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호 사장 KAI 창립 20주년 행사서 “수주 올인” 다짐
코로나19 여파...태국, 아르헨티나 등 해외수출 잇단 연기
‘9년 만에 가뭄’ 완제기 수주 0건...수출판로 모색 절실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아르헨티나, 태국 등 KAI가 추진하던 수출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원인인 탓에 뾰족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아 개선된 실적이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취임 당시 다짐했던 안현호 사장의 수출확대 경영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옥 (사진=KAI 홈페이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옥 (사진=KAI 홈페이지)

수출사업 난항

17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KAI의 수출 사업이 코로나19 여파로 차질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와 태국에 전투기, 고등훈련기를 수출하는 계약이 무산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등 KAI의 해외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르헨티나 군사 전문 매체 ‘조나밀리타르’는 지난 4일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의 신형 전투기인 FA-50 수출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밝혔다. 앞서 아르헨티나 공군은 지난해 한국의 FA-50을 차기 신형 전투기로 선정하고 8대(8억4,000달러(약 1조 원))를 구매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국방비를 조정하게 됐고 KAI와의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도 마찬가지다.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는 지난 11일 태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예산 확보를 위해 군의 무기구매 계획을 전면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태국 정부는 KAI의 T-50TH 2대를 구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T-50TH는 고등 훈련기인 T-5- 골든이글을 태국에 맞게 개조한 훈련기로, 그동안 태국은 KAI로부터 T-50TH 12대를 구매했다. 지난해 5월에는 T-50TH 개조·개량(600억 원)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KAI 관계자는 수출 사업이 무산되거나 연기되는 것에 대해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애서 “외신을 통해 해당 내용이 나온 것이고 아직 통보받은 것은 없다”며 “사업이 무산되는 것이 아닌 연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르헨티나, 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여파로 예산을 조정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며 “해외사업을 하는 곳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AI를 비롯한 방산업계의 주요 해외 마케팅 수단인 상반기 방산 관련 국제 전시회도 코로나19 여파로 잇따라 취소되거나 늦춰졌다.

지난달 초 개최 예정이었던 ‘보안 및 방위산업 전시회(VIDSE Vietnam)’는 9월로 연기됐다가 내년으로 늦춰졌고, 이달 20~23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디펜스 서비스 아시아(DSA) 2020’은 8월로 미뤄졌다. 두 전시회 모두 KAI를 비롯한 한국 방산업체가 참가할 예정으로 규모가 큰 전시회다.

특히 KAI는 동남아 시장에서 FA-50의 수출처로 말레이시아를 겨냥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36대 규모의 고등훈련기와 경공격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DSA 2020이 미뤄지면서 KAI의 현지 세일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전시회는 방산업계의 글로벌 산업 트렌트를 체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 파트너와 만날 수 있는 주요 무대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국제 전시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KAI를 비롯한 방산업체의 기회비용 손실도 막대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현호 사장 (사진=KAI)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사진=KAI)

안현호 사장의 다짐, 이뤄질까

KAI의 지난해 매출은 3조1,090억 원, 영업이익은 2,7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6%, 88% 증가했다. 국산 중형헬기 수리온의 납품 정상화, 완제기와 기체 부품 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을 달성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실적 정상화에도 KAI에 대한 전망은 좋지 않다. 신규수주에서 부진한 성과를 냈다는 점 때문이다. KAI의 수주잔고는 2015년 이후 17조~18조 원대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16조 원대로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업계도 KAI의 수주 잔량 감소세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주 잔고 대부분이 장기간에 걸쳐 매출로 인식되는 항공과 방위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신규수주가 중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안현호 사장은 올해 신규수주 목표로 4조2,000억 원을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60% 높은 액수다. 증권업계는 수주목표 달성을 위해선 수익성이 높은 완제기 분야의 수출이 증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KAI는 2011년 인도네시아(KT-1), 2012년 페루(KT-1)를 시작으로 8년 연속 해외에서 완제기 수주를 따냈지만, 지난해 신규 수주는 없었다. 태국 T-50TH 개조·개량 사업(600억 원) 계약 건 정도가 다였다.

이런 탓에 안 사장은 신규수주 확대 측면은 물론 수익성 확대를 위해서라도 완제기 수출에서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안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KAI의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완제기 수출 경쟁력 강화를 첫 번째 과제로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취임 당시 다짐했던 ‘수출확대’를 위해서라도 완제기 수출 성사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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