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2년 만에 수색...9일 만에 철수
유해 사실상 방치...실종자 가족 눈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2017년 3월 남대서양 한가운데서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은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사건 진상규명과 실종자 수색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9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허경주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9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허경주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9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날 오전 10시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후 2년: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이유'라는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 2017년 3월 31일 철광석 26만t을 싣고 남대서양을 지나던 스텔라데이지호가 원인도 모른 채 침몰한 바 있다. 필리핀 선원 2명은 구조됐지만,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한 22명은 현재까지도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발생 2년을 이틀 앞둔 이날 대책위는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다가오지만, 사고 원인 진상 규명이나 유해 수습 등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교부는 미국의 오션 인피니티사와 심해수색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 14일 심해수색에 착수했다. 오션 인피니티사는 수색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스텔라데이지호 선체를 발견하고, 선체 내 블랙박스인 VDR을 수거했다. 이어 수색 7일 만에 사람 뼈로 추정되는 유해와 방수복을 발견했다. 하지만 수석선은 블랙박스만 건져내고 9일 만에 철수했다.

회수된 VDR. (사진=외교부 제공)
회수된 VDR. (사진=외교부 제공)

이에 대해 대책위 측은 심해수색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기 종료됐다고 문제 제기했다. 당초 계획은 심해수색을 2차에 나눠서 25일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9일 만에 철수한 이후 2차 수색은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심해수색 기본과업을 일부만 완수한 상태에서 수색이 끝났다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는 "심해수색은 VDR 회수와 선체 위치를 발견한 것 외에는 현재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해 수색 목적은 '선원 생사확인을 위한 구명벌 존재 확인'과 '사고 원인규명'"이라며 두 가지 모두 달성하지 못했는데 심해수색이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심해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유해는 정부가 시간만 끌다 수습하지 못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허 공동대표는 "유해가 발견됐을 당시 정부는 오션 인피니티사에 48시간을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며 "48시간 동안 시간만 끈 정부는 결국 유해 수습을 지시 하지 않았고, 수색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유해는 발견 이후 현재까지 38일째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허 공동대표는 덧붙였다.

유해 수습은 당초 계약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대책위는 외교부-오션 인피니티사 계약 체결 당시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유해가 남아있을 거란 예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해 수습을 계약 내용에 포함하라고 요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정부는 유해가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계약 내용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9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이 기자 간담회가 끝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9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이 기자 간담회가 끝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허 공동대표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유해 발견 가능성을 알고 있었는데, 계약 내용에 넣지 않았다"며 "가족들은 몰라서 요청을 못했지만, 정부는 알면서도 유해 수습을 계약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대책위가 정부 측에 항의했지만, 정부 측은 "가족들이 유해수습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고 허 공동대표는 전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유해가 사라질까 걱정된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대책위는 심해수색의 미완수 과업인 '행방불명된 구명벌 2척 위치 확인' 및 '사고원인 규명이 가능한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과 '유해 수습 및 추가 유해 수색'을 촉구했다.

허 공동대표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선 블랙박스(VDR)만으로는 어렵다"며 "포렌직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션 인피니티사는 스텔라데이지호가 72조각으로 분해된 상태라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자만, 대책위는 빛을 이용한 핵심기술 'LIDAR'을 이용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기자 간담회를 마친 후 구명벌 위치 확인,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 유해 수습 문제 등의 요구를 담은 7만 927명의 서명지를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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