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캐릭터 위주 시나리오에 대한 반발인가

▲ 영화 '덕혜옹주' 속 손예진.(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안옥희 기자] 여배우 주연작, 여성 캐릭터 영화 가뭄을 겪던 극장가에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고 있다.

‘덕혜옹주’ 손예진, ‘국가대표2’ 수애에 이어 중견 배우 박지영이 ‘범죄의 여왕’으로 스크린에 복귀하면서 극장가 여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주연뿐 아니라 전체 배역의 20%에 불과할 정도로 여성 배역 자체가 적은 한국영화계 현실에서 이번 스크린 여풍 강세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실제 전도연, 김혜수, 김아중 등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국내 톱배우들도 여러 인터뷰와 지면을 통해 남성 캐릭터 위주 시나리오 등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요지는 영화계의 두터운 ‘유리천장’으로 인해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적어 좀처럼 출연 기회가 오지 않아 여배우들이 원치 않는 공백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예진, 수애 등 여배우와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여성 아이스하키선수, 여성 캐릭터 중심 스릴러 등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손예진은 여배우로서 드물게 올해 3편의 영화를 선보이며 극심한 여성 캐릭터 기근을 겪고 있는 충무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지난 3일 개봉한 ‘덕혜옹주’에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로 분해 역사가 풀지 못한 통한과 개인의 슬픔을 간직한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해 내 충무로를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입증했다.

데뷔 16년 차의 손예진은 덕혜옹주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여배우가 혼자 오롯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품이나 여성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 적은 한국영화계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성비 불균형이 극심한 영화계에서 여배우를 원톱으로 내세워 여성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덕혜옹주’는 현재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여배우 주연·여성 캐릭터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부수고 있다.

이어서 ‘국가대표 2’에서 수애는 여성 스포츠인을 연기해 한국영화 여성 캐릭터 다양화에 기여했다.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리지원 역을 맡은 수애는 기존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펼쳐 차세대 ‘걸 크러시’(Girl Crush·여성이 여성에게 느끼는 강렬한 호감)의 선두주자 자리를 예약했다.

손예진, 수애를 필두로 한 스크린 여풍 대열에 합류할 또 다른 배우는 박지영이다.

색다른 스릴러 ‘범죄의 여왕’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연기파 배우 박지영은 ‘촉’ 좋은 아줌마 미경으로 분해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영화는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 120만원이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과정에서 뜻밖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영화는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내용 전개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손예진, 수애, 박지영 등 거침없는 매력을 발산하는 여배우들의 활약으로 스크린 여풍이 하반기에도 지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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