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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편의점에 등장한 '킹스베리'...넌 누구니?
[이슈추적] 편의점에 등장한 '킹스베리'...넌 누구니?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8.03.15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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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나영 기자)
3월 12일, 서울 중구의 편의점에서 기자가 직접 구매한 킹스베리 (사진=김나영 기자)

[뉴스포스트=김나영 기자]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삼각 김밥, 핫바, 우동 등 레토르트 제품이 독차지하던 편의점 식품코너에 대왕딸기가 등장했다. 가로 6.5cm, 세로 3cm 초반으로 달걀만한 딸기의 정체는 ‘킹스베리’. 두 개 들이 한 상자에 2천원이다. 국내 딸기 농가의 93.4%(2017년 기준)을 차지하는 ‘설향’의 경우 킹스베리를 유통하는 편의점과 같은 계열사의 슈퍼에서 500g에 5000원, 1kg에 8000원 선에 판매한다. 편의점에서 킹스베리를 구매하던 김혜선(28·여) 씨는 “딸기 한 개에 천원이면 너무 비싸다 싶지만, 주변에 진열된 식품들도 2천원은 넘기 때문에 살 만하다”며 “SNS에서 킹스베리가 엄청 크고 맛있다는 글을 봐서 궁금했다”고 말했다.

소포장한 과일이나 편의점 신상품을 즐겨먹는 이들 사이에서 ‘킹스베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지만 ‘#킹스베리’라는 검색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은 2900여 건을 웃돈다. 소포장된 킹스베리를 판매하는 편의점 관계자는 “킹스베리는 SNS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킹스베리의 경우 들여놓은 물량의 90% 정도가 판매돼 다른 과일에 비해 폐기율이 낮은 편”이라며 “편의점 일반 딸기와 비교해 매출이 30%정도 높다”고 말했다.

 

수입 과일이냐구요? 육종만 10년 걸린 한국 품종입니다

이름만 보면 수입 과일 같지만, 킹스베리는 국내 토종 과일이다. 충청남도 농업기술원 논산 딸기시험장에서 2007년에 교배육종을 시작해 2016년 품종보호출원을 마쳤다. 일반 딸기보다 크기가 커서 이름을 ‘왕딸기’라 지으려고 했으나, ‘왕’, ‘최고’ 등의 단어는 품종명에 붙일 수 없어 ‘킹스베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킹스베리는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 딸기 농가의 90%를 차지하던 일본산 딸기인 '아키히메(章姬)'가 빨리 자라 재배면적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개발된 품종이다. 킹스베리를 개발한 충청남도 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 김현숙 연구사는 “킹스베리를 개발하는 동안 설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설향을 뛰어넘는 새로운 딸기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며 “딸기의 대중성도 중요하지만, 큰 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틈새시장을 노리면 충분히 수요가 있겠다 판단해 킹스베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설향이 딸기 품종 국산화를 이끌었다면, 킹스베리는 국산 딸기 품종 다양화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국제 식물 신품종 보호동맹(UPOV)'에 가입하면서 10년 후부터 품종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0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재배되는 딸기 중 85.9%가 일본 품종으로, 엄청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정부가 딸기 육종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국내산 딸기 '설향'이 탄생했다. 설향 재배 비율은 2007년 28.6%에서 시작해 2017년 93.4%까지 성장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컬링팀이 "한국 딸기가 맛있다"고 언급해 화제가 된 품종이다. 킹스베리는 딸기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내 딸기 품종이 설향으로 획일화되는 것을 방지했다는 평을 받는다.

킹스베리는 크기가 큰 만큼 조직 내 세포 크기 또한 커서 약간 무른 특성이 있다. 때문에 이동·수송 중 물리적으로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원은 "킹스베리가 무르긴 하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국내 품종 중에는 설향과 경도가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또, 킹스베리는 흰가루병에는 약하지만 잿빛곰팡이병 등에는 강한 특징을 갖는다.

 

SNS에 공유되는 킹스베리 사진. 같은 용기인데 남는 여백이 다르다. (사진=인스타그램)
SNS에 공유되는 킹스베리 사진. 같은 용기인데 남는 여백이 다르다. (사진=인스타그램)

킹스베리 반짝 유행 안 되려면

편의점 신상품을 맛보고 SNS에 리뷰를 공유하는 문화에 힘입어 킹스베리가 출시된 기간에 비해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는 크기가 들쑥날쑥하다는 것. 인스타그램에 '#킹스베리'를 검색한 결과 대부분 킹스베리가 두 개 들이 상자에 꽉 찼지만, 여백이 꽤 남는 킹스베리도 많았다. 서울 중구의 편의점에서 킹스베리를 판매하는 장 모(34·여) 씨는 “처음 킹스베리를 들여왔을 때는 진짜 컸는데, 며칠 전부터 크기가 작아져 팔기 민망하다”며 “이제 그만 들여올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킹스베리의 크기나 맛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술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용기 포장지엔 킹스베리를 복숭아향이 나고 과즙이 풍부하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일반 딸기 맛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편의점에서 킹스베리를 사 먹은 이 모(24·여) 씨는 "인터넷에서 본 킹스베리는 어른 주먹만 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한 개에 천원이나 하는 딸기인데, 크기나 맛이 일반 딸기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유통망을 다각화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킹스베리는 현재 충남 논산의 킹스베리 작목반을 중심으로 논산 내 24개 농가에서 기르고 있다. 유통업체 한 곳이 킹스베리 농가와 독점 계약해 일반 시민이 소매점에서 킹스베리를 사 먹으려면 그 업체에 가야 한다. 김 연구원은 “육종이 끝났다고 끝이 아니라 어떻게 재배할지 비료, 영양재, 재배방법 등을 5~6년 정도 더 연구해야 품종이 자리잡고 농가가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킹스베리는 과일이 큰 만큼 무른 성향이 있어 수송을 1단으로만 포장해, 상온에서 출하해야 하기 때문에 적정한 포장재를 선발해야 하는 등의 과제가 있다”며 “저장성과 신선도를 높여 시장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나영 기자 nwhyk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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