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옥희 기자

[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기자회견 차 내한한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 중 한 말이 며칠간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한국 제작진들에 대해 자신이 이제껏 70여 편의 영화촬영을 했지만, 이 정도로 전문적이고 신속한 스태프들은 처음이라며 너무 충격적이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명 배우가 던진 이 칭찬은 기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가 아마 한국 영화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에 관해 알았다면 역으로 충격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계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늘어나고 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가 해마다 증가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지만, 영화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 문제는 여전히 더딘게 현실이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태프의 1주간 총 노동시간은 무려 71.8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장시간 근로는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상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만연한 장시간 노동시간과 더불어 최저 생계비(2014년 당시 4인 가구 기준 163만820원)에 못 미치는 영화 스태프의 저임금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영진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영화스태프의 연간 소득은 1445만원(월 평균 120만 원)으로 하위 직급으로 갈수록 저임금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저임금, 밤샘 촬영, 위험천만한 근로 환경 등 영화 스태프의 열악한 근로 여건이 한국영화계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지난 2013년부터 근로 표준계약서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체 조사 결과 2014년 근로표준계약서 사용률은 23.0%로 2013년의 5.1%보다 4배 이상 증가해 영화 제작 현장에 근로표준계약서 도입이 느는 추세다.

2014년 말 개봉한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은 전 스태프에게 근로표준 계약서를 도입해 하루 12시간 촬영 제한과 촬영시간을 넘겼을 경우 추가 수당 지급, 주 1회 휴식일 보장, 4대보험 등 크게 4가지를 보장해 화제가 됐다.

언뜻 당연해 보이지만, ‘열정 페이’와 ‘열정 착취’가 만연한 곳이 영화계이므로 ‘국제시장’ 사례는 ‘천만 영화’ 이상의 의미 있는 또 다른 역사를 썼다는 데서 새로운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영화 제작 현장에서 근로표준계약서 사용이 늘면서 노사 상호간 임금 계산이 편리해지고 영화 스태프들의 근무 의욕이 고취되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근로 표준계약서가 영화 스태프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권고적 조치라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어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영화계 근로표준계약서 사용 확산과 정착을 위해 재정 지원 시 근로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 근로표준계약서 사용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 개정 등을 추진 중이다.

‘영화’라는 결과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그 ‘과정’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천만 영화가 탄생하고 한국영화계가 성장을 거듭한다 한들 그것은 착취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주말·공휴일 휴식을 보장받고 일한 만큼 보상받으며 정당한 처우를 받아야 좋은 영화가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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