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고 걷고, 춤추고, 노래하는 전주한옥마을

고풍스런 조선의 600년, 한 곳에서 느낄 수 있어
근래 ‘한복데이’ 생겨…젊은층 한복차림 진풍경
한옥마을 한층 풍부하게 만드는 ‘전주의 먹거리’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전주는 후백제의 도읍이었으며, 조선 태조의 본향으로 왕조의 뿌리다. 또 한식과 한복, 한지 등 우리 문화의 참맛이 살아 있는 고장이다.

풍남동과 교동 일대 전주한옥마을은 그 중심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상인들에 대항해 조성한 한옥촌으로, 세월이 흘러 전주를 상징하는 마을로 자리매김했다.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천주교의 성지 전동성당, 한류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 전주향교 등에서 우리 문화의 면면을 만날 수 있다. 한지 공예, 부채 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 공예 체험도 가능하다.

근래 들어서는 ‘한복데이’가 생기며 한복 차림으로 한옥마을에 오가는 젊은이가 많다. 전통 공연 역시 각광받는다. 공연만 보는 게 아니라 식사나 체험 등을 결합해 한옥마을을 한층 풍성하게 누리도록 돕는다. 비빔밥, 오모가리탕, 콩나물국밥 등 먹거리도 빠질 수 없다. 전주한옥마을은 전통과 문화, 활기 넘치는 사람들의 슬로시티다.

전주의 꼿꼿한 정신이 담긴 한옥마을…조선의 600년 담겨있어

▲ 오목대 방면에서 바라본 전주한옥마을 전경

전주는 두말이 필요 없는 고도(古都)다. 견훤이 후백제를 건국하며 도읍으로 삼았고, 후대에는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본향인 전주가 왕조의 뿌리가 됐다. 조선 시대에는 전라감영이 있는 곳으로, 호남과 제주 일대의 중심이었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판소리’의 고장이자,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다.

이를 뽐내기라도 하듯 전주는 고속도로 입구 현판부터 다르다. 서예가 여태명이 쓴 민체다. 한글을 사용하던 백성의 글씨를 닮은 서체다. 그러고 보니 동학농민운동 당시 전주화약이 맺어진 땅이다. 그 자체로 자연과 전통, 철학의 공동체라는 슬로시티의 취지에 부합한다.

풍남동과 교동 일대 한옥을 아우르는 전주한옥마을은 2010년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전주의 역사에 비하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한옥마을에는 전주의 꼿꼿한 정신이 담겼다.

시간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양곡을 수송하기 위해 전군가도가 개설됨에 따라 전주부성은 풍남문을 제외하고 자취를 잃었다. 그러면서 성 밖에 머물던 일본인이 성안으로 진출해 상권을 확장했다. 이에 반발한 전주 사람들이 풍남동과 교동에 조성한 한옥촌이 지금의 한옥마을이다. 오늘날 한옥 600여 채가 어깨를 맞대고 있어, 오목대에 올라 전경을 보면 실로 장관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한옥마을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전국적 명성이 자자한 전동성당

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 여행은 태조로를 걷는 데서 시작한다. 태조로는 풍남문에서 오목대 방면 약 550m 도로다. 한옥마을의 가장 큰 길이자, 경기전과 전동성당이 조선의 시간을 잇는다. 풍남문 쪽에서 태조로로 들어서면 전동성당이 먼저 반긴다.

전동성당은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이 돋보이며, 1914년에 완공했다. 영화 <약속>의 촬영지로 소문이 나며 그 명성이 전국에서 손꼽힌다. 하지만 그 이전에 천주교의 성지다. 1791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순교한 윤지충과 권상연의 순교지 위에 세웠다.

▲ 포토존으로 인기 있는 경기전 내 사고 가는 길의 대나무 숲
▲ 어진박물관에서 보면 경기전의 담장과 전동성당이 시간을 넘나들며 조우한다

전동성당 건너편에 경기전이 있다. 경기전은 전주의 중심이 되는 문화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사스런 터에 지은 궁궐’이라는 뜻으로, 태조의 어진(초상화)을 모신 건물이다. 전주 이씨 시조인 이한과 그 부인의 위패를 모신 조경묘, 조선의 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전주사고의 실록은 임진왜란을 거치며 유일하게 지켜졌다. 내부는 전시관으로 개방한다. 사고 입구의 대나무 숲이 아름다워 포토 존으로 인기다. 북쪽에는 태조 어진 봉안 600주년을 맞아 지난 2010년에 지은 어진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을 돌아보고 경기전 서문 쪽으로 나오면, 경기전 담장과 전동성당이 어우러진 풍경에서 조선의 600년 시간이 한 프레임에 담긴 느낌이 든다.

▲ 한류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자자 둥장하는 전주향교의 대성전 모습
▲ 옛 BYC 공장을 전시공간으로 개조한 교동아트센터

태조로를 걸은 다음에는 평행한 북쪽의 어진길이나 남쪽의 향교길, 그 사이를 수직으로 잇는 전동성당길, 경기전길, 은행로 등을 선택한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을 촬영한 전주향교, 옛 BYC 공장 건물을 개조한 교동아트미술관, 《혼불》의 최명희 작가를 만나볼 수 있는 최명희문학관, 카메라 400여 종을 전시한 여명카메라박물관 등 꼼꼼히 들여다볼 공간이 즐비하다.

한옥마을에서 각양각색 한복입고 전통체험 즐기기

▲ 한복을 입은 젊은이들은 전주한옥마을에 새로운 생기다
▲ 한복은 지금 전주한옥마을에서 가장 각광받는 전통 체험이다

그에 앞서 슬로시티와 어울리는 전통문화 체험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전주한옥마을에서 가장 각광받는 전통 체험은 뜻밖에도 한복 체험이다.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게 놀이처럼 자리 잡았다. 생활한복에서 기생 한복, 커플 한복까지 젊은 층을 사로잡는 고운 한복이 많다.

한옥마을 거리는 한복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전주향교에서 시작한 한복 대여소도 한옥마을에만 20여 곳으로 늘었다. 1시간에 5000원, 3~4시간에 1만 원 선으로 대여 비용도 큰 부담이 없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한복데이’에는 흥미로운 행사들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 전주전통문화관 혼례마당에서 열리는 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뜨다 공연 장면
▲ 식사나 체험 등을 곁들인 패키지형 전통 공연은 이색 즐거움이다
▲ 전주부채문화관에서는 글씨나 그림을 그려넣은 나만의 부채를 만들 수 있다

종전의 전통 체험도 변함없이 진행된다. 전주부채문화관은 부채를 생산하던 조선 시대 선자청의 맥을 잇는다. 여러 가지 부채를 전시하고, 상설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현장에서 부채를 구입해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는 한지 공예를, 전주전통술박물관에서는 모주 거르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근래 들어 공연 관람이 전주한옥마을을 즐기는 방법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주전통문화관 혼례마당에서는 전주문화재단의 마당창극<천하 맹인이 눈을 뜬다>가 10월 17일까지 흥을 돋운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전통 판소리와 현대적 선율이 세대를 초월해 큰 웃음과 감동을 안긴다.

단순히 공연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전통문화 체험, 잔치 음식 체험, 공연 체험이 모두 가능하다. 오후 6시부터 열 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체험하고, 공연장에 입장해 전주 어머니들이 준비한 잔치 음식을 맛본다. 식사가 끝나면 관객과 함께하는 마당창극의 막이 오른다.

▲ 한지산업지원센터의 한지뜨기 체험

9~10월에는 매주 토요일 밤, 한바탕 흥겨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옥마을 상가 영수증 소지자는 10%, KTX나 버스 티켓 소지자는 20% 관람료를 할인해준다. 매주 목․금요일 저녁 7시 30분에는 전주소리문화관 놀이마당(마당극장)에서 <한옥 스캔들>이 11월 20일까지 펼쳐진다.

<한옥 스캔들>은 퓨전 국악과 비보잉이 어우러진 공연이다. 한옥과 연못 등 공간 전체를 무대로 활용한 연출이 돋보인다. <천하 맹인이 눈을 뜬다>와 마찬가지로 저녁 식사와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전북 브랜드 공연 뮤지컬 <춘향>도 오는 12월 13일까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전라북도예술회관 무대에 오른다.

한옥마을 뿐 아닌 한국전통문화전당 또한 전주의 자랑

▲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남부시장 야시장
▲ 서학동예술인마을의 예술 감성이 넘치는 골목

전주의 매력이 한옥마을에 머물까. 한국전통문화전당 또한 전주의 수려한 문화를 담는다. 전주문화관과 한문화관 등 홍보관, 전주의 공예품 전시실 등을 갖춘 열림동, 여러 공방이 입주한 키움동, 공연동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한지 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한지산업지원센터는 한지 뜨기, 한지 공예 등 알차고 실속 있는 체험이 장점이다.

전통시장도 들러볼 만하다. 풍남문 지척에 자리한 남부시장은 전주의 활기를 느껴볼 수 있는 일석삼조의 시장이다.

첫째, 남부시장 본래의 생기다. 조선 시대 남문밖장의 맥을 잇는 장터로, 전주에서 가장 북적이는 시장이다. 둘째,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 펼쳐지는 야시장이다. 시장 통로를 중심으로 이동 판매대가 들어서고, 먹거리와 공예품 등을 판매한다.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파는 짜조와 쌀국수 같은 동남아 음식, 전주비빔밥, 초밥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간다. 셋째, 시장 2층의 청년몰이다. 젊은 작가들이 꾸려가는 젊은 문화 시장으로, 형태부터 문구나 판매 물품까지 종전 시장의 틀을 깬다.

전주의 골목 풍경이 보고 싶을 때는 자만벽화마을이나 서학동예술인마을이 제격이다. 동네 골목과 예술 감성이 어울려 아기자기하다. 구석구석 쉬이 지나칠 수 없는 매혹이 넘쳐나고, 그 속에서 우리 이웃이 살아간다. 천년 고도의 근근한 생명력이요, 그 위에 새롭게 더해진 슬로시티의 숨결이다.

사진 및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tip

<당일 여행 코스>
전통 체험 코스 / 전주한옥마을→전주향교→한국전통문화전당(한지산업지원센터)→남부시장 야시장
풍경 여행 코스 / 전주한옥마을→서학동예술인마을→덕진공원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전주한옥마을→전주향교→한벽당→남부시장 야시장
둘째 날 / 한국전통문화전당(한지산업지원센터)→서학동예술인마을→덕진공원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전주시 문화관광 http://tour.jeonju.go.kr
- 전주한옥마을 http://hanok.jeonju.go.kr
- 어진박물관(경기전 내) www.eojinmuseum.org
- 전동성당 www.jeondong.or.kr
- 전주향교 www.jjhyanggyo.or.kr
- 전주문화재단(<천하 맹인이 눈을 뜬다>) www.jjcf.or.kr
- 소리문화회관(<한옥 스캔들>) http://sori.jjcf.or.kr
- 한지산업지원센터 www.hisc.re.kr

○ 문의 전화
- 전주시청 관광산업과 063)281-5046
- 전주한옥마을 관광안내소 063)282-1330
- 경기전 063)281-2891
- 전동성당 063)284-3222
- 전주향교 063)288-4548
- 전주문화재단 063)283-0223
- 소리문화회관 063)231-0771~2
- 한지산업지원센터 063)281-1530
- 남부시장상인회 063)284-1344

○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전주역, KTX 하루 10회(05:20~21:40) 운행, 약 1시간 4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전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5:30~24:0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 자가운전 정보
호남고속도로 전주 IC→반월교차로 시청·도청 방면 우회전 600m→조촌교차로 시청·전주한옥마을 방면 좌회전 7.9km→금암광장사거리 좌회전 2.8km→태조로 방면 우회전→전주한옥마을

○ 숙박 정보
- 전주한성관광호텔 : 완산구 전주객사5길, 063)288-0014, korean.visitkorea.or.kr(베니키아)
- 인재고택 학인당 : 완산구 향교길, 063)284-9929, korean.visitkorea.or.kr(한옥스테이)
- 전주영화호텔 : 완산구 객사2길, 063)230-5000, www.yeonghwahotel.com

○ 식당 정보
- 성미당 : 비빔밥, 완산구 전라감영5길, 063)287-8800, korean.visitkorea.or.kr
- 신뱅이 : 비빔밥, 완산구 경기전길, 063)282-3030
- 전주전통문화관 한벽루 : 한정식, 완산구 전주천동로, 063)280-7003, korean.visitkorea.or.kr
- 왱이콩나물국밥 : 콩나물국밥, 완산구 동문길, 063)287-6980, korean.visitkorea.or.kr

○ 주변 볼거리
전주객사, 덕진공원, 혼불문학공원, 전주동물원, 한국도로공사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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