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부 최유희 기자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이달 2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출제진을 9월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이는 이달 초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의 국어 문항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결국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모의평가 문제를 학생들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 사설학원 국어 강사 이모(48)씨는 2010년 이전부터 수년간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 박모(53, 구속)씨에게 은행 계좌와 현금으로 3억원 가량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이 씨는 애초 자신의 강의 교재에 수록할 문제를 만들어달라며 박 씨에게 의뢰하면서 그 대가로 돈을 건넸다.

이후 박 씨는 자신이 아는 다른 교사들에게 일종의 재하청을 주고 문제를 내게 한 뒤 이 씨에게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출제비는 문제당 3만∼5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그렇게 이 씨로부터 받은 3억원 가운데 박 씨는 수천만원을 다른 교사 6∼7명에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모의고사 뿐 아니라 시험문제 유출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2012∼2014년 3년 치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 문제지의 전체 복사본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강남 학원가에서는 이러한 전체 복사본이 유통되고 있으며, 이를 교재로 하는 강의의 수강료는 8주 과정에 최대 3000만원대에 달했다.

또한 지난 11일 또 다른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인 ACT(American College Testing)가 한국과 홍콩 지역에서 시험 당일 돌연 취소되기도 했다.

ACT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ACT사는 “시험 문제가 사전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신뢰할 만한 증거들을 입수했다”고 알리며 한국과 홍콩에서 진행되는 시험에 등록한 학생들에게 한국과 홍콩에서 진행하는 시험을 모두 취소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같이 반복적으로 시험문제 유출이 발생하는 까닭으로 전문가들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일부 사교육 종사자, ‘스타강사’가 되기 위한 강사들 간의 경쟁, 관계기관의 허술한 출제관리 등이 시험 문제나 시험정보 유출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6월 모의고사 사건만 보더라도 서울 강남과 노량진, 목동 등의 학원에서 활동하며 ‘국어 영역’ 스타강사로 불렸던 이 씨가 얻은 불법 정보로 출제된다고 언급했던 ‘가시리’, ‘삼대’ 등의 특정 작품의 고급 정보는 당시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암암리에 급속도로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다보니 사교육 시장에서는 수능과 모의고사 출제 또는 검토위원 경력을 공개하는 것이 금지되어있지만 이를 홍보용으로 앞세워 학생들을 끌어모으는 불법 행위로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강사의 정보력이 곧 실력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학원가에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자식이, 내가 가르친 학생이 대학을 잘 가는 것은 좋다. 그리고 강사가 돈을 잘 버는 것도 좋다.

그러나 떳떳하지 않은 방법으로 성적을 잘 받고 대학을 잘 간다고 한들 학생 본인이나 부모가 과연 자랑스럽고 행복할까. 또한 돈으로 사들인 정보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본인의 직업에 대해 부끄럽지 않고 당당할 수 있을까.

결국에는 이렇게 계속되는 문제 유출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뿌리 뽑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근본 원인을 색출하고 출제기관의 관리에 허점이 없도록 교육당국은 문제 보안을 보다 철저히 강화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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