만큼 닥나무 재배지가 많았다. 행정을 담당한 감영에서도 많은 양의 한지가 필요했지만, 궁궐로 올리는 진상품 중 한지가 주요 품목이기도 했다.

▲ 검정색 한지를 뜨는 과정

한지를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간다. 한때 10여 곳에 이르던 원주의 한지공장들 중 이제는 단 2곳만 남았지만, 국산 닥나무를 사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친다. 닥나무 가지를 삶아 껍질을 벗겨낸 뒤 다시 삶아 거르고 으깨는 긴 과정을 거쳐야 하고, 다시 황촉규 점액을 섞고 마지막으로 종이를 뜨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을 뺀 종이를 한 장씩 떼어 말리면 마침내 한지 한 장이 완성된다. 서양의 종이는 50년에서 100년 정도 지나면 누렇게 변하고 삭는 데 반해, 한지는 시간이 갈수록 결이 고와져 그 수명이 천년에 이른다고 한다.

▲ 한지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는 한지역사관

원주한지테마파크는 한지의 역사와 제조 과정을 비롯해 그 우수성과 멋스러움을 느끼고 직접 체험하는 공간이다. 1층에 자리한 한지역사관은 종이의 발명과 전파 과정, 한지의 제조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한지로 만든 옛 생활도구들과 다양한 공예품도 함께 전시해 한지의 고운 색감과 독특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 한지공예품 만들기 체험을 하는 가족

한지체험실은 한지 뜨기와 한지공예품 만들기 체험이 상시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한지를 이용해 작은 수첩이나 보관함, 한지 스탠드 등 다양한 한지 공예품을 만들어보는 흥미로운 시간이다.

궁궐의 동쪽을 지키는 동악단

▲ 치악산 자락에 세운 동악단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오악에 제단을 세우고 산신께 제를 올렸다. 중악에 해당하는 계룡산, 남악에 해당하는 지리산과 더불어 동악에 해당하는 치악산에 동악단을 세우고 원주, 횡성, 평창 등 강원도 고을의 수령들로 하여금 매년 봄과 가을에 제를 올리게 한 것이다.

치악산 자락의 국형사로 가면 울창한 솔숲을 거느린 동악단이 신령한 기운 속에 자리하고 있다. 강원감영과 더불어 조선시대 원주의 위상을 가늠케 하는 유적이다. 새로 부임해 오는 강원도 관찰사가 동악단에 제를 올렸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지금도 원주시에서는 치악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이면 원주치악제 축제 기간에 맞춰 동악제 제례를 올리고 있다.

▲ 원주천에서 쉬어가는 철새들

강원감영으로 모인 강원도의 물자는 육로와 남한강 물길을 따라 한양으로 보내졌다. 원주시를 남북으로 흐르는 원주천에는 배가 닿았던 배말이라는 지명이 여전히 남아 있고, 원주천을 따라 5일장과 중앙시장, 자유시장 등 큰 시장이 형성되었다. 강원감영이 지척이다.

자료 및 사진 제공 한국관광공사

* 여행 tip

강원감영
주소 : 강원 원주시 원일로 85
문의 : 033-737-4767

원주역사박물관
주소 : 강원 원주시 봉산로 134
문의 : 033-737-4371

원주한지테마파크
주소 : 강원 원주시 한지공원길 151
문의 : 033-734-4739

1.주변 음식점
곽만근갈비탕(원주단구점) : 갈비탕, 갈비찜 / 원주시 서원대로 416-4 / 033-766-6646
원주복추어탕 : 추어탕 / 원주시 치악로 1748 / 033-762-7989
소롯길 : 소롯길 별미밥 / 원주시 신림면 성남로 457 / 033-763-4071

2.숙소
베니키아 호텔 비즈인 : 원주시 만대로 7-1 / 033-748-0100
스카이모텔 : 원주시 감영길 53-2 / 033-747-5788 / 굿스테이
치악산 황둔자연휴양림 : 원주시 신림면 소야1길 72 / 033-764-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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