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최저시급 1만원까지” vs 경영계 “6030원 동결”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노동계와 경영계의 격렬한 대립 속에 내년도 최저임금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고용부 장관의 최저임금 심의 요청을 받은 날인 3월30일로부터 90일 이내인 이달 28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심의,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전날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해 이날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지난 27일까지 6차례 이어진 최저임금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최저임금 월급 고시’와 ‘업종별 차등화’였다.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결정돼 고시됐다. 그런데 지난해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동계가 최저임금의 시급·월급 병기를 주장했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도 월급으로 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6030원, 월급으로는 126만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노동계가 월급 병기를 주장하는 것은 ‘유휴수당’을 제대로 못 받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최저임금을 월 209시간 기준의 월급으로 계산할 때는 주 40시간이 아닌 주 48시간 임금이 적용된다. 하루 8시간씩 5일 근무하면, 하루치(8시간) 임금이 ‘유급 휴일수당’(유휴수당)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PC방, 호프집,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가 유휴수당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노동계는 유휴수당이 적용되는 월급으로 최저임금을 명시해 이들이 유휴수당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월급 병기 주장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오히려 최저임금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미용업, PC방, 편의점, 주유소, 택시, 경비업 근로자들이 실제 근로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해당 업종의 고유한 특성상 불가피하다며 차라리 현실을 인정해 이들 업종의 최저임금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중재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정하되 월급을 함께 표기해 고시하기로 했으며 업종별로는 사업의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어 협상의 최대 쟁점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노동계는 올해 6030원인 최저임금 시급을 1만원까지 인상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반면 경영계는 6030원 동결을 주장하며 양측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무려 4000원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미국, 영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각 국이 잇따라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면 세계 각 국이 왜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에 나서겠느냐”며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 소득기반 확충과 내수 부양의 선순환으로 오히려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조선업 구조조정,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또다시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다면 최저임금 근로자의 98%를 고용하는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더욱 가중하고, 고용불안을 심화할 것이 자명하다”며 “최저임금은 안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양측의 입장이 첨예한 만큼 올해도 최저임금 협상은 7월 초에나 타결될 전망이다. 지난해 최저임금도 노사 양측의 반발로 12차례 회의 끝에 법정 시한을 열흘 넘긴 7월9일에야 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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