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협약 체결 안해 동반성장지수 '0점'...'상생 꼴지' 오명
사측 "처음 동반지수 대상선정, 과정상 오류 인정" 해명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식품업계의 착한 기업’으로 불려온 풀무원이 동반성장 의지가 없는 기업으로 비쳐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동반 성장지수 평가에서 사실상 낙제점인 ‘미흡’을 받으면서 협력업체와 10년째 이어온 ‘상생간담회’의 의미가 무색해 진 것. 풀무원은 그간 ‘착한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직·간접 혜택을 누려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는 분위기다.

 

(사진=뉴스포스트DB)

상생 강조 하더니...‘날벼락’

동반성장지수에서 ‘미흡’ 평가를 받은 기업들이 비호감 기업으로 찍히는 모양새다.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2011년부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20조의 2’에 따라 매년 1회 동반성장지수를 공표하고 있다. 지난 28일 155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6년도 동반성장지수 공표 결과 ‘최우수’ 등급은 25개사, ‘우수’는 50개사, ‘양호’ 58개사, ‘보통’ 12개사, ‘미흡’ 10개사로 나타났다.

동반위는 올해부터 ‘보통’ 아래 등급인 ‘미흡’ 등급을 신설했다. 동반성장 평가 취지를 훼손한 기업에게 ‘상생 낙제점’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미흡’을 평가받은 기업 중 의외의 기업이 있었다. 바로 ‘바른 먹거리’ 기업으로 불려온 풀무원이다.

풀무원은 코스트코 코리아, 볼보코리아,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 타타대우상용차, 한솔테크닉스, S&T모티브 등 다른 9개 기업들과 함께 ‘미흡’ 평가를 받았다. 이들 10곳 중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기업이 9곳, 협약이행평가 실적을 제출하지 않은 곳이 1곳이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참여하지 않아 협약이행평가 점수에서 ‘0점’을 받은 셈이다. 이들 기업은 주로 외국계 기업들로 우리 정부의 공정거래협약도 체결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오만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풀무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풀무원은 공정거래협약 자체를 체결하지 않아 동반 성장지수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미흡’ 판정을 받았다.

동반위 관계자 오모씨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풀무원은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 오 씨는 “국내 매출액 상위 600개 기업 중 사회적 관심 및 파급효과가 큰 기업이 동반성장지수의 평가 대상이다”며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에게는 평가 항목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해당 사실을 고지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는 동반위의 ‘중소기업 체감도조사’와 공정위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를 각각 50:50의 비율로 합산해 이뤄진다”며 “따라서 평가에 앞서 공정거래협약 체결 선행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결과가 동반성장지수의 참고 데이터가 되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기업들 스스로 공정거래협약을 체결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 양모씨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공정거래협약이란 말 그대로 당사자들간 공정거래와 동반성장 의지를 약속 하는 것이다”며 “이 협약을 체결 함으로써 기업 스스로 동반성장을 할 의무를 지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이 되면 기업들이 서둘러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평가 항목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 자체적으로 팀을 신설, 상생협약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협력사를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등 상생 효과를 내고 있다”고 의의를 강조했다.

 

(자료=동반성장위윈회 제공)

공정거래협약 체결, 안했나 못했나

그렇다면 풀무원은 왜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일까. 

풀무원은 이번에 처음 동반성장지수 기업에 포함돼 과정상의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다양한 동반성장 노력을 해 온 만큼 이 같은 미흡 평가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풀무원 관계자 이모씨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지 않아 ‘미흡’ 등급으로 판정 받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 이 씨는 “동반성장지수 대상으로 풀무원이 신규 편입되는 과정에서 내부소통, 정보수집 등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며 “올해 안으로 전 협력업체와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해 2017년도 평가에서는 등급을 회복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현재 운용중인 상생간담회 및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속 유지시켜 동반성장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풀무원은 협력업체들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11년째 간담회를 개최해왔다. 올 3월에도 협력업체 51개사를 초청해 풀무원의 사업방향과 비전을 공유하고 상생협력의 의지를 다졌다.

이처럼 상생을 위해 노력해온 풀무원이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미흡 평가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책임을 가리기 이전에 이미 풀무원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풀무원은 동반성장지수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다는 지적과 이미지 실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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