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례없는 최장 장마와 집중호우는 기후변화 때문
- 한반도 온도 1.8도 상승...가파른 산업화 원인
- 지구촌 평균 온도 3도 상승하면 50% 생물종 멸종
- 백신이 없는 기후변화로 지구촌 문명 붕괴될 수도
- ‘구라청·오보청’ 비난 기상청...‘KIM’ 적응 기간 필요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올해 장마는 지독하고 유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지방 여름 장마는 54일간 이어져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특히 중부지방은 장마 기간 평균 강수량이 851.7mm를 기록해 역대 강수량 1위 기록도 새로 세웠다. 평년의 2배 이상인 기록적 폭우였다. 인명 피해도 컸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장마와 집중호우로 38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됐다.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기후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1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최장 장마를 초래한 기후변화는 이미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특히 지리적 위치와 가파른 산업화 때문에 평균 기온 상승이 더 높아 장마 등 기후변화 피해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본지는 박수진 부연구위원에게 우리나라 최장 장마와 중국과 인도 등 글로벌 홍수 피해의 원인과 대책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 우리나라가 올해 최장 장마 기간을 갱신했습니다. 또 국지성 집중호우로 피해가 컸는데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요?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상기후가 원인입니다. 장마는 전선형 강수라 해서 성질이 다른 두 기단이 부딪히면서 생성하게 되는데요. 보통 7월 말이면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장마는 소멸합니다. 그런데 시베리아 지역의 고온현상으로 우리나라에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면서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지 못해 평년보다 장마 기간이 늘었습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서해안의 수증기가 유입돼 많은 비가 쏟아졌고요.”
- 시베리아의 기후변화가 일어난 배경이 궁금합니다.
“시베리아에 전례 없는 규모로 큰 산불이 번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산불의 원인을 이례적인 폭염으로 지목하고 있는데요. 기후변화는 어는 특정 지역에서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가 변화하고 있는 겁니다. 태양열을 받는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지구 전체의 온도가 똑같이 오를 수는 없고 극지방에서 훨씬 더 빠르게 상승하죠. 이러한 극한 이상기후의 발생빈도가 잦아지면 지구촌에 큰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 기상청 예보가 수차례 틀리면서 ‘인디언 기우제식 예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예보가 빗나간 이유가 뭘까요?
“강우 지역이나 시간, 강수량 등 예보가 빗나가면서, 기상청이 ‘구라청’이나 ‘오보청’이란 비난을 받았는데요. 사실 날씨는 대기 중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생되는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정확한 예보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인공위성과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대기패턴 이외 여러 변수들이 많습니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과 비구름의 형태, 이상기후의 영향들이 일기예보를 빗나가게 만드는 데 한몫 하고 있습니다.”
-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을까요?
“일기예보는 해양이나 지상, 고공기상의 관측 자료와 수치모델을 기반으로 합니다. 기상청은 2010년 이전엔 일본 수치예보모델(GSM)을 사용했어요. 최근까지는 영국 수치예보모델(UM)을 이용해 예보했습니다. 문제는 UM이 동아시아 지역 예측력이 낮았다는 건데요. 그래서 올해 4월부터 한국형수치모델(KIM)을 개발해 예보를 하고 있습니다. 도입 초기라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에요. 데이터의 보완이나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지상관측망의 밀도를 높여나가야 합니다.”
- 호우 피해를 두고 4대강과 태양광 설비 논란이 한창인데요.
“장마기간이 길어지면 토양이 습윤 상태가 됩니다. 토양의 지지력이 굉장히 약해지는데요. 태양광 설비 개발로 식생의 활착상태나 사면의 안식각이 불안정하게 돼 집중호우 시 산사태나 토석류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식생이 활착되지 않은 지역이나 사면의 안식각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위험성은 항상 도사리고 있죠. 하천에 보를 설치하거나 저류지를 건설하게 되면 하류지역의 홍수부담을 저감시켜 피해는 줄일 수는 있습니다. 반대로 구조물이 설치된 보 구간의 경우 홍수부담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침수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죠. 구체적, 개별적 조사 이전에는 여러 가능성이 혼재돼 있습니다.”
- 장마와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 정책을 말씀해주신다면.
“앞으로는 과거에 비해 강우 강도가 커지는 만큼, 사방댐 유지관리나 치수시설, 도심지의 우수관로 설계빈도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외 상류지역은 집중호우 시 토석류나 잡목 등이 하천으로 유입돼 통수단면적을 감소시키게 되는데요. 제방의 여유고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설계기준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지난 1912년~2017년 사이 우리나라의 평균온도는 1.8도 상승했습니다. 반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0.85도 올랐는데요. 왜 우리나라의 평균온도 상승이 빨랐던 걸까요?
“한반도 기온이 빠르게 상승한 이유는 대륙과 태양의 접점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가 한 원인입니다. 60년대에서 80년대 이후 도시의 산업화가 가파르게 이뤄진 것도 또 다른 원인이죠. 이에 따른 △탄소배출량 증가 △녹지 감소 △도시 불투수층 증가 △도심 내 고층건물과 건축 밀도 증가 등이 태양 복사량과 미기후를 변화시켰어요. 도시 전체를 열저장 창고로 만든 거죠.”
- 2050년까지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2~4도까지 상승한다고 하는데요. 평균기온이 오르는 이유와 그 영향이 궁금합니다.
“화석에너지 사용은 탄소배출량 증가로 온실효과를 만들게 됩니다. 온실가스가 지구전체를 덮어 버리면, 열이 대류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상승합니다. 반대로 지표면의 열은 빠져나가지 못하니 오존층을 파괴해요. 이렇게 되면,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지죠. 결국 △재난과 재해에 의한 재산 및 인명적 피해 △지속되는 폭염으로 열관련 질환 및 전염병 증가 △계절별 강수량 편차로 인한 물부족 현상 △작물의 생산량 감소 △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국토 침수 등을 야기합니다.”
- 우리나라가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기후변화가 올 것이라고 보면 될까요?
“21세기 말에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약 4도 정도 증가하고 강원도와 경기 서북부를 제외한 남한지역과 황해도 서부가 아열대 기후구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폭염일수나 열대야일수와 같은 극한 기온의 발생 빈도가 잦을 것으로 보입니다. 계절 일수의 변화를 보면 여름이 최대 8일 증가하고요. 겨울 일수는 대폭 감소해 봄이 빨리 찾아올 거예요.”
- 홍수 피해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도와 네팔, 방글라데시에서 폭우로 홍수가 났고, 중국도 두 달 넘게 폭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홍수 피해가 일어나는 원인은 뭔가요?
“지구촌은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약 1도 상승했습니다. 온도 상승으로 공기 밀도가 높아졌어요. 해수온 상승은 강우를 형성하는 수증기 양을 증가시킵니다. 따뜻한 상승기류에 수증기가 강하게 유입돼 강수를 형성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커진 거죠. 그래서 강수 일수도 길어지고 많은 비를 내리게 된 겁니다. 전례 없는 시베리아의 폭염도 한몫했죠. 오랜 장마 기간으로, 토양 기반이 약해지면서 홍수피해가 컸습니다.”
- 기후변화가 가져올 지구촌 생태계 변화가 궁금합니다. 또 그로써 야기될 위험은 뭔가요?
“오는 2080년이면 지구촌 평균기온이 3도 이상 상승하고, 50% 이상의 생물종이 멸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멸종에서 남는 생물종은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변화를 일으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요. 질병 매개체인 모기 숫자가 늘어나고, 이로써 각종 전염병과 감염 질환이 확산될 겁니다. 이외에도 해수온 상승에 따른 갯녹음 상태 변화는 해양생물종 감소에도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국내외 노력은 뭐가 있을까요?
“현재 대기 중에 퍼져있는 온실가스로 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멈춘다 해도 기후변화는 이미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완화와 적응대책을 함께 병행하는 대응책이 필요한데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파리협약을 통해 190여개 회원국이 오는 2100년까지 평균 기온 상승이 1.5도를 초과하지 않을 것을 목표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안정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2년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해 국가와 광역, 기초지자체까지 5개년 계획의 기후변화적응대책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올해 코로나19로 온 국민들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여기에 유례없는 긴 장마와 많은 강수량으로 인명피해와 재산적 피해도 극심했는데요.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직접 체험하고 눈으로 봤습니다. 최근 3년만 봐도 2018년은 최악의 폭염, 2019년은 태풍 피해, 올해는 50일을 넘는 최장 장마와 국지성 집중호우 등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모두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건강을 위협하는 모든 병에는 백신을 만들 수 있지만, 기후변화에는 백신이 없습니다. 기후변화로 지구의 모든 시스템이 붕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생활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부연구위원 약력
- 한국기후변화연구원 / 부연구위원 / 공학박사(수문학 전공)
-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 전임연구원
- 강원대학교 토목공학과 강사(2006.09 ~ 2013.09)
- 한림성심대학교 토목공학과 강사(2007.03 ~ 20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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