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판매업자’가 직접 밝히는 불법보조금 전말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현대인들에게 있어 휴대폰이 가지는 의미는 개인의 차가 있겠으나 그 누구에게도 결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뉴스포스트>에서는 현대인들의 삶에 일부로 자리매김한 휴대폰 관련 평소 소비자들이 알지 못했거나 궁금했던 이야기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에도 ‘불법 보조금’을 통한 휴대폰 판매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다만 ‘폰파라치 제도’ 도입 이후 ‘뽐뿌’, ‘호갱님’, ‘빠삭’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판매됐던 방식과는 달리 ‘밴드’ 등 일대일 거래가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폰파라치’란 휴대폰 개통 시 불법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요하는 유통점을 신고하는 이들로 폰과 파파라치의 합성어다. 만일 불법 보조금 등을 지급한 휴대폰 대리점이 보상금을 노린 폰파라치에 의해 적발되면 해당 대리점은 포상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과 동시에 통신사에 벌금까지 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통점들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까지 휴대폰을 판매 중이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강변역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사진=선초롱 기자)

지난 29일 기자가 찾은 서울 강변역 인근 휴대폰 집단상가(강변 테크노마트)는 한산한 모습 그 자체였다. 정기 휴무일이 아닌데도 직원이 없이 판매대가 비어있는 매장이 적지 않았고, 단통법 시행 후 장사를 접고 떠난 매장들 자리가 공터로 남아 있었다.

매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손님 역시 드문드문 보였고, 구매 상담을 받는 고객들 또한 거의 없었다. 과거 싸게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손님들이 줄을 서던 풍경은 시쳇말로 옛말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중고 휴대폰을 취급하는 매장 주변에 몇몇 손님들이 있을 뿐이었다.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아서인지 취재 차 방문한 기자에게도 끊임없이 말을 거는 등 손님을 붙잡기 위한 호객행위는 예전보다 더 심해진 모습이었다.

A씨는 강변역 테크노마트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10년 째 운영 중이다. 소위 말하는 ‘폰팔이’가 그의 직업으로, 그나마 A씨의 휴대폰 매장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인근에 있어 예전보다 이곳을 찾는 손님이 확 줄었음에도 나름 장사가 된다고 한다. 기자는 그에게 최근 업계 동향 및 불법 휴대폰 판매 실태 등에 대해 들었다.

 

A씨는 “요즘 이런 집단상가를 찾는 손님들이 크게 줄었어요. 예전에는 집단상가 내에서만 발품을 팔아도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 똑같이 비싸니… 인터넷이나 집 근처 매장에서 구입하는 분들이 많아졌죠”라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뽐뿌와 호갱님, 빠삭 등 커뮤니티 사이트는 물론 네이버나 다음 카페를 통해 휴대폰을 대량으로 싸게 판매했었어요. 하루에 판매되는 단말기 수가 100~200대를 넘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죠. 단말기가 부족해 다른 지역의 단말기를 퀵서비스를 통해서 받는 경우도 많았어요. 판매자들은 휴대폰을 많이 판매할 수 있어서 좋았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죠. 그때도 역시 불경기였지만 경쟁은 가능했었어요. 노력해서 소비자와 소통하면 노력한 만큼 벌 수 있었어요”라며 단통법 시행 이전에 대해 회상했다.

인터뷰 도중 매장 앞을 지나가던 손님에게 A씨는 “찾으시는 휴대폰 있나요? 상담 받고 가세요”라고 외쳤으나 손님은 무심하게도 그를 휙 지나쳐 갔다.

A씨는 “지금은 보다시피 단통법 이후 집단상가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크게 줄었어요. 그런 탓에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밴드 등의 앱을 이용해 활로를 찾는 판매자들도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것도 얼마가지 않았어요.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오피스텔 같은 곳에서 몰래 저렴하게 판매를 하는 판매점이 생겨났죠. 그런데 지금은 이마저 찾아보기 힘드네요. 속된 말도 죄다 벌금 맞고 망했거든요”라고 설명했다.

단통법 이후 휴대폰 판매량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폰파라치 제도 강화로 편법 또는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에 강력한 제동이 걸리며 휴대폰 유통시장의 밑바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불법 휴대폰 판매가 완전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예전에 비해 더욱 음성적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이다.

A씨는 “공개적으로 휴대폰을 판매하던 공간에서 이제는 암호화된 용어들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죠”라며 “밴드를 이용한 판매의 경우 폰파라치를 걸러내기 위한 인증(재직증명서 등)까지 필요한 걸로 알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불법 휴대폰 판매의 존재 이유 아세요? 그건 수요가 있기 때문이에요”라며 “단통법 이후로도 여전히 저렴한 휴대폰을 찾는 이들이 있고 판매점으로서도 살아남으려다 보니 불법인 걸 빤히 알면서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변역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사진=선초롱 기자)

A씨는 휴대폰 유통시장의 복잡한 피라미드 구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휴대폰 유통업계의 ‘최하위계층’인 판매점은 단말기 판매대수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을 경우 불이익을 받게 되요. 판매점을 관리하는 상위계층인 대리점에서 판매장려 리베이트를 줄이거나 정산금액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등 패널티를 주죠. 판매량이 예전에 비해 하락하면 평소에는 대부분 그냥 넘어갔던 ‘고객의 부가서비스 유지일 1~2일 부족’, ‘고객의 휴대폰 분실’ 등을 문제 삼아 정산금을 한두 달 미루는 등 횡포를 부리죠. 심하게는 거래를 끊기도 합니다”라며 쓴 웃음 지었다.

실제 휴대폰 유통시장 구조는 이동통신사-대리점-판매점의 하향식 구조로 돼 있다. 이통사에서 휴대폰에 대한 단가(보조금, 할부원금, 약정기간, 약정할인, 부가서비스, 판매장려 리베이트 등)가 정해진 뒤 대리점을 거쳐 판매점으로 하달되는데 여기에는 제조사의 지원금도 함께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에서 대리점에 판매대수에 따른 판매장려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SK텔레콤으로 개통되는 갤럭시S7에 대한 통신사의 판매장려 리베이트가 단말기 당 5만원,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대리점에 특정 기간 동안 1000대를 판매할 경우 단말기 당 5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면, 판매점은 휴대폰 한 대를 판매할 때마다 10만원의 이익을 가져가게 된다. 보통 대리점은 2년 동안(2년 약정) 소비자가 지불하는 이동통신비에 대한 수수료(대리점 통상수익)를 계산해 단말기 당 추가로 리베이트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 같은 리베이트가 판매점의 수익이 되는 구조다.

다시 말해 판매점은 통신사와 제조사에서 내려주는 단가표를 토대로 공시지원금 외에 대리점으로부터 받는 판매 장려금을 추가로 얹어 할인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휴대폰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휴대폰 유통업계 구조상 판매점이 대리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A씨는 “판매점은 대리점에 영업을 해서 휴대폰 가격, 단말기 등을 받아서 판매하는 곳이에요. 당연히 ‘을(乙)’의 입장이죠. 대리점의 심기를 거스르는 순간 판매점은 문을 닫아야만 해요”라며 “그렇게 폐점한 곳들이 수두룩해요. 여긴 집단상가라서 들어오고 나가는 게 더 확실하게 보이죠”라고 말했다.

A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2년여 전 부터 집단상가 차감 정책까지 도입돼서 같은 기종을 개통해도 집단상가 판매점이 2-3만원씩 더 비싸게 물건을 받죠. 도입 취지는 집단상가가 싸다는 이미지가 강해 일반 길거리 소매점들이나 대리점들 판매가 힘들고 그래서 이를 독려하기 위한 것인데 결론적으로는 집단상가 판매점이 역차별을 받고 있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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