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잠룡' 손학규 '빅텐트론', 돌아온 피닉제, MB맨 정운찬까지

왼쪽부터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이인제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면 밑에 있던 용꿈자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일선에 나와 있는 문재인·반기문·안철수 등의 유력 주자들 틈에서 대선 포부를 밝히며 정면충돌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아직 안락한 보금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전남 강진에서 칩거를 마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여전히 잰걸음으로 정치권을 살피고 있고, 최다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피닉제(피닉스+이인제)의 새누리당은 사상 최악의 현재를 보내고 있다.

또 20대 총선에서 물갈이 돼 원외로 빠져있던 친이계(친이명박계)들이 복귀를 예고하듯 MB정부의 대표 인물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선 준비가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가 동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역시도 다른 노선을 선택해야 하는 운명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 손학규의 빅텐트(big tent) 성공할까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의 '빅텐트론'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손 전 고문은 지난해 10월 20일 2년여 간의 칩거 생활을 마치고 '제7공화국' 체제를 제시하며 정계에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정치권 주요 쟁점 사안이 있을 때마다 칩거 중에 있는 그를 찾는 정치인들의 발길이 그의 정치력을 가늠케 했다.

그의 정계 복귀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주요 야당에서 '손학규 모시기' 경쟁을 펼쳐 왔다. 그러나 손 전 고문은 지금까지도 그의 최종 거취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끝까지 정치적 셈법을 다 따져보겠다는 그의 의지가 신중해보이면서도 정치적으로만 비춰진다는 평가가 엇갈리게 나타나고 있다.

손 전 고문은 일단 복귀와 동시에 민주당 탈당을 선언해 사실상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는 결별을 고했다. 이에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의 거취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될 시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정국을 휘둘러 손 전 고문은 관심밖 인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제3차 대국민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본인이 스스로 찍은 사진을 언론사에 제공한 사실이 주목받은 바 있다.

손 전 고문이 민주당을 떠난 건 문 전 대표와의 최종 경합에서 승률이 떨어진다는 자체 판단이 작용했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면서 최근 주장하고 있는 '빅텐트론'은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반기문·안철수 등 유력 주자들과의 '반문연대'라는 분석도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의 지지율 부진과 당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호남민심이 손 전 고문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어 손 전 고문이 연대의 중심축에 서있는 모습이다.

특히,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어 손 전 고문이 칩거 이후 드디어 전성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권을 꿈꾸던 손 전 고문이 주자로 우뚝 설지, 킹메이커로 방향을 전환할지가 관건이다.

 

◆ 13번 당 바꾼 이인제의 '대통령의 꿈'

이번 4·13 총선에서 7선의 고지에 오르지 못하고 원외로 물러난 한 중진 의원이 있다. 그는 1948년 제헌국회 이래 2500명이 넘는 의원 중에서 9개의 당적을 가졌던 세 명의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이인제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란히 최다 당적 보유자로 분류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6선의 국회의원과 두 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13번이나 당적을 바꾼 이력도 만들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 김영삼정부에서 만45세의최연소 노동부 장관에 발탁돼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정치 유망주였다. 또 1995년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되며 그의 정치적 욕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1997년 국민신당 후보로 치른 대선에서 3위를 기록했고, 2000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내 경선에서 만나 거세게 불어온 '노풍'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12일 "당 정비 시 대선후보 경선에 나갈 것"이라며 대권 출마 의지를 표명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가 '개혁보수신당'을 출범시키면서 친박계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을 추진하던 새누리당이 분열되면서 반 전 총장의 거취는 비박계 쪽으로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친박계 새누리당의 대권 주자로 이 전 최고위원과 황교안 권한대행을 염두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새누리당 분열 직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7선 고지에 실패하고 수차례 당적을 바꾸면서 '철새'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이 정치력 회복을 위해 전략적으로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아직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적 쇄신의 결과에 따라 생존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인 비대위원장을 '폭군'으로 지칭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대권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둥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이 전 최고위원의 대선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 MB맨도 대권 합류, 정운찬 시동 건다

정치적 베이스 캠프라 아직 두드러지 않았지만 대선을 향해 큰 포부를 밝힌 이가 또 있다. 이명박정부의 대표 인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준비가 끝나면 1월 달쯤에 선언할 수 있다"며 대권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총리 또 "“그야말로 후발주자라 계속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며 "누구든지 함께 할 준비는 돼 있지만 바라보는 방향이 같아야 한다"는 연대전략도 언급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당이 제시하는 방향성이 다른 데보다는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노골적으로 국민의당을 언급하며 향후 거취를 넌지시 드러냈다.

정 전 총리는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 역시 문을 열었지만 친박계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그어 노선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는 "손학규·정운찬 등 뜻을 같이하는 모든 분들을 모셔 '대선 드림팀'을 만들겠다"며 정 전 총리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주유 계파 세력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친이계의 동향 역시 관심 대상이다. 정 전 총리가 먼저 깃발을 들고 선봉에 나서 앞으로 이들의 활동반경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5일 최근 방한한 폴 매너포트 전 도널드 트럼프 대선 선거대책위원장과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는 19일 자신의 책 출판기념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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