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합계출산율 0.8명의 초저출산 시대다. 매년 저출산 문제가 지적되고 관련 정책이 쏟아지지만, 별다른 변화 없이 출산율은 꾸준히 낮아져 왔다. 개인의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인식의 변화로 ‘아이를 낳으면 얼마를 주겠다’는 식의 저출산 정책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저출산 정책은 정부 주도의 보육 지원보다 삶의 질을 보장하는 장기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특히 사회진출을 한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일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고, 남성도 아이돌봄에 적극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제8차 저출산 인식조사에서는 워킹맘이 양육을 전담하고 있다는 응답이 59.4%로, 자녀를 양육할 때 ‘부모 역할 부담감(31.7%)’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비례해 후보들과 관련 공약을 대거 내놓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그 중에서도 워킹맘을 위한 대선후보 공약을 모아 비교·분석했다.

이재명, 자동 육아휴직 등록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출산·육아의 부담을 개인이, 특히 여성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20일 전국민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싱글맘 등 시민과 만남을 갖고 “지금까지 여성을 어떻게 하면 일터로 보낼까 고민했다면 이제 어떻게 하면 남성을 집으로 보낼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후보는 돌봄 공약으로 △자동 육아휴직등록제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 △초등학생 3시 동시 하교제 등을 내놨다. 자동 육아휴직 등록제는 출산 시 부모 모두 육아휴직이 자동으로 신청되는 제도로, 남성의 육아휴직을 독려하고 부모가 자녀를 함께 돌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육아휴직 급여 역시 통상임금의 80%(상한선 150만원·하한선 70만원)까지 나오는 육아휴직 급여를 10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들쭉날쭉한 초등학교 하교 시간으로 돌봄 고민에 빠진 학부모를 돕기 위해, 초등학생이 모두 오후 3시에 학교를 마치도록 하는 ‘동시 하교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한 방과 후 돌봄시간을 저녁 7시까지 늘릴 방침이다.

윤석열, 전국민 부모 급여 월 100만 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파격적인 ‘현금지원책’을 내놨다. 그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출산 시 1년간 매달 100만 원의 부모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부모 급여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1년에 출생하는 숫자가 26만명 정도이고 매년 1200만원이 소요된다. 큰 금액이 들어갈 것 같진 않다”며 “자녀 출산에 관해 경제적인 부담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0~2세에 지원하는 가정양육수당을 현행 최대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높이겠다고도 했다.

돌봄 공약도 현행 육아휴직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육아휴직은 최대 1년이 가능하지만, 부모 합산 총 3년으로 1년 6개월까지 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게 윤 후보의 생각이다. 또 부모가 재택근무를 하며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근로자들이 일정 기간 육아 재택 근무를 선택하면, 육아 재택을 허용한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와 별개로, 싱글맘과 싱글대디 등 가정 초등학생에 급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학교급식법 상 학교 급식은 학기 중 중식만 제공되지만, 이를 확대해 방학에도 중식을 제공하고 아침도 학교 급식으로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철수, 한국형 전일제 초등학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한국형 전일제 초등학교’로 워킹맘의 돌봄 노동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지난 12월 17일 여성 과학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여성 과학자뿐만 아니라 육아와 관련해 (여성 직장인들은) 아이가 보통 초등학생일 때 경력 단절이 많이 된다”며 “우리나라도 초등학교 전체를 다 전일제로 7시나 8시까지 원하는 사람은 학교에서 봐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전일제 초등학교는 정규 교육을 마친 뒤 코딩, 회화, 토론식 교육 등을 통해 아이를 맞벌이 부부가 퇴근하는 7시까지 봐줄 수 있도록 방과후 수업을 확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한 약 30%에 불과한 공공보육시설 이용률을 70%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조부모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양육하는 실태를 고려해, 노년층을 위한 월 20만 원의 ‘손자 돌봄수당’도 신설할 방침이다. 안 후보는 “그렇게 지급해야 맞벌이 부부들도 안심하고 일에 몰두할 수 있고 아이를 돌보는 노인분들도 인정받고 보람있는 삶을 영유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심상정, 자영업자에도 ‘육아휴직 급여’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임신·출산·양육의 모든 과정을 국가가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안전하게 보살피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육아휴직 급여는 소득대체율을 통상급여 80% 수준까지 인상하고, 현행 150만 원 상한선을 285만원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육아휴직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던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에도 육아휴직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국민 육아휴직제’도 도입할 방침이다. 또한 여성에 비해 남성의 육아휴직 신청이 현저히 적은 것을 개선하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 중 3개월은 부부가 반드시 육아휴직을 사용해야하는 ‘아빠 육아휴직 할당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비혼가정’도 혼인가정과 차별을 두지 않고 지원하겠다는 공약으로 타 후보와 차별성을 뒀다. 심 후보는 시민동반자법 제정을 통해 비혼 양육자 두 사람이 이루는 공동가정, 1인 양육자와 동거인이 이루는 가정 등, 주거와 경제생활을 함께 영위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법적으로 인정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노르웨이는 이미,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시민동반자 가족을 인정하고 양육비 등을 국가가 똑같이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양육비 대지급제도를 도압해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원하고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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