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반환점을 맞이한 기해년(己亥年)은 명실상부한 문재인 정부 시련의 해였다. 대북정책 전환과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등 임기 초반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시작한 선택은 임기 3년차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내상도 만만치 않았다.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조국 사태’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으로 통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칼날 앞에 서는 결과를 맞이했다.

<뉴스포스트>는 일곱 가지 이슈를 통해 2019년 한 해를 되짚어봤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① ‘노딜’로 끝난 북미정상회담

지난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시작된 북미 2차 정상회담은 충격적인 ‘노딜’로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이후 8개월 만에 마주했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에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서로에 등을 돌렸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관계는 점차 멀어졌다. 북미 관계 악화의 핵심은 비핵화 방법론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로드맵을 미리 설정하는 포괄적 합의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그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단계적 합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비핵화 회담 판 자체는 깨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실무진급 발언을 통해 서로에 대한 비판은 한층 거세졌다. 특히 북한은 지난 4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을 통해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로 정해뒀다.

② 다시 미사일 꺼낸 북한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가 계속되자 북한은 무력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들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통하는 단거리 미사일 KN-23 2발을 발사한 이후 지속적으로 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지난 10월 2일에는 전략무기인 북극성-3을 시험 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였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지난 2017년 북미간 오고갔던 ‘말폭탄’이 재현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다. 그리고 그는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게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양자회담을 갖는 자리에서는 김 위원장을 향해 ‘로켓맨’ 별명을 다시 사용하기도 했다.

북한은 “우리는 잃을 게 없다”고 맞받아쳤다. 9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이라면서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은 미국에 ‘성탄 선물’을 준비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징후를 보이고 있다. 만약 북한이 ICBM 도발을 감행할 경우 비핵화 대화 판 자체가 깨질 위험이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리해서 비핵화 판을 깨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라고 주문했으므로 12월 말 전에 북한이 대형 도발을 감행하는 것은 자기 말에 위반된다”면서 “미국이 새로운 태도를 보이지 않더라도 김정은은 일단 연말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자기의 결심을 인준받고 신년사를 통해 이를 발표한 뒤에야 행동에 나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③ 지소미아 파기→철회

박근혜 정부 시절 맺은 최초의 한일 군사협정 지소미아는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로 파기 직전까지 몰렸다. 지난 8월 22일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밝혔다. 김 1차장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이유로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안보에 문제를 제기했으니,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지소미아는 지난 2016년 11월 체결된 한일 양국의 군사정보 교류 협정으로, 2급 이하 군사비밀 공유를 위해 지켜야 할 보안 원칙들을 담고 있다. 상대국에서 받은 군사비밀 등을 해당 국가에서도 비밀로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인데, 한국은 △군사 Ⅱ급 비밀 △군사 Ⅲ급 비밀로 비밀등급을 표시해 일본에 주고, 일본은 △극비·방위비밀 △비(秘)로 분류된 정보를 한국에 제공한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임박하자 미국은 방위비 인상, 주한미군 철수 등 카드를 흔들면서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입장을 발표했을 때 미국은 ‘이해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점차 ‘강한 실망과 유감’을 표명해왔다. 강력한 한미일 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에게는 실질적인 한일 군사 협력인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것이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지소미아는 11월 23일 0시를 기점으로 종료를 앞두고 극적으로 시한부 연장 됐다. 우리 정부 측에 따르면, 일본 측에서 먼저 협상을 제안해왔다고 한다. 한·일간 수출 관리 정책대화를 시작하고 한국은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과 동시에 수출규제에 대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절차를 정지하는 내용이다.

④ 조국과 두 개의 광장

2019년 하반기는 그야말로 ‘조국 블랙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신임 법무부 장관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내정하고 한달 만인 9월 9일 임명을 강행했다. 이 한 달의 시간동안 조 전 법무장관 가족을 둘러싸고 웅동학원 위장소송, 조국 딸 입시 특혜 등 수많은 의혹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여기에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는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 당했고, 결국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지난 10월 14일 전격 사퇴했다. 정 교수는 지난 10월 25일 구속됐고,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부시장의 감찰 무마 혐의로 23일 검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조국 블랙홀은 청와대와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분열의 불씨로 자리 잡았다. 검찰 개혁을 주장하며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은 서초동 광장에 모여 집회를 열었고, 조 전 장관이 자식의 입시 특혜를 위해 편법을 일삼았다고 보는 이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양쪽 집회 개최 측에서는 “200만이 모였다” “300만이 모였다”는 등 광장에 결집한 숫자를 한껏 부풀리기도 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두 개의 광장’에 정치권에서는 국론 분열이 일어났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열리는 집회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주장하는 것일 뿐, 국론 분열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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