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 해운업 몰락, AI 확산까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드러난 공통분모는 ‘정부의 부재’다. 초동 대처 실패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아야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정부의 늑장대응이 문제를 키운 셈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외양간이라도 고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시행착오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은 ‘정부의 늑장 대응은 알아줘야한다’는 비아냥으로 승화되고 있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보복에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경제 압박을 노골화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수립을 구상중이라며 2일 뒷북 진화에 나섰다. 한미 양국이 사드배치를 결정한 이후 7개월 만에 중국의 행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다.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은 지난해 7월부터 현실화 됐다. 한류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을 금지한 금한령을 시작으로 한국제품에 대한 덤핑규제 강화, 롯데그룹 중국내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춘제(중국 설)에 한국행 전세기 운항을 불허하는 지침을 내렸다. 앞서 자국 여행사들에 대해 한국행 여행객 수를 20% 줄이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것과 연장선상에 놓인 압박이다.

탄핵 정국을 틈타 중국 사드 담당자인 천하이 외교부 부국장 등이 방한해 버젓이 반대여론을 퍼뜨리고 다니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의 만류에도 일정을 조율치 않고 불청객처럼 찾아와 공공연하게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며 정‧재계를 휘젓고 다녔다.

중국의 이중 잣대도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유달리 한국의 사드 배치에만 유난을 떨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은 2개 포대의 사드를 교가미사키와 샤키리에 각각 배치했다. 이를 통해 24시간 중국 전역을 샅샅이 살펴보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도 일본에 대해서는 한마디 불평도 없다.  

단지 한국이 만만해서일까? 중국은 한국의 안보문제를 경제논리를 내세워 보복하는 치졸한 행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 올해에는 노골적인 수준인 제재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물론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방안은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경제 보복 조치를 기업이나 개인이 해결하기란 더욱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중국과의 대화 채널을 통해 직접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앞서 정부는 "각 분야에서 피해 감소 방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간극이 더욱 큰 상황이다. 사드 보복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된 문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한중 수교 4반세기를 맞은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사드보복 움직임이 더욱 심화한다면 한국경제가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

다행히 뒤늦게라도 대응체계를 구축한 만큼 우리 기업들을 울리는 중국 정부의 불합리한 조치에 대해 합당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중국이 어떤 압력을 가해오더라도 사드 배치 결정은 절대 번복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아 늦지 않게 대응을 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사드배치 정당성과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중국 정부에 대한 설득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외교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안보 이익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되풀이 된다면 뒷북 정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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