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옥희 기자

[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최근 중소기업이나 소규모상이 하기에 적합한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무리하게 진입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골목상권 지배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이 동네 빵집과 음식점 등 영세한 생계 업종에 진입함에 따라 해당 시장 잠식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 ‘제과점업’ 등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으로 지정해 중소기업 기본법상 중소기업 이외 기업 즉 대기업의 신규 진입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기업 진출 금지 업종을 지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중기 적합업종에 대한 대기업 진입 제한을 규정에 따라 권고하고 중재하는 정도이므로 법적인 효력은 없어 실효성 논란을 겪고 있다.

문제 발생 시 당사자 간 합의 도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므로 중소기업계에서는 중기 적합업종 품목을 늘리고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기업이 규모가 미미하고 중기 적합업종도 아닌 중고음반 시장까지 진입해 골목상권 침해와 기업 윤리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르자 중소기업계의 법제화 등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대기업 진입을 통한 시장활성화를 기대하는 입장과 그로 인한 시장잠식을 우려하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서점 사업 진출을 예로 들면 해당 사업으로 기존 시장의 파이는 분명 커졌지만, 후발주자들로 인해 경쟁은 더 심화했고 그로 인한 혜택이 소규모상까지 이어지기는커녕 영세 소규모상들은 쫓기듯 도산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기형적인 유통구조가 만들어지는 등 시장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소비자라면 당연히 대기업이 운영하는 세련된 인테리어, 최신 설비를 갖춘 매장을 선호하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좋은 것’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가치 판단에 따라 다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논란에 대해 경제의 논리로만 바라보면 건강한 문화 생태계 조성 등 다른 중요한 문화적 가치들을 놓칠 수 있다.

수십 년의 역사가 쌓인 지식의 요람이자 정보 공유, 소통 창구로 기능하며 고유의 문화를 형성하던 낡고 오래된 단골가게들이 사라지면 결국 문화의 깊이 있는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문화적인 가치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산업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문화들을 존속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분야까지 두루 살펴 보호, 육성할 수 있는 보다 촘촘한 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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