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대가로 보험가입 강매 '꺽기'부터 '예금부풀리기'까지...'최다 횡령 은행' 오명

(사진=뉴스포스트 DB)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 광주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거래 은행인 농협 때문에 맘고생을 했다. 2014년 10월 농협은행 광주 모 지점에서 16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는 대가로 보험 상품 가입을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대출 당시 A씨는 월 100만원의 보험 상품 2건을 가입했지만 다음 달에도 월 200만원의 보험 상품 가입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은행이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다른 금융상품을 강매하는 일명 ‘꺾기’ 영업. 농협은행은 우월적 지위 악용한 ‘꺾기’ 수법으로 A씨에게 총 2,100만원을 수취해 간 것이다.

서민금융을 자처하는 은행인 농협은행이 대출 대가로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를 지역민에게 강요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꺾기 영업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뽑아 들었지만 농협은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갑질을 반복하고 있었다.

농협은행은 대출고객에 구속성 금융상품을 판매(꺽기)해 금융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올 1월 은행법 위반으로 기관경고와 1억원 규모의 과태료 및 기관경고 처분을 받은 지 3개월여 만의 일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제재 공시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22일 당국으로부터 구속행위 금지 의무 위반행위로 기관 과태료 280만원과 임직원 1명에 대한 주의 및 7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조사 결과 농협은행은 중소기업인 차주에게 시설자금대출 16억원의 대가로 월 100만원의 저축성보험상품 2건을, 11월에는 월 200만원의 보험 1건을 가입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수법으로 차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총 2,100원을 수취해갔다.

은행법 제52조에 따르면 은행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 개인의 여신거래와 관련 여신실행일 전후 1개월 이내에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또한 월수입금액이 대출금액의 100분의 1을 초과하는 은행상품을 판매해선 안된다.

또한 여신거래와 관련해 차주의 관계인의 의사에 반해 은행상품의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차주가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인 경우에는 차주의 의사를 불문하고 이 같은 행위를 불법 영업으로 간주해 규정한다.

농협은행의 우월적 지위 남용한 꺽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구속성 금융상품 판매와 보험상품 모집광고 의무 위반 등으로 기관 문책과 과태료 380만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농협은행은 중소기업 차주 3명에 취급한 대출 5,500만원과 관련 구속성 보험상품 4건을 판매해 총 1,100만원을 부당하게 수취했다. 대출 4,200만원과 관련 보험상품 1건을 판매해 9백만원을 수취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은행의 대표적 갑질 행위인 꺽기를 근절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구속행위 과태료 산출 기준(은행이 수취한 금액의 12분의 1) 때문에 대다수 적발사례에서 금액이 지나치게 낮게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문제점을 반영해 새로운 과태료 산출 방식을 적용한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을 4월중 금융위 의결을 거쳐 시행하려고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개정안에서는 부과 기준에서 ‘은행이 수취한 금액의 12분의 1’ 조항이 삭제된다”며 “이를 통해 은행권 전반에 만연한 ‘꺾기’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꺽기를 근절하기 위한 내부통제전산시스템을 계속 강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투명하고 합리적인 대출 체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수년 전 농협 직원으로부터 ‘기존의 연금보험은 금리 보장이 안 되는 상품이라 수령 시 해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화가 왔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내비치니 직접 만나 설명해 주겠다고 하더라. 다음날 회사 앞으로 찾아온 농협 직원은 금리 하락 추세가 심화되는 선진국 사례집을 보여주며 금리가 보장되는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열변을 늘어놨다. 금리가 계속적으로 떨어질 것을 고려하여 금감원에서 최저보증이율을 만들어 놓았지만 해택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기존 상품과 약관 내용이 유사한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면 수 천만원의 이득을 본다는 통계를 보여주며 소정의 사은품도 주겠다고 했다. 의아했던 부분은 보험 해지 재가입 상담원과 통화 시 ‘직원의 강요가 있었냐’고 물으면 없었다고 대답하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이 같은 농협의 영업행위가 불법 인지 전혀 몰랐다”

회사원 박모(34)씨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농협 직원의 권유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유사 상품으로 갈아타 후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설명을 들을 때는 내용과 수익이 더 좋아보였지만 실제로 보험 가입 기간이 줄어들어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 같이 ‘불리한 보험을 갈아타야 한다’고 접근해 부당한 수수료를 챙기는 것도 농협은행의 불법 영업 방식이다.

보험업법에서는 기존 보험 계약이 소멸된 뒤 1개월 전후로 보장 내용 등이 비슷한 새로운 보험 계약을 청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은행 39개 영업점은 보험계약자 42명에게 기존에 가입한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보장 내용이 유사한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했다. 농협은행은 이 같은 방법으로 수입보험료 14억7천900만원과 판매수수료 4천600만원을 챙겼다.

올 1월에 이 같은 부당행위를 포함한 예금잔액부풀리기 등을 불법 행위로 1억670만 원의 과태료와 기관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농협은행이 은행업무와 관련해 중징계 처분인 '기관경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발된 농협은행의 불공정 영업행위는 총 5가지다. △예금잔액증명서 등 부당발급 △보험계약의 부당한 소멸 △불공정영업행위 금지위반(수수료 부당 수취) △신용카드 약관 사전신고의무 불이행 △개인신용정보의 부당조회 등이다.

농협은행 9개 영업점은 2012년 8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건설사 등 49개 거래처에 예금잔액증명서를 변칙으로 발급해줬다.

건설사들은 입찰에 참여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농협은행은 거래처인 건설사의 예금이 담보로 잡혀 있는데도 담보가 잡히지 않은 온전한 예금인 것처럼 위장하는 방식으로 거래처 자금력을 부풀렸다. 농협은행의 실적 또한 덩달아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3월14일는 고객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개설 신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해당 고객과 이름이 같은 제3자의 개인신용정보를 부당하게 조회하고 이를 이용해 제3자 명의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1건을 개설하기도 했다.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은행은 고객의 신용정보를 신용정보주체가 신청한 금융거래 등 상거래 관계의 설정 및 유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영업점과 직원 개인의 실적과 성과를 위해 금융소비자의 개인신용정보까지 이용하는 불법행위를 벌인 것이다.

농협은행이 앞서 '횡령·유용건수 최다 은행'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이 국내 18개 은행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횡령·유용 건수가 가장 많은 은행은 농협은행(42건)으로 나타났다. 농협은 사고 건수와 횡령액(2010년 82억 횡령 사고) 모두 시중 은행 중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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