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발전 편리와 인간지배 사이 '딜레마'

알파고, 이세돌 꺾고  '바둑' 승리 관심 촉매
SF영화 속 인공지능의 발전 어느새 현실화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은 모두 약AI 속해
20년 이내 현재 직업의 47% 사라질 가능성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지난 3월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치러진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대국은 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았던 인공지능(AI)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편리한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 영화 속에서만 보던 인공지능의 인간지배와 같은 공포감까지 동시에 몰고 왔다.

곧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장점 있지만 두려운 단점도

▲ 이세돌 9단 (사진=뉴시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의 대국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알파고는 많은 이의 예상을 뒤엎고 1~3, 5국에서 세계 최강 이세돌 9단을 제압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는 1202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가 미리 입력된 기보를 ‘딥 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 결과였다. 인간이 평생 못할 양인 프로기사 기보 16만 개를 5주 만에 소화했다고 하니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인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대국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SF영화처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곧 다가올 수 있다.

사고나 학습 등 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을 컴퓨터를 통해 구현하는 기술인 인공지능은 개념적으로 강 인공지능(Strong AI)과 약 인공지능(Weak AI)로 구분할 수 있다. 강AI는 사람처럼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한 자아를 지닌 인공지능을 말한다. 인간처럼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해서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라고도 한다. 강AI는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간형 인공지능과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지각·사고하는 비인간형 인공지능으로 다시 구분할 수 있다.

반면 약AI는 자의식이 없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주로 특정 분야에 특화된 형태로 개발되어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된다. 알파고나 의료분야에 사용되는 왓슨(Watson)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은 모두 약AI에 속하며, 자아를 가진 강AI는 등장하지 않았다. 강AI는 쉽게 말해 영화에 등장해 인류를 위협하는 수퍼컴퓨터·로봇 같은 것이다. 자아를 가지고 자기를 지키려 하며 스스로 진화·발전한다.

약AI 분야는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고 한다. 특히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Very-Large-Scale Integration) 분야와 프로그래밍 분야에서의 큰 진전으로 일본과 미국에서의 인공지능 연구에 대한 노력이 증대됐다. 많은 연구가는 고밀도 집적회로 기술이 진정한 의미의 지능형 기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현재 지능형 컴퓨터는 병렬처리를 할 수 있는 내부구조로 만들어진다. 병렬처리란 수백만 개의 중앙처리장치 (CPU)와 기억장치, 입출력장치가 1개의 작은 실리콘 칩 안에 들어가 있는 집적회로를 여러 개 사용하여 기억·논리·제어 등과 같은 몇 개의 독립된 연산들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컴퓨터는 이 연산들을 직렬 또는 순서대로 행한다. 즉 별개의 입력회로가 데이터를 각 기억장치에 저장하고 이 기억장치로부터 한 번에 하나의 정보가 중앙처리장치로 전달되어 처리되며 그 결과는 외부 출력장치로 출력된다. 이제까지 개발된 가장 빠른 컴퓨터가 1초에 약 100억 번의 연산을 할 수 있지만 거의 순간적으로 수많은 연상과 일반화를 수반하는 인간의 사고작용을 흉내 내기에는 아직도 느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좋은 점 그리고 위험한 점

▲ 영화 '아이, 로봇'

지난 2001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영화를 보면 인공지능의 발전을 아주 잘 말해주고 있다. 과학문명은 천문학적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극지방의 해빙으로 도시들은 물에 잠기고 천연자원은 고갈되어 가던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영화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모든 생활을 감시받고, 먹는 음식조차 통제되는 그 세계에서 인간들은 인공지능을 가졌지만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인조인간들의 봉사를 받으며 살아간다. 정원가꾸기, 집안 일, 말동무 등 로봇이 인간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무한하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살펴본 장점으로는 영화에서와 같이 위험한 일을 인간 대신 인공지능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있다. 인간이 하기 싫거나 귀찮을 일은 대신하기에 생활이 더욱 편리해질 수 있으며 단순노동적이나 대량 작업 등에 이와 같은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을 통해서 답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아를 가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단점 중 하나는 아무리 잘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도 오류나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해킹 등으로 사고 기준이 바뀔 경우 인간에게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연장선으로 영화에서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인류가 기계의 지배를 받을 수 있다는 공포는 영화뿐만 아니라 SF소설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다룬 많은 영화들을 보면 나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인지 못하고, 인간을 파괴하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인공지능을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아이, 로봇’은 무조건 인간에게 복종하라는 의미가 있는 로봇 3원칙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인간이 자유롭게 로봇을 부리는 2035년의 미래가 배경이다. 인간을 위해 청소하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신뢰를 받는 동반자였던 인공지능 로봇이 어느 날 자신들을 창조해낸 ‘래닝 박사’가 살해를 당하면서 이 사건이 로봇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 형사 ‘스프너’의 의심을 받게 된다.

영화 속 인공지능 로봇과 이를 조정하는 컴퓨터는 ‘인간은 전쟁, 환경파괴, 사고 등을 통해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리며, 자유 의지보다는 통제 속에 있어야 안전하다’는 논리로 인간을 지배하려 한다. 인간이 창조해 낸 기계일 뿐이지만 그들이 주는 메시지는 허를 찌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사라지는 직업과 남는 직업은

▲ 영화 '엑스 마키나'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직업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순노동직을 인공지능이 대처하다보니 인간의 능력을 훨씬 앞서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진화/발달로 자동화가 진행되고 지금까지 사람이 해온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짐으로써, 육체노동이나 단순작업뿐 아니라 의사결정까지 기계에게 맡길 필요가 생길지도 모른다.

2013년 영국 옥스포드대학이 발표한 보고서 ‘고용의 미래: 우리의 직업은 컴퓨터화(化)에 얼마나 민감한가’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발달로 20년 안에 인간의 직업 중 47%가 컴퓨터로 대체되거나 직업 형태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10년 후 직업의 65%가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정부는 현존하는 직업 중 50만 개 정도가 인공지능 로봇이나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 3월 한국고용정보원은 우리나라 주요 직업 400여개 가운데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등을 활용한 자동화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동화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미래 기술의 영향을 연구하는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가 제안한 분석 모형(2013년)을 활용했다.

그 결과 자동화에 따라 직무의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업은 콘크리트공, 정육원 및 도축원,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조립원, 청원경찰, 조세행정사무원 등의 순이었다.

환경미화원, 택배원, 주유원, 부동산 컨설턴트, 보조교사, 육아도우미, 주차 관리원 등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상위 30위권 안에 들었다. 이 밖에도 통상 전문직으로 분류되어 온 손해사정인(0.961, 40위), 일반의사(0.941, 55위), 관제사(0.867, 79위)가 자동화에 의한 직무대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반복적인 저숙련 업무뿐만 아니라, 전문성이 요구되는 인지적 업무도 인공지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화가 및 조각가, 사진작가 및 사진사, 작가 및 관련 전문가, 지휘자·작곡가 및 연주자, 애니메이터 및 문화가 등 감성에 기초한 예술 관련 직업들은 자동화에 의한 대체 확률이 낮았다.

안무가, 가수, 메이크업아티스트, 패션디자이너, 감독, 배우 및 모델, 대학교수, 마술사, 초등학교 교사, 물리치료사, 임상심리사 등도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직업으로 분석됐다.

박가열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올 초 다보스포럼에 나온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 직무 대체는 2020년 전후에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단순 반복적인 과업(Task) 중심으로 대체되는 것일 뿐 여전히 중요한 의사결정과 감성에 기초한 직무는 인간이 맡게 될 것이므로 막연히 일자리의 소멸을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여 담당하게 될 직무 영역이 어디까지인지를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이며,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의 열매를 사회 전체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직무대체 위협 근로자들이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직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게 국가 수준의 생애진로개발 전문가 양성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과 로봇을 중심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교육 패러다임을 창의성과 감성 및 사회적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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