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이 좋은 것을 왜 여태 안 보여주고…”

10일 전면 개방된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 시민이 가득 차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10일 전면 개방된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 시민이 가득 차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지난 10일 청와대 내부 대통령 관저 앞에 선 조모 씨(70대·경남 진주)가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KTX를 타고 왔다는 조 씨는 취재진에 청와대 경내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진작 국민에 돌려줬어야 했다”며 웃었다.

‘권력자의 공간’이었던 청와대가 이날 74년 만에 국민 품으로 돌아왔다. 개방 첫날부터 2만 6천여 명이 청와대 안마당에 들어와 상춘재와 영빈관 등을 둘러보며 늦은 봄을 만끽했다.

10일 영빈관에서 본관으로 가는 통로가 활짝 열렸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가장 많은 시민이 모인 곳은 정문 앞인 청와대 분수대 앞이다. 1960년대 ‘김신조 사건’ 이후 출입이 통제됐던 북악산 등산로가 54년 만에 개방되면서 등산객과 청와대 관람에 당첨된 국민이 가득 모였다. 정문 출입문에는 관람 바코드를 찍고 청와대 경내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일부 등산복을 입은 시민이 “개방됐는데 왜 들여보내주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정문으로 직행해 올라가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 뒤로 우뚝 솟은 북악산이 절경이다. 본관 앞에는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대정원이 있다. 시민들은 대정원에서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막 돌이 지난 아기와 함께 청와대를 찾은 이모 씨(34·여)는 “남편이 청와대 관람 신청에 당첨돼 구경하러 오게 됐다”며 “날씨도 좋고 TV에서만 보던 장소를 직접 방문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10일 청와대 본관 앞은 자연스럽게 '포토존'이 생겼다. 시민들이 줄을 지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10일 청와대 본관 앞은 자연스럽게 '포토존'이 생겼다. 시민들이 줄을 지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이날 본관 앞에서는 시민들이 줄을 지어 사진을 찍는 ‘명당’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다만 청와대 건물 내부는 정비 중이어서 관람이 제한됐다.

대통령 거처인 관저에도 사람이 몰렸다. 관저 대문인 인수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는 대식당 건물이 보인다. 외부인과 오찬 및 만찬이 열리는 장소다. 오른쪽으로는 소박한 잔디밭이 펼쳐지고, 직선거리에 현관이 있다. 현관 양 옆으로는 여기저기 벗겨진 낡은 나무 기둥이 보인다. 내부 출입을 통제하는 경호원은 “사람 사는 곳이니 손때가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청와대 관저를 찾은 시민들. 왼쪽 창문이 열린 한옥은 손님을 대접하는 대식당이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10일 청와대 관저를 찾은 시민들. 왼쪽 창문이 열린 한옥은 손님을 대접하는 대식당이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관저 아래에는 외빈 접견 등에 사용되는 상춘재가 있다. 상춘재는 청와대 경내에 건립된 최초의 전통 한옥으로 주기둥은 200년 이상된 춘양목(한옥을 짓는 데 으뜸가는 소나무)을 사용했다. 상춘재와 관저 사이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 식수가 있는 녹지원이 위치했는데,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대정원보다 약간 규모가 작은 녹지원 잔디밭에는 전통공연을 구경하는 시민들이 빼곡이 자리를 채웠다.

10일 녹지원 잔디밭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10일 녹지원 잔디밭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녹지원을 지나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프레스센터가 있는 춘추관이 나온다. 춘추관 앞 헬기장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차광막이 설치돼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 아래서 여유를 즐겼다. 춘추관 헬기장에서도 전통 줄타기 공연이 열리는 등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

10일 춘추관 앞 헬기장에 설치된 차광막 아래서 시민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10일 춘추관 앞 헬기장에 설치된 차광막 아래서 시민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청와대 본관 왼편에 위치한 영빈관과, 왕을 낳은 후궁의 위패가 모셔진 칠궁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빈관은 국빈이 방문할 때 공연과 만찬이 열리는 곳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은 가이즈카 향나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심은 무궁화를 볼 수 있다.

10일 영빈관 관람하는 시민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10일 영빈관 관람하는 시민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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