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한국닛산 캐시카이 차량의 배기가스 시험 과정 사진을 들어보이며 배출가스순환장치가 작동 중단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또 다시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국내 자동차 시장을 덮쳤다.

지난해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에 이어 이번엔 닛산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유로 6차종으로는 처음으로 문제가 제기되면서 향후 수입차 시장은 물론 디젤 차종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환경부는 조사결과 한국닛산이 국내에서 판매한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캐시카이가 ‘임의설정 규정’을 위반해 질소산화물을 과다배출했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0일간 국내 판매된 경유차 20종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캐시카이는 1km 주행 시 인증 기준(실내)의 20.8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 1.67g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나머지 경유차 19종이 인증 기준의 평균 6.8배를 내뿜은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최근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 논란에 휩싸인 미국 폭스바겐의 ‘티구완’(1.1g)과 비교해도 50% 이상 더 많다.

캐시카이가 도로를 달릴 때 엔진으로 유입되는 공기 온도가 35℃에 달하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EGR)의 작동이 멈추도록 조작했다는 것이 환경부의 판단이다.

이번에 적발되지 않은 회사들도 45∼50도 이상에서는 장치가 중단되도록 돼있지만, 닛산의 경우는 중단되는 온도가 이들 회사 보다 낮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지목된 것이다.

정부 결정에 다소 주관적인 판단이 적용됐다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논란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배출가스 프로그램을 설정하는 정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땅치 않은데다 조작의 고의성도 규명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한국닛산은 환경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닛산은 보도자료를 통해 “닛산은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당사가 제조하는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 및 임의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한국닛산은 “닛산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유로6 인증을 충족했듯이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절차를 통과했다”며 “국내 기준과 유사하게 엄격한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연합(EU) 규제기관들 역시 그들이 조사한 닛산 차량에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대한 임의설정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디젤 차량을 둘러싸고 조작과 환경성 문제가 거듭 불거지면서 자동차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닛산의 캐시카이는 ‘유로6’ 차종으로는 국제적으로 처음 조작으로 판명된 사례라는 점에서 디젤 시장에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당시 위축됐던 수요가 이번 닛산 사태까지 겹치며 더 위축될까 우려하는 눈치다.

실제 지난해 폭스바겐의 조작사태가 알려진 이후 디젤 수요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4월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은 63.5%를 기록,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0.8% 포인트 줄었고 전달에 비해서는 5.5% 포인트 내려갔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다수의 디젤 차량들이 기준치 이상의 질소산화물을 뿜어낸 것으로 확인된 데 대해서는 향후 장기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환경부의 이번 조사에서 BMW 520d를 제외하고 닛산을 포함한 19종이 모두 실제 주행 때 실내인증 기준치보다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현대·기아차, 쌍용차 등 국산차도 포함됐다. 쏘나타, 스포티지 등이 기준보다 더 많은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르노삼성의 QM3는 실내인증기준(0.08g/km)의 17배로 높게 나타나 올해 말까지 개선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에 조사한 20종 외 다른 디젤차에 대해서도 수시 검사를 통해 배기가스 배출 조작 여부를 확인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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