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취득 1년미만자 교통사고건수 대폭늘어

“누구나 딸 수 있지만 안전은 보장 못해”
‘운전면허 간소화 정책’ 이대로 괜찮나? 의문
국민 10명 중 6명 “이전에 비해 시험 쉬워”
“절반 가격으로 도로연수” 불법연수 성행
중국에 비해 가격도 저렴, 취득 과정 간편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모든 국민이 편리하게 취득할 수 있어야한다’라는 취지로 시행된 2011년 6월 운전면허 간소화 정책. 직진만 할 줄 알면 되는 정도의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기능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면허 취득 1년 미만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가 2011년 7426건에서 2012년 9247건으로 24.5% 증가하는 등 운전면허간소화 이후 사고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인 안전은 뒷전으로 뒀기 때문에 ‘보통 속성’ ‘3일 만에 면허 취득 가능’ 등의 광고를 내걸고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불법연수가 성행하고 중국에서 면허를 따기 위해 한국관광을 오는 등 규제가 강해야 할 운전면허시험이 쉬워도 너무 쉬운 시험이 돼버렸다. 이에따른 사고위험과 사회적 폐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운전면허 간소화정책 시행 이후 실태와 그 폐해를 짚어본다.

이틀이면 간단하고 쉽게 면허 딸 수 있어

▲ (사진=뉴시스)
운전면허 시험 간소화 제도가 시행된 지 4년. 정부가 지난 2011년 6월부터 규제완화라는 명분으로 과거에 시험항목에 있었던 T자, S자 이런 코스는 아예 없애고 이틀이면 간단하고 쉽게 면허를 딸 수 있게 하는 등 운전면허 시험을 간소화시켰다. 때문에 제대로 운전교육을 받지 못한 운전자들 때문에 운전면허 취득 1년 미만의 초보운전자의 교통사고율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운전면허간소화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YTN ‘국민신문고’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4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를 통해 통계 보정했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현행 운전면허 시험 난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이전에 비해 쉬워졌다’는 응답이 64.5%로 가장 높았고,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8.9%, ‘이전에 비해 더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2.8%로 조사됐다. ‘잘 모름’은 23.8%로 나타났다.

모든 지역과 연령층에서 ‘이전에 비해 쉬워졌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지역별로는 경기·인천(70.0%)에서 가장 많았고, 이어 대구·경북과 광주·전라(각각 66.7%), 부산·경남·울산(66.3%), 서울(64.1%), 대전·충청·세종(59.5%)의 순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도 ‘이전에 비해 쉬워졌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특히 20대(93.5%)에서 90%대로 압도적이었고, 이어 30대(71.4%), 40대(63.2%), 50대(60.8%), 60세 이상(40.9%)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운전면허증 취득 시험제도가 다시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한다. 운전면허 교육시간 증가, 학과시험문제 출제 문제수 증가, 장내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 난이도 상향 및 교육시간 증가와 이에 따른 운전면허 취득기간도 늘어난다.

리얼미터의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운전 미숙자를 줄이기 위해 현행 운전면허 시험을 강화한다면, 어느 부분을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도로 주행 강화’ 응답이 49.5%로 가장 높았고, 이어 ‘모든 부문의 합격 점수 상향(20.0%)’, ‘필수 교육 시간 증설(13.7%)’, ‘기능 시험 강화(11.0%)’, ‘학과 필기 시험 난이도 상향(5.8%)’의 순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제도 개정을 앞두고 운전면허를 교육하고 연습 뒤 당일 시험을 치르는 방법으로 면허 취득을 하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어 불법 교습 수강생을 모집하는 등 무허가 운전면허이 성행하고 있다.

사설 운전교습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거나 직접 받은 경험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듣거나 직접 받아본 경험이 있다(보거나 들어봄 29.9%, 직접 받아봄 23.5%)’는 인지 응답이 53.4%, ‘전혀 모른다’는 미인지 응답이 46.6%로 인지 응답이 미인지 응답보다 오차범위 안에서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면허 불법 교습 성행…사고나면 운전석 바꿔 타

▲ (사진=뉴시스)
‘도로연수 학원’을 빙자해 무허가로 사회초년생, 주부 등 운전이 미숙한 1800명에게 운전 교습행위를 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불법 강사를 동원해 운전교습을 하고 교통사고가 나면 운전자를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보험금까지 챙겼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반값에 운전연수를 시켜준다며 불법으로 운전교습생을 모집해온 일당을 적발해 모집책 이모(38)씨 등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강사로 활동해온 조선족 이모(36)씨 등 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1년 넘게 ‘**시내 도로운전연수’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미등록 자동차운전학원을 운영하면서 교습생 1800명을 모집해 불법으로 운전을 가르쳐주는 대가로 4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운전강사로는 인터넷, 벼룩시장, 구직사이트 등을 보고 찾아온 중국인 이 씨 등 37명을 고용했다. 강사들은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강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운전면허만 소유한 무직자들이었다.

‘최상의 서비스를 최저가로’ ‘원하는 시간, 장소’ ‘코스를 찾아가는 맞춤서비스’라는 광고를 본 강습생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면허만 있고 운전경력이 거의 없거나 연습운전면허를 가진 초보운전자들이었다. 비용은 자동차운전학원(45만원)의 절반인 25만원에 불과했다.

강습비는 모집책이 10만원, 강사가 15만원씩 나눠가졌다. 모집책 이 씨는 개인소유의 차량을 이용해 강습을 시작해 나중에는 강사들의 차량까지 교습에 동원했다. 때문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수석 보조 브레이크와 같은 안전장치도 없는 채로 주행이 이뤄졌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 결과, 운전교습 중 사고도 속출했다. 불법 강사들은 교습생이 사고를 내면 자신들이 운전석에 바꿔타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 불법 운전교습 중 발생한 교통사고일 경우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고 이를 악용한 것이다.

경찰은 “불법 운전교습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교습생이 민사책임은 물론 형사처벌과 연습운전면허 취소처분까지 받게 된다”며 “싼 값에 이끌려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법연수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법 강사를 동원해 교육을 받을 경우 보조브레이크 페달 등의 안전장치가 불법으로 개조돼있기에 지켜져야 할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다. 주의해야한다”고 말하며 “불법 교습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또 규제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국인들 ‘운전면허 원정’까지...‘한국 7일 면허여행’

▲ (사진=뉴시스)
중국인의 한국 운전면허 취득 건수는 2010년에 7064명 정도에서 2012년에는 2만3449건으로, 또 지난해에는 5만991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 5월 기준으로 제주도에서 발급한 외국인 운전면허 중 90%가 중국인이라고 한다.

이렇듯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속성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중국정부는 중국인들의 한국 면허 응시를 제한하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중국 언론에서는 한국에 제도에 대해 비판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에서 면허를 취득하는 중국인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시험이 쉽고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취득 과정이 간편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운전면허 시험 과정으로는 언덕 정차 후 출발, 평행주차, S 커브 주행 등 총 63시간의 교육과 4단계별로 90점을 받아야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고 한다. 기능 교육 때 단 한 번이라도 차 엔진이 꺼지면 탈락이다. 탈락하게 되면 열흘 후에야 시험을 재 예약할 수 있다. 또 한 단계에서 6번 이상 떨어지면 63시간 교육을 다시 받아야 된다.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는 운전면허를 따는데 적어도 한 달 반, 오래 걸리면 6개월까지 시간을 투자해야 되지만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딴다면 이론교육(5시간), 장내 기능시험(2시간), 도로 주행 시험(6시간)을 모두 합쳐 13시간만 받으면 된다. 게다가 각 단계에서 불합격하더라도 1~3일이 지나면 재응시가 가능하고 필기시험도 중국어로 볼 수 있다.

비용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중국 대도시의 경우에는 5400위안 즉 한화 100만 원 정도가 드는데. 한국은 절반 정도의 비용이면 가능하다.

이렇기에 중국 현지에서는 ‘한국 7일 면허 여행’이라는 패키지 관광 상품이 7000~1만 위안(한화 130만~186만원)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중국으로 돌아가서 바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국제 면허증을 공증 받아서 간단한 필기시험을 본다면 중국 내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에 중국 당국은 특히 단기 출국한 유커(중국 관광객)들이 속성으로 외국 운전면허를 따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살펴본 뒤 외교 경로를 통해 이들의 출국, 운전교습, 시험성적 등을 확인해 규정에 맞지 않을 경우 교환발급을 거부할 계획이라 밝혔다.

심사 과정에서 위·변조 행위가 적발된 신청자는 1년 내 운전면허 발급 신청을 할 수 없으며 사기, 수뢰 등 부정한 수법으로 중국 운전면허를 교환 발급받은 사람은 면허를 취소하고 3년 내 다시 신청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외국 운전면허 소지자가 중국 면허증으로 바꿔 발급받으려면 3단계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등 개선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여행사와 운전교습 학원 등이 면허취득을 포함시킨 여행상품을 내놓고 ‘기초가 없더라도 3일이면 시험을 볼 수 있고 중국어 시험문제도 있어 이틀 후 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다. 합격률은 98%’라는 문구로 관광객을 현혹시켜 모집하는 행위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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