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본격적인 8월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여름 불청객’인 말벌이 일반 가정집까지 습격하고 있다.

지난 7일 경기 파주의 한 가정집에 말벌집이 발견돼 119 구조대가 출동했다. (사진=독자 제공)
지난 7일 경기 파주의 한 가정집에 말벌집이 발견돼 119 구조대가 출동했다. 오른손에 든 배드민턴 라켓은 말벌잡이 용이다. (사진=독자 제공)

8일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는 본지에 “지난 7일 경기 파주 본가 굴뚝에서 농구공 크기의 말벌집이 발견돼 소방차가 출동했다”며 “출동한 소방관들이 말벌집을 전부 떼갔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굴뚝 안 말벌집에 있던 벌들이 주방 후드를 타고 가정집 내부까지 침입했다. 그는 “본가에 갈 때마다 벌이 3~4마리씩이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반 가정집이 말벌의 위협을 받는 것은 A씨 사례만이 아니다. 소방청이 올해 2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 활동 66만 3,526건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말벌집 제거(14만 4,288건‧21.7%)다.

말벌집 제거는 전년인 2017년에 비해 6.6% 포인트 줄어든 수치지만, 2년 연속 가장 많은 119 구조대 출동 요인이었다. 화재 현장 구조가 9만 5,718건(14.4%), 동물 포획이 7만 7,113건(11.6%), 교통사고 6만 5,233건(9.8%)가 뒤를 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경남 사천에서 58세 남성이 야산에서 벌에 쏘여 사망했고, 7월 경북 안동의 한 가정집에서는 61세의 남성이 같은 이유로 숨졌다. 2017년에는 그해 8월 경남 함양 월봉산에서 말벌에 쏘여 의식을 잃은 59세 남성 등산객이 소방헬기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목숨을 잃는 등 총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파주 지역 소방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요즘 완전히 벌과의 전쟁이다”라며 “매일 10여 건 정도 말벌집을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장마가 끝나면 매년 말벌집이 기승을 부린다”며 “다음 달 말까지는 계속 말벌 제거를 위해 출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말벌의 경우 크기가 크다보니 (살충제를 뿌리고) 빠져나오는 벌은 배드민턴 채로 잡는다”며 “배드민턴 채가 제일 정확히 벌을 잡을 수 있다”고도 했다.

말벌에 쏘이면 극심한 통증은 물론 심한 경우 구토나 설사, 어지럼증도 동반된다. 심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말벌 쏘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벌집 근처에 가지 않아야 한다. 또 산행이나 야외 활동 시 향수나 스프레이 등 향기가 강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부득이하게 말벌에 쏘였을 때는 쏘인 부위를 흐르는 물에 헹구고 비누로 가볍게 씻어야 한다. 얼음팩 등으로 마사지해 환부를 차갑게 하는 것이 좋다. 다만 피부 발진이나 어지럼증, 식은땀, 흉통, 호흡곤란, 흉부 압박감 등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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