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들썩인 김제동·이은재·한선교, 여당 대표 단식 사태도 주목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5개 상임위원회의 종합감사만을 남겨놓고 3주간의 길고도 짧은 시간을 지나왔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 농성으로 시작한 이번 국감은 새누리당의 전면 보이콧으로 파행국면만 일주일 동안 지속돼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게다가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의 늪에 빠져 여야 날마다 공방전을 펼쳤고, 사실상 무성과 국감이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이에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12일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7일까지 진행된 국감에 대해서 ‘F학점’으로 낙제점을 매겼다. 모니터단이 모니터링을 시작한 지 18년 만의 최하점이다.

이런 와중에 몇몇 상임위에서는 웃지 못 할 장면들이 연출돼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방송인 김제동 씨가 단숨에 국감장 스타로 떠올랐고, MS오피스에 대한 황당 질의로 국감장에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농민 백남기 씨의 사망으로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국민들의 가슴을 또 한 번 저밀게 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민들을 울고 웃겼던 ‘2016 국정감사’ 현장을 되돌아보며 정치권을 향해 각성의 시간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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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국감스타’ 김제동·이은재·한선교
李집권여당 대표, 초유의 단식 농성 강행


◆ 국감스타 된 김제동 “감당하실 수 있나?”

이번 국감은 ‘미르’의 늪에 빠져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해 맹탕국감이었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몇 군데 상임위에서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져 관심이 집중됐다. 매해마다 국감시즌에는 이른바 ‘국감스타’가 되기 위한 의원들의 노력이 눈에 띄었는데 이번엔 딱히 의도한 바는 없어 보여 더 큰 호기심을 자극했다.

먼저 5일 국방위원회 국감장에는 방송인 김제동 씨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국민적 관심을 이끌었다. 이날 질의에 나선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은 김씨가 지난 8월 한 방송에 출연한 영상을 틀었다. 이 영상에서 김 씨는 "일병 때 별들이 모인 행사에서 사회 진행을 맡은 적 있다"며 "제가 군 사령관 사모님께 아주머니라고 부르며 안내해 13일간 영창에 수감됐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차관 출신인 백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진위를 파악해 달라고 요구했고, 한 장관은 "제가 조사했지만 영창에 갔던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군의 부조리 문제이고, 거짓이라면 군을 조롱한 사례라며 국방위 국감장은 김씨의 ‘영창발언’이 화두에 오르면서 김씨의 증인채택 여부까지 논쟁이 확대됐다.

그러나 김씨는 다음 날인 6일 성남시가 주최한 한 토크콘서트에서 “내가 (국감에) 나가면 감당할 수 있겠나”며 “국회에서 국방위원들이 시간이 남아도느냐, 무슨 스토커도 아니고 세금 받고 일하는 국방위 공무원은 세금 주는 국민의 안위에 대해 얘기해야 상식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김씨의 증인채택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지만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본격 착수됐다.


◆ “자질이 없어요, 사퇴하세요?” 당황한 조희연

또, 6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국감장에서는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MS오피스’ 프로그램을 왜 공개 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느냐”며 조희연 교육감을 향해 ‘황당 질의’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어 이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이 행정에 있어서 학교용 업무 소프트웨어 횡령을 했다”고 주장했고, 조 교육감은 “그럼 MS 프로그램을 MS 말고 어디서 사란 말이냐”, “MS를 하는 다른 회사가 없다”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고 주변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것은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위반이다. 그래서 사법기관에 아마 고발해야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조 교육감을 추켜세웠다.

이에 조 교육감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수의계약은 MS 오피스와 한글 워드에만 해당이 됐고, 두 회사가 정확히 독점적인 회사”라며 “아니 모든 학교에서 MS 오피스를 사용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수의계약을 통해) 저희가 29억 원을 절약했다”고 항변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왜 자꾸 핑계를 대느냐. 입찰하지도 않은 이상한 회사가 들어와서 했다”고 발끈한 뒤, “조 교육감은 교육감 자질이 안 된다. 사퇴하세요”라고 소리쳤다.

MS오피스는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단일 화사 프로그램으로 공개입찰이 불가능하다. 이에 이 의원이 MS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약자임을 모르고 야당 공세를 위한 억지 주장을 펼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내가 그렇게 좋아?” 한선교 무리수 도마 위

13일 교문위 국감장에서는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관련 질문을 하다 맞은편에 있던 유은혜 더민주 의원에게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발언해 또 한 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유 의원이 불쾌감을 드러내며 “사과하세요”라고 언성을 높이자 한 의원은 “선배로서 좋아하냐고 물은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동료 의원이 저를 보고 비웃듯 웃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있겠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정식으로 사과하세요”라고 거듭 불쾌감을 표출했고, 한 의원은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 왜곡하진 말라”고 사과했다.

오후에도 논란은 식지 않았다. 도종환 민주당 간사는 “한 의원이 오전에 유 의원에 대한 조건부 사과를 했는데, 당사자가 모욕감을 느끼고 있어서 진정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한 의원을 질칙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저로 인해 교문위 회의에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유 의원이 학교 후배라 긴장감을 놓친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아까 발언은 남녀 문제가 아니라 고개를 돌리며 (무심코) 했던 얘기”라며 “제 말은 그런(성희롱) 쪽이 아니었다. 유 의원이 받아들이기에 불쾌하면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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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백남기씨 사인 놓고 ‘스승과 제자’ 결별
역대 최하위 ‘F’학점 받아 與野 웃나 우나


◆ 집권여당 대표의 단식 농성 ‘초유의 사태’

이번 국감이 시작함과 동시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단식 농성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대한 여당의 반발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녹취록의 ‘맨입’ 발언이 화근이 됐다.

이에 여야의 공방으로 불거져 급기야 새누리당이 전면 보이콧으로 국감에 불출석하는 강수를 뒀고, 이에 집권여당 대표가 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단식 시위를 벌인 것이다.

3주 동안 예정됐던 국감은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파행국면에 접어들어 사실상 1주일은 성과 없이 허비하게 됐다. 야당 의원들만 참석해 진행된 반쪽국감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자 새누리당은 지난 4일 전격 국감 복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일주일 사이에 국감 최대 쟁점현안으로 떠올랐던 미르·K스포츠 재단의 해체 수순이 진행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전경련이 문제의 재단 해체를 공식 발표하자 새누리당의 복당이 순조롭게 이어졌고 이 대표 역시 사생결단 단식 농성을 접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간 당 내부에서는 농성과 국감을 모두 진행하는 ‘투트랙’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결국 일주일 이후 모든 게 정상궤도로 올라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새누리당이 문제의 재단이 해체할 수 있는 시간벌이용 농성 작전을 펼쳤다는 비판적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의 ‘서툰 리더십’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는 시각도 등장했다. 이 대표가 꺼내든 ‘단식카드’는 정치권의 최후의 전략으로 너무 일찍 사용했다는 내부지적이 나왔다. 또 이 대표가 지도부와의 의논 없이 국감 복귀를 결정·선언 등을 번복하면서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에게 “이 대표가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며 “정치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라고 질책을 받기도 했다.

▲ 고 백남기 씨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가 질의에 답변하자 옆자리에 앉은 이윤성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사진=뉴시스)

◆ 故백남기씨 사인 놓고 고개 돌린 사제지간

한편, 고 백남기 씨의 사인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의혹이 결국 제자리걸음을 되풀이하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백씨의 사인을 ‘병사’라고 결론 낸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는 “사망진단서는 소신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며 변경 계획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 이윤성 교수를 비롯한 서울대병원이 ‘외인사’라고 판단함에 따라 백씨의 사인을 놓고 여야는 각각 부검과 특검을 주장하며 공방전을 벌였다.

앞서 백씨는 지난해 11월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머리를 맞고 혼수상태로 317일을 보낸 뒤 지난 달 25일 숨을 거뒀다.

지난 11일 국회 교문위 국감장에는 백씨의 담당 주치의인 백 교수와 이윤성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백 교수는 이 위원장의 법의학 수업을 들었던 제자이다. 사제지간인 이들은 이번 백씨의 사망 사건을 겪으면서 웃음기 가신 사이가 돼 버렸다.

이날 교문위 국감장에 출석한 백씨의 주치의인 백 교수는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로 적은 데 대해 “진단서는 소신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며 변경 계획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옆자리에 앉은 이 위원장은 그게 아니라는 듯이 눈을 감고 고개를 떨궜다.

사망진단서는 주치의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백 교수의 입장변화가 없다면 결과가 바뀌진 않는다. 그러나 여야가 부검과 특검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어 백씨의 사인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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