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이외의 장기 손상과 비염·천식으로 고통…기준조차 없어”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판정 거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3차 조사·판정을 통해 35명에 대한 피해를 인정했다. 2차 판정에서 이의제기를 한 2명에 대한 피해도 추가로 인정돼, 1·2단계 피해자는 총 258명으로 늘었다.

이러한 발표에 1~2차 판정 당시와 마찬가지로 폐 손상만 고려했을 뿐 호흡기나 장기 손상 환자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사·판정위원회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된 752명 중 165명에 대해 우선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8일 밝혔다.

165명에 대한 조사·판정 결과,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이 거의 확실한 사례인 1단계는 14명(8.5%), 가능성이 높은 사례인 2단계는 21명(12.7%), 가능성이 낮은 사례인 3단계는 49명(29.7%),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례인 4단계는 81명(49.1%)로 나타났다.

정부로부터 의료비, 장례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1~2단계 피해자는 피해자로 결론난 전체 인원(165명)의 약 21%인 35명에 그친 것이다.

이 가운데 1단계 13명, 2단계 4명, 3단계 5명, 4단계 24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5명을 추가로 인정하면서 피해자 수는 총 258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피해판정이 폐섬유화에 한정되면서 피해 신청자와 환경단체는 정부의 3차 판정 결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1~2차 판정 당시와 마찬가지로 폐 손상만 고려했을 뿐 호흡기나 장기 손상 환자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폐 이외의 장기 손상과 비염·천식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기준조차 없는데다, 최종 판정을 받을 때까지 1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걸려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살균제 유해화학물질인 CMIT/MIT에 대해 질병관리본부가 위험성을 크게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번 피해자 선정에서는 2명만 CMIT 피해자로 겨우 인정받은 상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폐 이외 질환에 대한 판정기준을 마련하는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3, 4단계 피해자에 대한 판정을 보류하고 새 판정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폐를 통해 혈액에 흡수돼 간·신장·심혈관 등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태아에게도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추가 피해자들이 정말 CMIT(클로로메틸아이소싸이아졸리논)와 MIT(메틸아이소싸이아졸리논)가 들어간 제품만 썼는지 조사하고, 의사 등 전문가 의견도 청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환경부는 폐 이외 질환에 대한 심사 기준을 마련 중이라 밝혔다.

한편 현재 가습기살균제 4차 피해 접수가 진행 중이며, 지난 17일 기준 접수자는 총 303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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